봄 : 첫사랑

아버지는 내가 아주 어릴 때 돌아가셨고, 그렇게 홀로 남겨진 어머니는 나를 키우셨다.

초등학교가 거의 끝날 무렵, 옆집에 한 남자가 이사왔다.

그는 꽤 키가 컸고, 다부진 체격에 서글서글한 눈매를 가지고 있었고, 종종 우리 모자를 챙겨주었다.

나는 그를 아저씨 라고 부르며 그를 잘 따랐다.

어쩌면 그에게서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려고 그랬던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고등학교에 들어오면서 그런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아저씨는 자신의 몸에 맞는 정장을 입고 출근을 하기위해 집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 뒤로 처음보는 여자가 아저씨의 집에서 따라나왔다.

처음엔 반갑게 아저씨에게 인사를 하려고 했지만, 여자를 보자마자 그런 마음이 싸악 사라지고 말았다.

여자는 나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하며 아저씨에게 소곤거렸고, 나는 그 둘이 함께 웃으며 내 옆을 지나갈 때 까지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나는 곧바로 집에 들어가서 방에 쳐박혔다.

내 방 한구석을 차지하고있는, 아저씨가 선물로 줬던 커다란 곰 인형을 발로 마구 찼다.

그러다가 눈물을 흘리며 곰인형을 끌어안았다.

곰인형을 처음 안았을 때, 아저씨가 처음으로 안아주었던 느낌이랑 비슷해서 갖고싶다고 했던게 기억이 났다.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주룩주룩 흘러내리는 눈물이 그 동안 나도모르게 감춰왔던 내 감정들을 드러나고 있었다.

아아, 그래.

나는 그를 사랑한다.

아저씨는 내 첫사랑이다.




첫사랑이라니.

평소에 티비로만 보아왔던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연예인도, 학교에서 예쁘고 성실하다고 소문난 여자아이도 아닌, 수 년을 봐왔던 옆집 아저씨가 내 첫사랑이다.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다니, 이상하잖아-

그런 편견을 가졌던 적도 있었지만, 그것은 오래 전의 이야기였다.

가만히 보면 아저씨도 그렇게 못생긴 외모를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저 서글서글한 눈매가, 부드럽게 깔리는 저 목소리가 숨막힐 듯이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저 눈이 오로지 나만을 향하고, 저 목소리가 달콤하게 내 이름을 불러주었으면 좋겠다.

아버지처럼 느껴졌던 저 손은 이제 보기만 해도 두근거리는 아주 소중한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아저씨를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봄이 찾아왔다.

누군가에게 사랑에 빠지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봄이었다.

매년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던 이 봄이, 이번만큼은 어쩜 이리도 눈부시게 느껴지는지.

향긋한 봄바람이 내 귀에 다가와 노래하고, 흩날리는 꽃잎에서는 취할듯한 꽃 내음이 내 온몸을 감싸안는 것만 같았다.

아저씨를 사랑한다고 인지한 순간, 오로지 나만 느끼는 이 달콤한 봄이, 이 사랑스러운 봄을 그도 느끼길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일까?

화사한 햇살아래서 나를 바라보며 웃어주는 당신을 볼 때마다 나는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모르겠어서 언제나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고만 있지.

그 상냥한 미소도, 속삭이는 듯한 아름다운 목소리도 내게만 향했으면 좋으련만, 역시 그건 너무 커다란 욕심인걸까.

내게만 보여줬다고 나 혼자만 생각하고, 다른이에게 똑같이 웃어주는 그 모습을 보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




저 멀리서 기분좋은 콧노래를 부르며 손에는 무언가를 가득 들고 걸어오는 아저씨가 보였다.

젠장, 또다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아저씨.

어? 이 시간엔 왠일이야?

... 아저씨야말로..

흐흐, 사실 너랑 네 어머니에게 알려주고 싶은게 있어서. 혹시 집에 어머니 계시니?

...아뇨... 근데 좀 있다 돌아오실거에요..!

그래? 그럼 잠시 들어가있어도 될까?

...!! 네..!!


아저씨가 집으로 들어왔다.

지금 이 공간에, 단 둘뿐이다.

나는 평소보다 좀 더 들뜬 기분으로 마실것을 내고 있었다.


근데 기분이 좋아보이시네요?

음, 뭐, 그렇지.

알려주고 싶으신거랑 관련이 있으신가봐요?

... 응.


잠시 아저씨를 돌아보며 물어보자 조금 쑥쓰러운듯 한 표정으로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런 표정은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무슨 일인데요?

궁금해? 알려줄까?

..네!

음.. 알려주기 싫은데... 하하. 말 해줄테니까 내가 어머니께 말씀드리기 전까진 비밀이다?


나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저씨는 조금 쑥쓰럽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더지 자신의 약지에 끼워진 반지를 내보이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결혼날짜가 잡혔어.

... 네?

왜 저번에 봤던 분 기억나지? 같이 우리집에서 나왔던. 오늘 청혼했는데 받아주지 뭐야. 그래서 곧바로 결혼날짜도 정하고, 내일은 예식장이랑..-


심장이 하늘에서 땅으로 쿵 하고 내려앉았다.

더 이상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다.

눈 앞은 새까매지고, 머릿속은 새하얘졌다.

그 때, 무슨생각으로 그런짓을 한 건지는 모르겠다.

나는 조심스레 선반에 있는 수면제에 손을 가져갔다.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어머니의 수면제를 아저씨가 마실 시원한 음료수에 쏟아부었다.

아저씨는 그 음료수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기까지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 이상하다. 왜... 이렇게...


아저씨는 그대로 바닥에 쿵 하는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눈 앞에서 손을 여러번 흔들어봐도, 이리저리 쿡쿡 찔러봐도, 아저씨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나는 집을 뒤져 노끈을 찾아 가져와 아저씨의 두 손목을 소파의 다리와 함께 노끈으로 묶어버렸다.

두근두근.

심장이 날뛰기 시작하고 호흡은 미친듯이 춤을 췄다.

아저씨의 벨트를 풀고 바지를 조금 끌어내린 뒤 팬티속에 들어있는 아저씨의 것을 꺼내들었다.

크고 말랑말랑한 그것을, 포르노를 통해서, 인터넷을 뒤져서 찾아낸 방법으로 햝아 올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햝아도 반응이 없어서 입 안에 집어넣어 머리를 흔들었다.

집 안이 온통 야한 소리로 가득했다.

목구멍까지 집어넣자 아저씨의 것이 움찔 거리며 조금 단단해졌다.

나는 좀 더 빨리 머리를 움직였고, 아저씨의 것은 더 단단해졌다.

입안에서 꺼내들자 내 침으로 흥건해져 번들거리는 아저씨의 것을 보고 손을 뒤로 가져간 다음 한참을 풀어댔다.

어느 정도 풀렸다는 생각이 들자 곧바로 아저씨의 위에 올라가 그의 것을 품기 시작했다.


... 헉..!


입구에 살짝 걸치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버겁다고 소리를 지르는 듯 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다시는 이런 기회가 오지 않아.

나는 몸을 좀더 내렸다.


으... 아... 흐으..!


몸을 내리면 내릴 수록 손과 발 뿐만 아니라 온몸이 다 떨려왔다.

그러다 순간 다리의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눈앞에 새하얀 섬광이 일어났다.


흐아아..!


아, 이게 전립선이구나.

나는 다시 허리를 들어올렸고, 아까와 같은 곳에 내려앉기를 반복했다.


아흑.. 윽.. 히윽. 흐아아..


온몸이 불타오르는 듯 했다.

움찔움찔 거리며 내 것이 서서히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흐응, 후으아.. 아, 앗..! 아아.. 으아앗!


사정했다.

다리가, 두 팔이, 온 몸이 사정의 기쁨에 참지 못하고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여기서 쓰러지고 싶었지만, 여기서 멈춰버리면 아저씨가 사정하지 못할거야.

나는 아직 사정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은,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한계까지 끌어올리며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저씨의 몸이 조금씩 움찔거렸다.


아, 아..! 앗, 후읏, 하. 아저씨.. 일어났어요?


아저씨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는 분멍히 깨어있었다.

나는 계속해서 신음소리만 흘리며 허리를 움직였다.

아저씨.. 으핫, 하아.. 키스, 하고, 읏, 싶어요.읏, 후아..!


역시나 아저씨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나는 굳게 닫혀있는 아저씨의 입술에 무턱대고 내 입술을 들이밀었고 그와 동시에 사정했다.




그 다음엔 어떻게 됬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확실한 건 그 다음부터 며칠간 나는 아저씨를 볼 수가 없었다.

며칠이 지난 아침, 나는 아저씨를 보았다.

아저씨는 조금 망설이는 듯 하더니 나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먹을것을 꺼내주었다.


나 이제 이사간다.

... 네?!


나는 커다래진 눈동자로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그 사람이랑 새 집을 알아보고 다니느라 그 동안 자주 보질 못해 아쉽네.

아, 아, 아저씨...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나는 떨리는 두 손으로 아저씨의 양 팔을 잡으며 애원하듯 말했다.


죄, 죄송해요.. 그 땐 정말.. 그러니까, 그러니까 떠나지 말아주세요..!

.......


아저씨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아저씨가 없는 삶이란건, 이미 내게 있어서 미지의 영역이었다.

그 사람이 없는 삶이란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 그랬던거다.

아니, 이미 알고 있었다.

봄바람과 함께 내게 다가온 그 사람을

매년 느끼던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는 봄 조차 그와 함께 느낀다는것에 새삼스레 행복했던 것 처럼

숨막힐 듯한 그 목소리도

그 표정도

그 손길도

나는 이미 어쩔 수 없이

그 사람을 너무나도-


미안하구나.


아저씨는 내게 사과했다.

나는 흐르는 눈물을 닦지 않은 채 그를 바라보았다.

아저씨는 조곤조곤하게 내게 말했다.


네가 나를 좋아한다는건, 그러니까 사랑한다는 건, 네 착각일거야. 네 나이대의 아이들이 종종 그런다고 하더구나.


당신이 왜 내 감정을 멋대로 착각이라고 하는거야.


청소년기에는 정체성에 혼란이 와서 헷갈린다는 사람을 많이 봤어. 자신이 이성애자인지, 동성애자인지. 너도 분명 그럴거야.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아무리 좋은 얼굴로 좋은 목소리로 말해도 저 사람은 결국 날 거부하고, 내 사랑을 부정하고 있는 거다.


네가 어떤 성적취향을 가지고 있는지, 내겐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음, 그러니까 앞으로 네가 살아갈 때, 그러니까 사회에 나가서는 그런 취향을 가지고 있는게 너에게는 조금 불리하게 작용할거야. 그러니까..!

... 무슨 말인지 알아요.


고개를 푹 숙였다.

아저씨의 얼굴을 바라보면 어떤 형태로든 참지 못할 것 같았다.


충고 고마워요. 잠시 혼자있고 싶어요.

그, 그래.


나는 재빨리 아저씨의 집 밖으로 나갔다.

집으로 들어가서, 내 방에 들어가서, 침대에 엎드려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 사람은, 아저씨는 내 성적 취향이든, 내 마음도, 내 사랑도, 모든 걸 다 거부했다.

믿고 싶지 않은 현실에, 어쩔 수 없는 진실에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며칠 후, 아저씨는 신혼집으로 이사갔다.

봄바람이 봄과 함께 떠나갔다.

내 첫사랑도 그렇게 끝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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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7-16 11:21 | 조회 : 3,354 목록
작가의 말
류화령

본래 첫사랑은 이루어 지지 않는다죠!! ㅎㅎ // 이정도 수위는 19 아니어도 괜찮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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