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라토

외국인 남작은 꽤나 멋진 외모의 소유자였다.

잘생겼다기보단 예쁘다는 수식어가 더 맞을것이다.

그런 남작을 둘러싸고 귀족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사실 그는 남자를 좋아한다.

그는 그 아름다운 얼굴로 남자들을 홀린 후 잠자리에 함께한다.

함께 한 이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고 한다.

아니, 사실 그는 박히는 걸 좋아한다더라.

이런 유언비어들은 마치 사실인 마냥 샬롱에서 늘 화제의 이야깃거리였다.

이 유언비어들은 분명 남작의 외모를 질투하는 이들이 만들어 낸 것이지만 파티에서 그의 얼굴을 본 자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홀린 듯 그의 얼굴만을 바라 볼 뿐이었다.




주인님, 마차가 준비되었습니다.

아, 그래.


남작은 읽고있던 책을 내려놓고 서재를 나갔다.

깊게 모자를 눌러 쓴 남작은 유독 밝고 탐스러운 금발을 숨긴 채 조신스럽게 마차에 올랐다.

수도의 화려한 밤거리를 마차안 커튼 사이로 힐끗 바라보는 남작은 약간의 기대감에 찼다.

얼마 지나지않아 마차는 유흥가에 도달했다.

마차는 익숙하게 수많은 유흥가들 중 가장 구석에서 당당히 자리잡고있는 곳 앞에서 멈추었다.

남작이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주인장은 능글거리는 웃음으로 두 손을 싹싹 비비며 남작의 곁으로 다가왔다.


어서오십시오, 남작님! 한동안 오질 않아 섭섭했습니다.


그의 말에 남작은 한쪽 입꼬리를 올려주곤 가게로 들어갔다.

잠시 그의 얼굴에 홀린 듯했던 주인장은 급히 정신을 차리고 남작을 따라 들어갔다.

가게엔 남자들이 - 어린 아이부터 성인으로 보이는 사람들까지 - 화려하기도, 혹은 검소하게, 자신의 매력에 맞게 다양하게 치장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

샬롱을 떠돌아 다니던 남작이 남자를 밝힌단 소문은 다른 귀족들이 만들어 낸 거짓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물론 그 뒤에 그가 남자에게 박힌다느니의 쓸데없는 이야기는 전혀 아니지만.

남작은 잠시 가게를 둘러보았다.

여성스러운 외모를 지닌, 혹은 부드러운 곡선을 자랑하는 이들이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뒤따라 들어온 주인장이 능글거리며 남작에게 소개하기 시작했다.


저기에 있는 저 아이는 말링입니다. 가장 인기가 있는 아이죠. 보십시오, 외모도 몸매도 무엇하나 빠지지 않습니다.

... 흐음


남작은 별다른 흥미가 없다는 듯 반응했다.

보통 가게에서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말링에게 저런 관심을 보이자 말링은 조금 실망했고 주인장은 당황해 부랴부랴 다음 아이를 소개해 주었다.


여기 이 아이는 잭입니다. 사나워 보이지만 그것도 하나의 매력이지요.

그렇군.


남작은 또다시 흥미가 없는지 이번에는 고개를 획 돌려버렸다.

가게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말링과 잭에게 이렇게 반응을 하다니.

주인장은 얼른 그가 저번에 데려간 남창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얼굴이 예쁘지도, 몸매가 아름답지도 않은 조금 왜소한 체격의 청년이었다.

도대체 왜 저런 아이를 선택한 것인지 당시의 주인장은 현재와 마찬가지로 이해할 수 없었다.


.... 저기 저 아이는...


남작이 처음으로 관심을 보인 아이였다.

우울했던 주인장의 얼굴엔 화색이 돌며 주인장은 얼른 그곳을 바라보았다.


아, 마린이군요. 들어온지 얼마되지않아 아직 손님을 받아보지 않았습니다.

어째서 이곳에 온 거지?

마린은 본래 카스트라토 였습니다. 하지만 노래를 부르지 못해 쫓겨나 이곳까지 오게됬습죠. 저 외모를 보십시오. 저 얼굴에...

저 아이를 사도록하지.


남작의 말에 주인장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에.. 하지만 저 아이는 아직 손님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남작님을 만족시키지 못할..

괜찮아.

.. 게다가 교육도 제대로 못 받았는데..

그거 참 괜찮군.


남작이 손짓을 하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시종이 큰 자루를 낑낑 거리며 가져왔다.

자루를 건네받은 주인장은 안에 든 것들을 보더니 어버버 하며 남작과 자루 속 물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남작은 싱긋 웃으며 또다시 손짓했고 큰 장정 둘이 안으로 들어와 마린의 양 팔을 잡더니 끌고 나갔다.

약간의 반항을 하는 것 처럼 보였으나 아직 어린 그가 근육으로 이루어진 두 남자를 당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럼


남작은 그렇게 가게에서 나갔다.

남작의 집으로 향하는 마차 안, 마린은 어색한 듯 어쩔 줄 몰라 했고, 남작은 그러한 마린의 모습을 보고 화려한 얼굴을 싱긋 웃었다.

그 모습을 힐끗 본 마린의 얼굴이 타올랐다.

살면서 자신의 외모도 어디 가서 꿀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 남작을 보니 그건 전혀 아니었다.

자신의 오만했던 생각에 부끄러움을 느낀 마린은 고개를 푹 숙였다.

고개를 숙인 채 마린은 생각했다.

자신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정말 남자를 받아들이는 일을 하는걸까?

남작은 마린의 검은 머리칼 사이로 떼록떼록 굴러가는 녹색눈동자를 보았다.

저 맑은 눈동자가 앞으로 을음에 젖은 채 자신을 바라볼 것이라 생각한 남작은 기분이 매우 좋았다.


도착했습니다.


마차 밖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남작은 마린을 힐끗 쳐다보고는 먼저 마차에서 내렸다.

마린은 마차에서 내린 후 자신을 따라오라는 사람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도착한 곳에서 하녀들이 마린의 옷을 벗긴 후 뜨거운 물에서 꼼꼼하게 씻긴 후 화려해 보이는 옷을 입혔다.

복잡해 보이지만 손을 조금만 움직이면 바로 벗길 수 있는 옷이었다.

게다가 안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다니.

마린은 살짝 두려워 지기 시작했다.

마린은 어느 침실로 옮겨졌다.

한참이 지나자 남작이 들어왔다.

모자를 벗고 물기에 젖은 그의 탐스러운 금발이 달빛에 비춰지자 눈부시게 빛이 나는 듯 했다.

그의 머리칼 처럼 아름다운 얼굴이, 바다같이 깊은 푸른 눈동자가 마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작은 살짝 떨고 있는 마린을 잠시 바라보다 그대로 마린이 있는 침대로 걸어갔다.

남작은 손을 뻣어 마린이 입고 있는 옷의 긴 끈을 잡아당겼고, 끈이 풀리자마자 옷은 부드럽게 흘러내리며 마린의 뽀얀 속살을 드러냈다.

마린이 눈을 질끈 감자 남작은 마린의 어깨를 안아주었다.

그리고는 마린의 귀에 부드럽게 속삭였다.


괜찮아


오늘 밤은 꽤나 즐거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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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7-02 08:35 | 조회 : 4,175 목록
작가의 말
류화령

지난 이야기는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실종됬습니다..;;; 앞으로 연재하지 못할것 같아 삭제되었습니다. /// 이 이야기의 다음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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