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1)

설 에게는 애인이 있었다.

그의 애인은 이 나라에서 알아주는 유명한 배우인 휘 였다.

설은 그가 무척이나 좋았다.

처음 그를 만난건 고등학교 때였다.

빼어난 외모로 학교 내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던 휘를 본 설은 순간 심장이 덜컹 하고 내려앉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설은 자신보다 2살 많은 휘를 1년 내내 쫓아다녔고, 휘는 귀찮다는 듯이 졸업하기 직전에 그의 고백을 받아주었다.

설은 휘가 고백을 받아주자 날아갈 듯 기뻤다.

1년 내내 그를 쫓아다니며 그에 대한 사랑이 더 깊어졌기에 설은 휘가 원하는 것은 다 들어주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휘는 배우로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와 사귀면 매일 차갑게 대하던 휘가 조금은 돌아봐 줄것이라고 기대했고, 그렇게 된다면 어떻게 해서든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어 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설은 바쁜 스케쥴에 전화 할 시간조차 부족한 휘를 보고 크게 실망했다.

휘는 설과 사귀는 것이 알려지면 자신의 연예계 생활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언제나 설에게 말했다.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있어. 조용히. 그 누구도 알아차릴 수 없게. 니가 사라져도 그 누가 알지 못하게.


상처가 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단어 하나하나가 비수가 되어 심장을 파고 드는 듯 했다.

하지만 설은 웃었다.

혹시라도 실망한 표정을 보이기 라도 하면 휘가 떠나갈 것만 같았다.

그렇게 설은 자신의 존재를 지우고 살아가기 시작했다.

집밖으로 나갈 때는 항상 깊게 모자를 눌러쓰고 후드티를 덮어쓴 다음 외부에 있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빨리 다녀왔다.


이럴려고 사귀는 걸까.


가끔 집에 들리는 휘는 설을 안아주기도 했다.

분명 처음에는 그렇게 다정할 수 없었다.

아주 조심스럽게 대해주는 그의 손길에 아마 더 희망을 걸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날이 갈 수록 휘의 요구는 더 심해졌고, 급기야 더 이상 설이 버틸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설은 웃었다.

휘가 좋기 때문이었다.

누가보면 바보라고 놀려댈 만도 하건마는 그런 건 상관없었다.

설은 여전히 휘를 좋아했다.

아주 많이.



사건이 터진건 오늘 새벽이었다.

휘의 열애설로 온 매체가 떠들썩 했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휘에게 줄 선물을 챙긴 설은 휘를 만나러 갔다.

여전히 휘는 설과 만날 때 조심스러웠다.

어두운 밤 가로등이 얼마 켜져 있지 않은 거리에 익숙해 보이는 차량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을 여니 안에는 깊게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리고 선글라스 까지 쓴, 사랑하는 휘가 앉아있었다.

설은 아무런 말도 없이 차량안으로 들어갔다.


아, 왔어?

......

..음.. 그러니까...


휘가 뜸들였다.

설은 휘를 바라보기 위해 몸을 돌리고 옆구리에 휘에게 줄 선물을 끼고 손을 위로 올렸다.


철썩-


...!! 무슨 짓이야!!


휘가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미쳤어?! 지금 어디다 손을 대는 거야?!!


휘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부르르 떨고 있는 설을 다그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설이 고개를 들어 원망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선배가 잘못했잖아요.


눈물을 잔뜩 머금은 두 눈과 새빨개진 얼굴이 휘의 눈동자에 비춰졌다.

설의 눈가에는 눈물자국이 만연했다.


... 사라질게요.

.... 뭐?

사라진다구요. 맨날 그랬잖아. 있는 듯 없는 듯. 사라져도 그 누가 알지 못하게 있으라면서요..!

....야


휘가 설의 손목을 잡자 설은 거칠게 그의 팔을 쳐냈다.

악에바친 설의 목소리가 차량 안에 울렸다.


사라져 준다잖아요!! 어차피 나같은건 없는게 더 좋았잖아!!

지금 무슨..!


서러운 감정이 폭발했다.

이 곳까지 오면서 얼마나 울었을까.

그래도 최소한 휘가 사과를 해 주기를 바랬다.

미안하다고, 사실을 그런거 아니라고.

하지만 휘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뺨을 쳤다고, 저렇게 화를 내는 걸 보면.

설은 그대로 몸을 돌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어딜가..!

놔요!!! 저리 가라고!!


마지막으로 붙잡는 휘의 손길을 뿌리치고 설을 달렸다.

급하게 코너로 코너로 돌았다.

어느 순간 부터인가 그에게 줄려고 만들었던 선물을 떨어뜨린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젠 다 소용없는 일이다.

휘는 설을 쫓아오지 않는다.

당연하겠지, 애초부터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설은 더 이상 서 있지 못하고 제자리에 주저 앉았다.


흑.. 끄윽...


참을 수 없을 만큼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안녕, 사랑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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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5-20 00:24 | 조회 : 5,542 목록
작가의 말
류화령

다음편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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