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소년 (2)

단마는 그저 이비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비의 입술이 가슴께로 향했고, 오른손이 다리사이로 들어왔다.

처음 느껴보는 낯선손길에 단마는 몸을 움찔거렸지만, 성인남성을 이기엔 불가능 했다.



우으... 으...

단마... 가만히....



이비가 차분하게 말했다.

이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아니, 사실 그의 목소리조차 귀애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그가 쓰다듬어주는 손길에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가는 중이었다.

이비의 입술이 가슴에서부터 배로 그리고 다리사이로 내려왔다.

한번도 이런짓을 당해본 적은 없었지만, 소름끼치는 것은 당연했다.

이비의 머리를 잡자 그가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다.

그리고 한번 피식 웃더니 발을 들고 핥기 시작했다.

간질간질해서 발버둥을 치다가 그만 그의 얼굴을 차 버렸다.





...!! 아...!! 아아..!!



그를 해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가 나오면 어쩌지? 쓰러지면 어떡하지?

이비는 잠시 자신의 뺨을 만지더니 눈을 마주쳤다.

화가 난걸까.

처음보는 눈빛이었다.

언제나 다정다감한 이비였는데, 나때문에.. 내가 저렇게 만들었어... - 라는 생각이 온몸을 휘감았다.

이비는 잠시 쳐다보더니 다시 손을 다리사이로 가져갔다.

몸이 반사적으로 흠짓흠짓 거렸지만 최대한 움직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비를 상처입히고 싶지 않았다.

다리사이로 이비가 미소짓는 것이 보였다.



있지.. 조금 아플거야..

...?



한참 말 없이 이상한 곳을 쑤셔대던 이비가 입을 열었다.

이비는 아까보다 더 싱긋 웃어보였다.

이비가 손가락으로, 혀로 쑤셔대던 곳에 커다란게 들어왔다.

허리가 쪼개지는 것 같았다.



아..!!!! 으아아!!!!!!

괜찮아. 괜찮아.



너무 아팠다.

고통스러웠다.

이렇게 고통스러운 감각은 난생 처음이었다.

이비의 밑에서 발버둥쳤지만, 머리와 어깨를 꼭 잡은 탓에 움직이지 못했다.



아아악!!! 으아악-!!!!

단마, 괜찮아.. 단마... 단마...



이비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져만 갔다.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아픔이 희미해져만 갔다.

그렇게 의식을 잃은 것 같았다.

눈을 뜨니, 해가 창문을 타고 들어왔다.

침대를 바라보니 새빨간 자국이 있었다.

손을 가져다 대니 손에 핏자국이 보였다.



일어났어?



이비의 목소리가 들렸다.

상처가 난 걸까, 여기저기 치료를 한 흔적이 보였다.

하지만 코에서는 그의 피냄새가 진동했다.



아우우... 아아아...!



이비에게 다가가자 이비가 놀란듯이 손을 쳐버렸다.

이비가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 아, 미, 미안... 그.. 조금 놀래서...

....아... 우우...

미안. 난 괜찮아.

우우.. 아아아..!



이비가 다정하게 안아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헐렁한 그의 옷 사이로 그의 등에 난 상처가 보였다.

한눈에 봐도 심각한 상처였다.

붕대에 피가 스며들어있었다.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단마, 그만해. 괜찮아.

.... 흑... 윽...



어떻게 미안함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 그렇게 미안한거야..?

아흑.... 윽... 흑...

그럼 말이야.. 앞으로 내가 하자는거 해 줄 수 있어?

흑.. 흑.. 끄윽...

그렇게 같이 지냈는데 아직도 말이 통하지 않는구나..



이비는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내 마음대로 하지, 뭐.



그 뒤로도 매일 밤, 이비는 같은 짓을 반복했다.

의식을 잃어 이비를 상처입히지 않기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언제나 의식의 끈이 희미해져 언제나 이비를 상처입히는 끝을 맞이했다.

그의 몸에 상처가 시간이 지나갈 수록 늘어났다.

미안한 마음에 언제나 그를 안고 울면 이비는 다정한 목소리로 달래주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그의 상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더 늘어나지 않으면 다행일까.

만약 내가 이곳을 떠난다면, 그렇다면 더 이상 이비가 상처입는 일은 없겠지.

마침 지금은 눈이 내리는 날들이 모두 가고 새싹이 돋아나는 날이었다.

밖에 나가면 인간들을 공격하지 않고, 추위에 떨지도 않고 혼자 잘 살아갈 수 있을거야.

더 이상 이비가 상처입는 모습을 보고싶지는 않았다.

언제나 같은 시각에 이비는 밖으로 나갔고, 같은 시각에 이비는 들어왔다.

지금은 이비가 나간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지금 나간다면, 내가 지금 이비의 곁에서 사라진다면, 더 이상 이비를 상처입히지 않을 수 있었다.



안녕, 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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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2-14 23:13 | 조회 : 5,120 목록
작가의 말
류화령

다음편이 마지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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