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소년 (1)

추운 겨울, 눈내리는 산은 야생동물들이 견디기엔 너무나도 가혹한 곳이었다.

깊은 산속에서 한 소년이 비틀비틀 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눈앞이 흐려졌고 몸에 힘이 없어 휘청휘청 걸어 다니다보니 머리가 어지러웠다.

물론 며칠간 아무것도 먹지 못한것도 있었다.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소년이 견디기에는 너무나 가혹했다.

하지만 소년은 정신을 잃을 수 없었다.

정신을 잃으면 여지껏 그랬듯이 아마 근처의 마을을 찾아가 사람들을 보이는대로 죽이고 먹어버리겠지.

하지만 정신이 희미해져 가는것은 불가항력적이었다.

이젠 앞이 점점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한발자국만 더 내밀면 쓰러질 것 같았지만, 지금 쓰러질 수는 없었다.

조금이라도 더 깊이 들어가야만 했다.



....-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간의 목소리일까, 아니면 짐승의 울부짓는 소리일까.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그로부터 멀어져야만 했다.

하지만 몸은 왜 마음대로 움직이는지.



괜찮아? 맙소사, 이 추운날에 겨우 이런 옷만 입고 있다니..!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따스한 체온으로 자신을 감싸안아주는 누군가에게 기대었다.

그렇게 그와 함께 그가 머무는 곳으로 들어갔다.

문을 여는 순간, 전혀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불빛이 따뜻하게 빛나고 있었으며, 타오르는 불과 향긋한 냄새가 가득했다.



이거 입어.



남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옷 중에 가장 작고 두꺼운 옷을 건네주었다.

이건 어떻게 입는 것일까.

코를 대고 킁킁 거려보았지만 무엇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남자는 하하 웃으며 옷을 손수 입혀주었다.



왜 이 한밤중에 거기서 그러고 있었던거야?



컵에 담아준 차의 향을 음미했다.

이 집에서 나는 옅은 향과 같은 향이었다.



.... 이름은 뭐야?



한모금을 마셔보니 뱃속에서 온몸으로 따뜻한 가운이 퍼져나갔다.

처음느껴보았다.



이런, 설마 말로만 듣던 반인반수인가?



남자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왠지 가슴속이 근질근질 거려 부비적대었다.

남자는 하하 웃으며 말했다.



이름이 없다면 내가 지어줄게. 아, 우선 내 이름은 이비야. 너는.... 단마라고 하자.



이비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뭐, 불러줄 날이 오기는 할까.



이비는 상냥했다.

배가 고프면 음식을 주고, 피곤하면 재워주고, 거기다가 밖으로 내쫓지도 않는다.

그렇게 눈이 흩날리던 시절이 지나갔다.

따뜻한 햇빛이 창문을 타고 얼굴을 간지럽혔다.



단마, 나 왔어.

아, 아, 이..이...

이비.

이비!



그의 이름을 부르며 그의 품에 안기자 이비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처음 이비가 사는 곳에 왔을 때 보다 키가 더 컸지만 그래도 이비의 겨드랑이까지였다.

이비는 바구니를 열어 밖애서 가져온 것들을 놔두었다.



오늘은 파이를 만들거야.

아, 아우

그래, 그래. 단마가 좋아하는거지?

우, 우



급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이비가 뺨을 쓰다듬어 주면서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었다.

이비는 요리를 잘했다.

이비가 하는 것들은 다 맛있었다.

그렇게 이비가 만든 파이를 다 먹고 어느 새 날이 어두워져 이비의 옆으로 가 같이 누웠다.

밤하늘이 예쁘게 빛났다.



단마.



이름을 부르자 이비를 쳐다보았다.

무언가에 홀린 듯 이비가 쳐다보고 있었다.

표정이 굉장히 아름다웠다.

이비는 잠시 뺨을 부드럽게 문지르더니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위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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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2-14 01:41 | 조회 : 6,593 목록
작가의 말
류화령

멈추기 힘들었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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