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희 (3)

알은 하미의 손에 이끌려 그의 방으로 왔다.

엄동설한에 얇은 옷조차 걸치지 못한채 밖에 내버려진 아이처럼 알은 떨고있었다.

하미는 알을 침대에 눕이고 자신도 옆에 눕고 알을 쳐다보았다.

알은 하미의 품에 안기었다.

하미의 향이 풍겨오자 알은 조금씩 진정되기 시작했다.

하미는 아무 말 없이 알을 안아주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오늘은 오후에만 나가서 뒷정리나 해.

응...


나가지 않으면 또 그 짓을 당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미가 나가지 말아라고 했으니 알은 침대에 쪼그려 앉아있었다.

오늘의 공연이 끝나고, 알은 하미의 말대로 서커스공연의 뒷정리를 하러 갔다.

아무도 그에게 손을 대지 않을 뿐 더러 근처에 오지도 않았다.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알의 머릿속엔 하미뿐이었다.

공연이 끝이나면 방으로 돌아와야 할 하미가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아마 단장때문이겠지.

알은 뒷정리를 다 하고 바닥을 쓸던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놔두러 가다가 단장의 방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운 년, 좋.... 어?


단장의 흥분된 목소리와 누군가의 흐느낌이 들렸다.

알은 설마...하는 생각으로 단장의 방의 낡은 천막을 걷어올렸다.

그곳에는 바닥에서 하체만 올리고 가발을 흐뜨러놓은채 흐느끼고있는 하미와 그 뒤에서 박고있는 단장이 있었다.

하미..!!

알은 입을 막았다.

그렇지 않으면 큰소리로 하미를 부를것만 같았다.

알은 그대로 도망치듯 하미의 방으로 들어왔다.

하미의 침대에 올라가 이불을 뒤집어 쓴 알은 하미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흘렀고 하미는 한밤중이 되어서야 방으로 들어왔다.

그가 들어오자 알은 하미에게 안겼다.


뭐야, 아직 안잤어?

미안... 미안해.. 하미 미안해.. 나, 나 때문에... 하미가...

........

하미.. 미안.. 정말 미안해...

........

나 때문에.. 나, 나... 나만 없었으면...

알.

응?


눈물맺힌 눈으로 알이 하미를 올려다 보았다.


그런말은 하는거 아니야.


그 말을 끝으로 하미는 알에게 입을 맞추었다.

단원들과 전혀 모르던 사람들과는 다르게 아주 부드러운 입맞춤이었다.

알은 침대위로 쓰러졌고, 그위로 하미가 올라갔다.

하미의 입술은 알의 입에서 목으로 점점 내려갔다.

알은 흠짓흠짓 거렸다.

하미는 익숙한 듯 알의 가슴에 얼굴을 박은 채 알의 바지를 벗겼다.

알은 여전히 눈물이 맺힌 눈으로 하미를 바라보았고, 하미는 처음으로 미소를 지어주며 알의 안으로 들어갔다.

알은 고통스러운 기억에 다리를 움찔움찔 거리다가 실수로 하미의 등을 살쩍 차 버렸다.


윽..!


단장을 상대하고 온 하미는 고통스러운 듯 비명을 토했다.

얼굴이 새파래진 알은 엉엉 울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렇게 둘의 섹스 내내 알은 하미에게 사과를 했다.

다음 날, 잠을 자고있던 알을 서커스단원들이 억지로 불러 일으켜 끌고 나왔다.

알을 데려온 이들은 서커스 공연장 한 가운데에 있었다.



하미, 그 년 어디있어!!


그러고 보니 아침에 하미가 없었다.

하미는 어디간거지..?


이년 봐바. 대답을 안하네?

그년이 무슨짓을 했는지 알아?!?!!!!

단장을 죽였다고! 젠장, 그것만 그런 줄 알아?!

다른 단원도 죽이고 도망쳤다고!!!


그들이 이렇게 소리를 지르는 동안 알은 어제의 관계가 끝난 후 하미가 했던말을 떠올렸다.


있지, 이렇게 둘만 있었으면 좋겠다.

응...

하지만 그러기엔 여의치 않네.

응...

자.


침대에서 일어난 하미가 알에게 작은 단도를 주었다.

이게 뭐냐는 식으로 알이 하미를 처다보았다.


내일 단원들이 널 억지로 끌고 갈거야.

......

그때 이걸로 여기를 찔러.


하미는 알의 심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 그럼 어떻게 되는데?

글쎄? 아마 우리가 더 행복해지겠지.

그치만 여기를 벗어나지 못했잖아.

여길 찌르면, 우린 여기를 벗어날 수 있어. 그리고는 둘만의 세계로 가는거야.

... 정말?

응.

그럼 하미는 언제 오는건데?

난 먼저 가서 널 기다리고 있을게.


등허리부분에 감추어놓았던 단도를 꺼내 든 알은 그대로 자신의 심장을 찔렀다.

입에서 피가 울컥 쏟아져 나왔다.

단원들 중 몇명이 비명을 지르며 알에게서 멀어졌다.


이 미친년이.. 일어나! 하미 그 년 어디갔냐고!

젠장...!!!


알의 시야가 새하얘졌다.

단원들의 비명소리도 다그치는 소리도 점점 멀어졌다.

저 멀리서 하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어서 와. 둘만의 세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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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2-13 16:28 | 조회 : 5,356 목록
작가의 말
류화령

무희는 끝입니다!! 다음화 부터는 다른 소재로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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