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

개학식이 끝난 오후 4시쯤 예성은 한가롭게 창문을 통해 햇빛을 받으며 늘어져 있었다. 그때 시준이 방문을 급하게 열고 들어왔다.

“예성아!!”

“어, 시준아 왜?”
들어오자마자 예성을 이리저리 살피는 시준에게 예성이 궁금한 듯 물었다. 시준은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쉬더니 뛰어왔는지 숨을 고르고는 얘기했다.

“오늘 내 부모님이 학교에 오셨었대....”

“근데?”

예성은 시준의 부모가 누구인지도 어떤 사람들인지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방금 전 시준의 행동으로 보아 안 좋은 일임을 직감했다. 시준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대답했다.

“우리 부모님들은 두 분 다 디스크림의 상위원이셔. 나이츠 차별을 너무나도 당연시 하시지. 나와는 정반대의 입장이시기 때문에 여기 들어오기 전에는 종종 다투고는 했어. 근데 두 분께서 여기에 오셨다면 아마 내 장래희망 신청서나 너 때문에 오신 걸 거야.”

예성은 이제야 상황파악이 되었는지 몸을 떨기 시작했다.

‘또 쫓겨나는 건가? 하긴... 이번처럼 한군데에 오래 있는 건 처음이니까.....’

예성이 체념하고 있을 때 시준이 말을 계속했다.

“하지만 더 큰일은 우리 형,”

쾅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더니 도연이 들어왔다. 도연은 나란히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는 기가 막힌다는 듯이 혀를 찼다.

“시준아 오늘 너희 부모님 학교에 오셨었어.”

“나도 알아. 그리고 남자 기숙사는 출입금지인걸 알 텐데. 용건이 뭐야?”

시준이 차갑게 말하자 도연은 실소를 내뱉었다.

“내가 두 분을 뵈러 이사장실 앞에 서 있다가 놀랍고 어이가 없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래서 뭐. 본론만 얘기해.”

시준은 대화 도중 노크도 없이 방에 들어온 도연이 매우 못마땅했고 시준이 자꾸 말을 끊자 도연은 기분이 나빴는지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할 얘기 없으면 나가줘. 나누고 있던 대화를 깬 건 너야.”

도연은 손을 주먹 쥐더니 부들부들 떨면서 소리쳤다.

“그래서 뭐! 내가 네 약혼녀야! 지금 저 나이츠 따위와 얘기하기 전에 내 얘기부터 들어야 한다고!”

예성은 경악했고 시준의 표정은 굳어지기 시작했다.

“너 그, 그걸 어떻게....”

“봐봐. 애초에 내 말은 안중에도 없었어. 오늘 이사장실에 찾아오셨던 너희 부모님 말씀 다 들었어. 아, 예성이 나이츠인거 너도 알고 있었니? 알고도 옆에 끼고 다녔던 거야?”

“말조심해! 그리고 목소리 좀 낮춰.”

시준이 열려있던 문을 닫으며 말했다. 다행히 아무도 듣지 못한 것 같아 안도한 시준이 도연에게 냉정하게 말했다.

“너 그거 발설해서는 안 되는 비밀인거 모르고 이렇게 떠들어대는 거야? 국가에서도 몇 안 되는 상위원들조차 모른다고. 내 부모님들도 최근에 너희 아버지에게,”

“알아. 다 들었어.”

“도연아”

여태 가만히 있던 예성이 말을 꺼냈다. 그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고여 있었다.

“내가 나이츠인거 시준이는 이미 작년부터 알고 있었어..... 지금까지 비밀을 지켜주고 있었던 거야. 너도 혹시 비밀로,”

“비밀로 해달라고? 아니, 그렇게는 못하겠는데.”

예성이 이미 예상한 부탁을 하려하자 도연은 말을 끊고 단칼에 거절했다.

“나는 네가 여기를 떠나든 말든 별로 상관이 없거든. 아니, 여기 남아서 괴롭힘을 당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시준이 너는 괴롭힘의 정도가 심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나서지 말고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야.”

도연은 자기가 할 말만 하고는 방을 나가버렸다. 도연이 나가자마자 예성은 눈물을 쏟아냈고 시준은 예성을 위로하는 것 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조용히 예성의 등을 쓸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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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18 08:46 | 조회 : 1,950 목록
작가의 말
안예성

조금 이따가 5화도 올릴게요. 작가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dksqkek4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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