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어린아이가 사랑한 어린아이

"캬아....."

혀끝에 맴도는 술맛에 취하다 먹으니 어느새 5병이었다.
고등학생들이 5병이라니.......

소파옆에 빈병들과 ,그 옆에 많이 취한 태형까지.. 태형은 "안 취했어 안취했어"하며 빈병들을 세며 웃었다.
많이 취했구만...


중간에 속이 거부룩해 졌던건지 치환은 냉장고에 남아 있었던 포카리를 해장삼아 먹었다.

'기분 조오타!!'

얼마만에 느껴보는 자유란 말인가.
내뿜은 숨이 코로들어가 술냄새를 자극했다. 새벽1시....눈에 들어온 시계가 막 1시를 가르켰다. 꺼놓은 휴대폰이 문득 눈에 띈다. 아마 켜자마자 부재중전화 몇 통이나 뜰것이 분명했다.

'에이씨 몰라!!!'

정 안되면 비행소년이나 한번 더 되보지 뭐!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뒤로 넘긴 나는 아직 남은 술을 병째로 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찾아온 어느 큰힘에 내 손에선 술병은 자연스럽게 빠져나갔다.

내수울!!

고개를 돌리자 술병을 뺏은건 다름이 아닌 치환이었다.

"야아!!"

어느새 취해져버린 나는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 그리고 내 신경질에 치환은 미간을 찌푸렸다.
흠칫.
사나운 치환의 눈빛에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그만마셔."

"에이쒸......"

나는 곧 풀이 죽었다. 두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고개를 푹 숙이자 치환은 그 머리를 달래주었다. 치환의 손길이 나를 진정 시켰다.

"나갔다와 .나갔다 오면 다시 줄게"

아이를 달래듯 내 정신을 이성적이게 돌려놓는 치환은 뺏은 술병을 저 멀리있는 탁자 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뒤늦게 정신이 든 나는 올라오는 메스꺼움에 "우욱"하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밖에 나오니 찬바람이 기다렸는지 재빨리 나를 맞이했다. 그러고 보니 안에는 치환이 사놓은 전기 장판덕에 좀 살았었던 것이었다.

'추워...ㄷ...ㄷ.ㄷ..ㄷ.ㄷ.'

부들부들 떨리는 몸은 움츠려 진다.서린 입김이 하늘을 메우자 조용한 새벽 밤 하늘이 눈에 보였다.
별하나 없는 완전히 껌껌한 하늘 유일하게 있는 달조차 흐릿했다. 옛날에는 좀더 밝았던 걸로 기억나는 하늘이었다.

엄마가 해준 멸치 볶음 먹고싶다.......땅콩과 짭쪼름한 맛이 얽힌 하모니~

꿀꺽

어느새 세어나오는 침을 닦았다. 멸치 볶음에 랑이가 해준 김치찌개도 밥 세그릇은 후딱 비울 수 있는데.....

"아니, 내가 왜 그자식 음식을?!!"

정신차려 사랑해!! 방금전 가출한 얘가 뭔말을 하고 있는거야!! 서둘러 두뺨을 때리며 정신을 차렸다. 그래도 배고픔은 어쩔 수없었다. 안주라곤 마트에서 사다 남겨 뒀던 오징어 반마리였으니까.

그리고 그때.....였다.

"사랑해"

익숙한 한 목소리에 동공은 자연스럽게 커졌다. 그리웠다는 듯이 가슴이 욱신거려온다.오직 세상에서 단하나밖에 없을 목소리, 긴 코트에 추위에 붉은 얼굴을 한 고동빛 갈색머리의 남자.

랑이었다.

"엗...어엇 으어 ?"

당황한 나머지 말까지 더듬어졌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랑이의 등장이었다. 애초에 내가 여기에있는지조차 몰랐을 랑인데 용케 여기까지 찾아온 그모습이 나도모르게 반가웠다. 반갑다니 아침만해도 심한말을 내뱉었던 내가 감히 말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발이 한발 두발 물러나간다. 아직 랑이를 볼 용기가 나지 않았기에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그러나 랑이는 당황한 내 반응 조차 보지않고 내게 달려왔다. 때..때릴려나..?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그다음 나를 찾아온것은 차갑고 따듯한 품안이었다. 랑이가 떨리는 손으로 나를 힘겹게 안았다.

"보고 싶었어."

눈물기 있는 목소리가 귀를 메웠다.
나는 한참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바보야......그렇다고...진짜나가면 나보고..."

"......"

"나보고 어쩌라는..거야...진짜"
랑이는 살짝 울먹거리며 원망하는 말투를 했다. 내가 잘못 느끼는 것일 수도 있지만 지금의 그는 너무나도....나약해 보였다.

"랑....아?"

계속 안겨있자니 숨이 슬슬 막혀왔다. 덥기도 했지만 꽤 독한 술냄새가 그에게 맡어지질 않길 원했다. 당황한 말투로 랑이를 부르자 랑이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울먹거리는 숨소리가 멈춰졌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이번에는 좀 쎈 힘으로 나를 더 끌어안기 시작했다. 이자식아..!!답답하다고!!

"나 미워 하지마."

살짝 어린 감정이 남아있는 듯한 삐짐. 그는 불안한 것이었다. 아직 성숙하지 못한 면이 들어나는 불안함 이었다.

아 이느낌, 얼마만인가 초등학교를 다니며 자신을 쫒아 다녔던 랑이. 그때이후로는 느껴보지 못했던 어느감정이었다. 언제까지 내가 랑이를 좋아했었을까. 언제부터 내가 랑이를 싫어했었을까. 언뜻 생각해 보지만 그저 그것은 아무 도움없었던 투기였을 뿐일수도 있었다.

조금씩 손을 올려본다.
나보다 조금 큰 키 개족보 덕에 내 형이 된 랑이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사랑이 필요한 어린아이로밖에 보이지않았다. 여전히 나에게는 동생일 뿐이었다. 계속 올리니 손끝에 찰랑거리는 고동빛 머리칼이 느껴진다. 나는아무말없이 서서히 쓰다듬었다.

"할머니도 싫고 엄마도 싫고 아버지도 싫어. 그래도 형이, 랑해 너가 좋아해 줄거라 생각해서....그랬는데"

어린아이가 잘못을 비는 듯한 변명스러운 말.
그러나 싫지는 않았다.

"나는 ....나는 "

랑이의 떨리는 목소리가 계속 가다듬어 지지않는다. 울먹거림이 멈춰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덕분에 나는 계속 랑이 품안에 잠겨져 있어야만 했다. 아 잠만....속이 좀 안좋은데...

그리고 그때였다. 랑이가 아닌 또하나의 남성적인 목소리가 들린 것은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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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7-14 23:33 | 조회 : 2,669 목록
작가의 말
얌얌이보고픔

으아 자꾸 치환이한테만 미뤄지면 안되는데.. 랑이야 분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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