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나를 미워하지 말아주세요

옛날에 할머니의 방을 아주 잠시 들어갔던 적이 있었다. 이상한 그림과 또 이상한 부적에다가 심지어 돼지 머리까지. 평소 할머니 방에서 들렸던 기도 소리가 이거였구나 하며 생각이 들었었다. 할머니는 아들을 사랑했었다. 아버지도 사랑했었고 랑이도 사랑했었다. 오래전 유난히 심했던 할머니의 시어머니의 구박 때문이었는지 할머니는 엄마가 임신했을 때도 아들이 아니라면 낳을 생각도 하지 말라고 했다고 했다. 할머니는 아들을 좋아했다. 나를 제외하고.

할머니가 친구 분들을 데리고 오시면 아직도 자신의 손주가 납치 될 뻔 한 그 기억 때문에 눈이 시렵고 앓는다고 여전히 말씀하셨다. 랑이의 납치, 안 그래도 낳았을 때 조금 병약하게 나온 랑이는 인큐베이터 안에 들어가야 할 상태였지만 그 후 한창 유명했던 신생아 납치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 이었다. 그러나 3일 만에 기적적으로 랑이는 살아서 발견되었고 지금도 튼튼해서 뛰어다니기만 하면 장난을 멈추지 않는 개구쟁이었다. 그래서 할머니는 더욱더 랑이를 귀하게 소중하게 키우기 위해 굿을 하고 점을 보고 돈도 어마어마하게 투자했다. 따지고 보면 이집도 어느 점쟁이가 예전집의 기운이 안 좋다고 해서 산 것이었고 랑이의 침대 옷장 신발 하나하나 점쟁이에게 검사를 받는 꼴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옛날에 생각했었다.
어쩌면 나도 이 집같은게 아닐까 그냥 랑이를 위해 존재하는게 아닐까 하고......



똑딱 똑딱

9시를 가르키는 초침이 큰소리를 내며 울었다. 벌써 저 초침만해도 시계를 30바퀴 쯤은 돈 참이었다. 그러나 나는 침대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뭐랄까....몸자체가 넌 일어나면 안돼 하며 시위를 벌이는 것 같달까.....? 지금 일어나면 아마 나는 겨우 버티고 있는 속울렁임 때문에 화장실로 직행 해야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화장실 가는 그힘을 내는게 귀찮아 졌다. 온세상 만물이 귀차니즘이 되는 것 같다.....

그것보다 나는 왜 여기있을까. 여긴 내방도 아닌데.....내 기억이 확실하다면 여기는 분명 랑이 방 이었다. 그러고 보니 난 누구였더라.. 아, 어제 가출한 사 랑해 씨 였지 참..... 그럼 왜 가출한 나는 다시 집에 있는거지 그것도 랑이 그놈 방에서. 그리고 내 몸은 왜 이렇게 울렁거리는 거지...?

‘어째서....?’

멍한 마음이 좀처럼 다시 잡아지지 않았다. 추운 방안에 이불에서 나오기도 싫었고 멍을 때리니 뭔가 스트레스도 없어지는 것 같았다. 에이잇! 깨어나라 나여! 나는 오른쪽 뺨을 쎄게 때려 정신이 들도록 온몸을 흔들었다.

“나 미친거 아냐?!!!!!!”

몸을 흔든 덕분일까 제정신이 든 나는 집 복도까지 목소리가 울리도록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마저 왼쪽 뺨을 때렸다. 될 수 있다면 이것도 꿈 이었으면!!!

‘나 왜 여기 있냐!!!!!’

덜컥

내가 막 제정신이 들고 막 지금 현실에 부정하고 있자 옆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딘가 익숙한 얼굴, 랑이었다. 랑이가 죽을 가지고 온 모양인지 작은 탁자 채로 방안을 들어왔다. 나는 그저 그가 죽을 가져오는 것에 당황한 나머지 얼어버리고 말았다.

랑이는 내 앞으로 조그만 한 탁자를 올려놓고는 숟가락을 나에게 내밀었다.

“자 먹어”

랑이는 지친 얼굴로 탁자 앞에 나를 마주하며 앉았다. 그는 내가 먹는 것을 지켜볼 모양인지 내가 한술 뜨기를 기다리는 눈치였지만 여전히 나는 당황한 상태였다.

그러나 랑은 내 당황함에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는 내손에 숟가락을 쥐게 했다. 말라 비튼 입술, 수면이 부족해 보이는 두눈 그리고 무기력해 보이는 얼굴. 뭔가 그는 상당히 힘들어 보이는 것 같았다. 내가 계속해서 랑을 바라보자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숟가락을 빼앗고는 죽을 한입 떴다. 그리고 나에게 내밀었다.

“먹어”

“야 장난하냐?”

그의 말에 나는 살짝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그의 밥을 거부했다. 나는 차가운 얼굴을 하고는 헛웃음을 찼다. 마치 아무일 없다는 듯이 자신을 대하는 랑이가 짜증이 났다. 그러나 랑은 뭔가 온순해진 얼굴로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치환, 이라는 형이 형 데려가도 된다고 했어. 그러니까 먹어”

“웃기지마 나 나갈거야 꺼져”

나는 계속해서 랑을 노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 죽이 놓인 작은 탁자를 침대 바닥으로 옮기고는 이불을 내 몸에서 걷었다. 그리고 침대에서 내려가는 찰나 랑은 내손목을 붙잡아 그대로 움직일 수 없게 붙잡았다. 랑은 한손으로 나를 잡고는 다른 한손으로 죽을 조금 푼 숟가락을 나에게 내밀었다.나는 랑에게 저항조차 하지못하고 잡혀있는 손 때문에 그에게 이미 포박 당한 상태였고 그를 무섭게 올려다 봤다. 그는 하아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먹어”

“싫어”

“먹으라고!!! 제발.....좀....!”

아까부터 차분했던 랑이 드디어 언성을 높였다. 그의 뒷말에 약간 흐린 눈물기가 있는 듯 했다. 랑은 내가 계속 안먹으려고 거부하는 숟가락을 창문으로 집어 던졌고 곧이어 왼손으로 내 어깨를 잡아 침대에 눕혔다.

저항하려 해봤지만 역시 움직여지지 않았다.

“너희 가족 생각하면 이제 역물이 나와!! 이제 싫어! 이제 더 이상은 너 때문에 안살거야!!!”

눈물이 흘렀다. 어제 저녁만 해도 술을 먹으며 랑이에게 갈땐 눈물따윈 흘리지 않을 거라고 다짐 했었지만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내가 그에게 발악하듯 소리지르자 그는 잠시 입을 꾹 다물더니 두손으로 내 두손을 잡아 그대로 내 품안으로 쓰러지 듯 안겼다. 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도 싫어...이제”

조용히 내뱉은 그의 말은 마치 땡깡 부리는 듯한 투의 말이 눈물과 함께 들려왔다.

“할머니도 원래 싫었고 엄마도 싫어. 그냥 형 괴롭히는 인간들 전부다 죽여버리고 싶을 만큼 싫어”

조금 험한말이 살짝 나를 움칫 하게 했다. 그리고 그는 말을 이었다.

“그래도 형이 싫다고 했잖아. 남 싫어하는거 싫다고 했잖아. 그래서 안 싫어하려고 노력하는 건데 왜”

“.....”

“왜 형은 나를 미워해?”

약간 원망하듯이 말하는 랑은 내 손목을 쥐고 있는 힘을 풀었다. 그러나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싫어. 나 미워하지마. 난 죽을 거야”

랑은 내품에서 얼굴을 들어 나와 가까운 거리로 두눈에 눈물을 흘리며 바라봤다.

“날 죽이려 하지마,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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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1-19 00:52 | 조회 : 2,567 목록
작가의 말
얌얌이보고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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