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내가 널 사랑하는 일따윈 없을 거야

랑이가 내 형이 된 후로부터 한달이 지났다. 달라진게 있냐고? 그다지 눈에띄게 차이나는 일은 없었다. 다만 랑새끼가 더욱 싫어진 것 뿐. 예를 들면 랑이는 이제 내가 요구하는 일에는 모두 형소리의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형~해봐”한다면 때리고 협박하면 끝나는 일이니 문제될건 없었다. 덕분에 랑이의 몸에선 매일 뼈 부러지는 소리가 울렸지만.

그리고 오늘, 하루하루 랑이와 싸우며 지내다가 내가 제일 위급한 날이 왔다. 바로 할머니가 오는 날. 보통 할머니가 온다면 멀리서 가족이 온다는 듯이 좋아해야겠지만 우리 사집안의 사영숙 여사님은 특히나 무서웠다. 말하자면 편애겠지. 할머니는 유독 랑이만을 편애하셨다. 이제는 그려러니 하겠지만 지금도 여전히 할머니가 오시면 나는 방안에서 나오는 날이 없었다.

할머니가 오시면 나는 어렷을 적부터 화장실도 가지않았고 시끄러운 저녁식사 시간에도 거의 혼자 밥을 먹었다.
아, 이얘기는 그만하자. 내가너무 불쌍해지니까.

일단은 마중정도는 나와야 하기 때문에 나는 후드티와 체육복을 입고 랑이와 정원으로 나왔다.
드디어 차 도착, 차의 바퀴가 멈춰지자 나는 침을 삼켰다. 차문이 열리자 엄마가 나오고 한복을 걸치신 할머니가 차밖으로 몸을 드러내셨다.
가장먼저 엄마는 나를 보자 방긋 웃었고 나도 햇쌀빛 받듯이 환하게 웃었다.

“우리 랑해 다 컸네. 키도 엄마보다 크고”

“그때 봐서 알잖아. 그리고 나는 원래 엄마보다 키 크거든요?”

랑이 저자식이 멀대같이 커서 작아보이는 것 뿐이지. 엄마가 나를 끌어 안자 나또한 엄마를 끌어안았다.
그러나 그게 심리를 건드렸는지 할머니는 미간을 좁혔다.

“애미야, 우리 장손주를 먼저 반겨야지 그러면 쓰겠냐!!”

장손주.
원래라면 나였으면 하지도 않았을 말.
나는 빨리 엄마와 떨어지고 엄마는 랑이에게 다가갔다.

“우리 랑이는 매일크나봐. 엄마한테 장가와도 외겠다”

“히히히, 나 엄마한테 장가나 갈까?”

엄마의 장난에 장단을 맞추는 랑이는 마냥 어리게 웃었다. 그리고 할머니는 손을 뻗더니 랑이의 머리를 쓰담았다.

“오구오구 우리 랑이 이 할미가 김치 담가왔다.”

“오!!!”

랑이는 엄지를 척 들으며 웃었고
나는 그대로 등을 돌려 집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인사를 해봤자 들어줄 분도 아니니까. 그리고 이내 등뒤로 혀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쯧쯧, 저 놈의 시키는 할미가 왔는데 인사도 안하는 것 좀 봐라”

나의 가슴을 찌르는 말, 그러나 지금간다고 해도 할머니의 욕은 심해질것이 분명했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위로 올라갔다.
그뒤로 할머니의 욕과 말리는 랑이와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시한채 헤드폰을 쓰고 만화책을 폈다.

할머니가 가기 전까지 하루, 내가 이방에 있을 시간 하루.



(1층 거실)
엄마와 할머니가 쇼파에 앉자 랑이는 자연스럽게 커피 잔을 들고 다가갔다. 딱 보아도 엄마 것 할머니 것 하며 두손으로 가져오는 것을 느꼈는지 할머니는 환하게 웃었다.

“아이구 우리 랑이 착하기도 하지”

“ㅋㅋ 할머니 저 18이에요 이거 갔고 뭘”

랑은 장난스레 머리를 뒤로 넘겼고 할머니는 뭐가 재밌는지 호호호하며 웃어댔다.
그리고 랑은 할머니와 엄마가 좋아하시는 연속극을 틀어주곤 베이글 빵과 또하나의 커피가 담긴 쟁반을 들고 계단을 올랐다.

“형아 주고 오게?”

“응, 그 먹보 안주면 삐질수도 있으니까”

랑이의 말에 엄마는 환하게 웃으셨고 할머니는 “착하다 착해.”하며 커피를 머금고 tv로 눈을 돌렸다.
어제 랑이가 야자가 끝나고 집에오는길에 발견한 베이글 빵집에서 산 딸기크림치즈 베이글이었다. 그리고 형이 좋아하는 캬라멜 마끼야또까지.

어느덧 만화책이 마지막 장으로 넘겨지자 나는 다음권을 찾으며 방을 뒤졌다. 그러다 얼마전 “이것 좀 읽을게!!!” 하며 17권을 가져간 랑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이 읽고있는 만화책은 16권..... 나는 조그맣게 욕을 내뱉곤 방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열리던 그때

“쫘잔!”
랑이 문앞에서 쟁반을 들고 나타났다.
깜짝이야!
그리고 내가 놀란 것이 재밌는지 베시시 웃었다. 쟁반위에 베이글과 캬라멜 마끼야또.....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뭐...뭐냐.....”

“어제 산 베이글하고 직접 만든 캬라커피(캬라멜 마끼야또 줄임말)지!!”

내가 좋아할 것을 알아챘는지 랑은 자랑스럽게 들고 있었다.
으아!! 베이글에서 빛이!!!
마치 천사의 유혹에 빠진 듯이 나는 쟁반에 손을 향했다. 그러나 뭔 장난인지 랑이는 재빨리 내손에서 쟁반을 내뺐다.

“뭐하자는 거지?”

“형 해달라는 거지^^”

랑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웃었고 나 또한 해맑게 웃었다. 아, 또 혈압이..... 우드득 우드득 깍지를 끼며 손을 푸는 나는 위협적으로 말했다.

“이걸 주는게 평화적일까 맞고 주는게 평화적일까?”

서로 피튀기는 일 없도록 하자구^^?

내말에 랑이는 위협을 느꼈는지 꼬리를 내렸다. 그리고 들리는 말.

“형아라구 불러주면 않되??”

애교를 부리는 녀석이 참으로 때려주고 싶게 생겼군 이내 더 이상 안된다고 판단되자 주먹을 휘둘렀다.

탕!!

처음엔 위협만 할 생각이었지만 본능적으로 움직인 랑은 몸이 기울려 쟁반 위에서 캬라커피의 잔이 떨어지고야 말았다.

안드애애애애애ㅐ!!!!!

나는 충격에 빠져 그상태로 얼어버리고야 말았다.
그리고 내상심이 보였는지 랑은 “괜찮아 또만들어 줄게!”하며 위로를 했다.
그리고 그때

타앙- 쨍그랑!

다행이 깨지지 않았던 유리컵이 순간 내 머리에 큰 충격으로 와닿았다.
흐르는 피.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화가 난건지 쌔액 쌔액하며 나를 노려봤다.

“니가 깡패여!!! 와 애를 때려 때리긴!!!!”

할머니의 언성이 높아졌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들은 건지 엄마가 올라왔다. 엄마는 내 이마에 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 비명을 질렀고 내게로 다가왔다.

“랑해야!!! 랑해 피가!!”

엄마는 손수건으로 내이마를 문질렀고 랑이의 얼굴을 보자 완전히 굳어버린 것이 보였다.

“내가 야 말고 다른애를 데려왔어야 했어!!! 지 키워준 은혜도 모르는 놈!!!!!”

할머니는 목이 쉴정도로 소리를 질렀다.

데.....려와,,,,,,?

나는 아직 잡혀지지 않는 초점에 꿇어 앉았고
혈압에 빨개진 할머니를 보자 랑이는 아무말없이 할머니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엄마는 계속 울먹이며 내 이마를 닦았고 나는 힘없이 입을 열었다.

“하아...엄마....데려....왔다니....?”

숨이 살짝 답답해지자 말이 제데로 나오지 않는다.

“랑해야 흑흑...”

“내가 묻잖아!!!!!”

내 언성이 집안을 울린다.
엄마는 내가 소리질른건 처음인지 놀란 모양이었다.
그리고 문득 든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하, 설마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굿이랑 점........그거보고 나 입양한거야.....?”

“...흑...”

“날 낳은게 아니라 단지 랑이 쟤 잘 되라고 입양한 거냐고!!!!!”

내말에 엄마는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미안해....흑..랑해야 엄마가 미안해...흐으윽”

말이 안나온다. 내가 단지 저자식을 위해서만 존재한다니.....
할머니가 점을 심각하게 믿는다는 것이 지금에서야 실감난다.
질린다......진심으로 이집안 질려도 너무 질린다.....
나는 옆에서 울고있는 엄마를 무시하고 몸을 일으켜 계단을 내려갔다. 여기서 내가 나가야만 한다.
조금이라도 나가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으윽...”

순간적으로 현기증이 나서 몸이쓰러졌다.
그리고 누군가 받쳐주는 기분, 랑이었다. 랑이는 내상태를 보자 평소 같지안게 진지하게 내몸을 부축했다.

“병원가자.”

“싫어”

“쓰러져!”

“내몸에 손대지마. 죽여버리기 전에”

내말에 랑이의 몸이 나와 멀어진다 그리고 조용해지는 우리 둘.
나는 또다시 벽을 짚으며 현관으로 갔다. 그러나 불안 불안한 내몸이 걱정되는지 랑이는 내앞을 가로막았다.

“꺼져라”

“싫어”

“내가 이런다고 너 좋아해 줄 것 같냐?”

분노를 느끼는 눈빛.
랑이는 내 눈빛에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비키지 않았다.

“나 좋아해달라고 이러는거 아냐. 그러다 형 쓰러져”

“형이라고 부르지 말아라.”

점점 심각해져간다.
그러나 계속 화가나는 기분은 없어지지 않았다.
기분 X같네....

눈을 크게 담아본다.
모든 가족이 나만을 따돌리는 모습과 엄마와 나의 모습.....나는 짧게 웃으며 사납게 눈을 떴다.
한번도 가족들에게 하지 않았던 싸울때의 눈빛.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일따윈 일어나지 않을거야”

절대로.

4
이번 화 신고 2017-05-14 21:53 | 조회 : 3,741 목록
작가의 말
얌얌이보고픔

이제 랑이랑 랑해 엮어볼까해서 진지모드로 올렸습니다^^ 역 방향된걸로 놀라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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