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계략(1)



마인의 몸이 리안의 위로 엎어지듯 올라왔다. 리안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다 들며, 혼란스럽기만 했다. 그러나 리안의 입술 위로 마인이 빈틈없이 제 입술을 덮기 시작하자 곧 사고가 정지되며 눈을 질끈 감았다.


입술이, 닿았다. 그것도 모자라서 마치 아기가 젖병을 빨 듯 부드러우면서도 집요하게 물고 있다. 리안의 볼이 확 붉어지며, 마인의 살결과 리안의 몸이 맞닿았다. 그의 온기가 몸에 그대로 전해지자, 리안은 왠지 부끄러운 느낌이 들어 어쩔 줄 몰랐다. 입 위를 덮고 있는 열기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서서히 녹여가고 있는 느낌에 마인을 밀어내려던 팔의 힘이 풀려 버렸다.



그대로 리안의 몸이 마인에게 제대로 안기자, 마인은 고개를 옆으로 살짝 꺾으며 어느새 붉어져 버린 리안의 입술을 다시금 덮쳤다. 입술 사이로 조금씩 흘러 나오는 리안의 열기가 너무도 달기에, 마인은 점점 본능적으로 리안을 탐하기 시작했다.


좀 더, 좀 더-




리안의 떨림이 몸을 맞닿음으로써 매우 자극적이게 마인에겐 다가왔다. 그때, 리안이 저도 모르게 입술을 살짝 열었다. 그 순간에 마인은 곧장 그 안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부드러우면서도 말랑한, 리안의 혀가 닿았다.


타액에 젖어들며, 더욱 단 숨을 내뱉는 것과 만나자 마인은 리안의 속으로 완전히 빠져들어갔다. 그렇게 입술을 혀로 쓸고, 부드러운 잇몸을 건드리고, 서로의 혀를 섞으며 숨 쉴 새도 없이 리안의 입을 먹어치운 마인은 리안의 눈물이 흐르는 것이 볼에 닿음과 동시에 집요하게 놓아주지 않던 입술을 떼었다.



"하아..하아..."


리안은 숨 쉴 새도 없이 그가 혀로 농락하는 통에 점점 괴로워져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제 몸을 완전히 덮고 있던 마인의 온기가 서서히 사라지자, 리안은 그제야 완전히 마인의 몸에 붙어있던 제 몸을 일으켰다.



멍하게 옷의 반이 풀려 어깨까지 내려와 버린 리안의 모습을 바라보던 마인은 순간 얼굴을 찡그렸다. 이로써 확실해졌다.



지금 마인은, 자신의 눈 앞에서 숨을 고르며 눈물을 훔치고 있는 이 소년을 먹어치우고 싶은 것이다. 그 정도로 좋아하는 것이다.



키스와 함께 그의 피부를,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는 유두를, 하얀 저 가녀린 목을 물고 농락하고, 만지고, 이 입으로 흔적을 하나 하나 남겨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되도록. 끝이 나지 않을 것만 같은 중독성 깊은 욕망에 마인은 스스로에 대한 한심함에 마른 세수를 했다.



리안은 타액이 흐른 입가를 손목으로 닦으며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그러니까, 마인이, 자신한테 키스- 를 한 것이다.



"이게.....화풀이의 방법-..인 건가요?"



리안이 조심스럽게 물어온다. 잔뜩 붉어진 저 엉망이 된 귀여운 얼굴로. 마인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래. 좋아하는 데 문제는 없다. 지금까지 리안을 싫어한다고 여겼던 것은 호기심을 숨기려던 마음 때문. 어머니의 죽음에 이 키스 한 번으로 자신의 본능의 끈을 놓치게 할 뻔 했던 소년은, 관계가 없다는 것 쯤은 눈치챈지 오래다.


그렇다면 조금은, 더 욕심을 내도 되지 않을까.




"아니. 그런 게 아니야."



마인은 힘이 풀려버린 리안의 몸을 다시금 끌어안았다. 단단한 단련된 몸이 리안에게 다시금 맞닿았다. 리안의 볼이 언제 식었냐는 듯 한번 더 붉어졌다.



"- 방금 일로 확실해졌어."



"..예?"



리안은 마인이 말한 것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곤 반문했다. 마인은 리안의 쇄골에 고갤 파묻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리안. 방금 일, 기분 나빴나?"



방금 일이란 말에 리안은 아까의 그 혀를 탐하던 온기를 떠올리곤 흠칫 몸을 떨었다. 두려움이나, 거부감이 아닌 오로지 부끄러운 듯 찾아오는 쾌감으로서.


"....아니요. 나쁜 건 아니었는데.."



"그럼 됐어."



마인은 피식 웃곤 전등의 불을 껐다. 그래. 아직까진 이 정도면 충분하다.

리안이 자신을 연인으로서 생각하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자신이 리안을 좋아하고 있음을 알았으니까.



완전한 어둠이 찾아왔다. 마인은 리안을 품에서 놓아주곤 잠을 청하려는 듯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 아까의 리안의 모습이 또다시 떠올랐다. 언제부터일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되어, 표현도 거의 하지 않던 자신이. 언제부터 이런 한 소년에 의해 마음이 두근거리고, 안고 싶어 미치겠고, 그 얼굴을 보면서 귀엽다고 느끼게 된 것일까.




리안은 진정되지 않는 가슴을 손으로 지긋이 누르곤 마인을 따라 다시 누웠다. 마인은 혹시 자신을 좋아하는 건가? 아니라면-...왜 그런 일을..?


그러나 아무리 혼자서 궁금해해도, 그 답은 마인에게 있겠지. 리안은 잠든 듯 한 마인을 바라보다, 붉어져 있는 볼을 매만지곤 자신도 잠에 빠져 들었다.




쉽게 잊히지 않은 온기로, 몇 번을 뒤척여야 했지만.





***




아침 햇살이 눈을 찔러온다. 리안은 흐릿한 시야를 비비며 눈을 떴다. 그러자, 자신쪽으로 몸을 돌려 곤히 잠든 마인이 보였다. 그가 있을 때 잠에서 깬 것은 왠지 오랜만인지라 리안은 조심스럽게 마인을 바라보았다.

저도 모르게 입술로 눈이 가졌다.



'미쳤다. 진짜.'



리안은 고개를 옆으로 흔들어 어젯밤의 일을 지우려 안간힘을 썼다. 다시금 얼굴에 열기가 화악 끼쳤다.


"읏."



'왜 나 혼자 부끄러워 하는 거냐고. 고작 키스일 뿐이잖아?'



리안은 다시 잠이나 자자는 생각으로 눈을 감았다.


그 후 다시 눈을 떴을 때, 마인은 나가고 없었다.



***



"황태자 님- 어제는 어째서 찾아오시지 않으셨던 건가요?"



지나가 별 감흥없다는 표정으로 마주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마인에게 물었다. 한층 꾸며 더욱 아름다운 지나는 왠만한 남성이라면 바로 빠질 듯한 색기와 매력을 동시에 뽐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마인은 지나에겐 눈길도 주지 않았다.



"평소에도 내가 널 찾아왔던가?"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콘들이 어두워진 지나의 표정을 보곤 마인의 옆꾸리를 툭 쳤다.


"그래도 영애께서 많이 보고 싶어 하셨다더라고요."


마인은 한숨을 내쉬곤 차를 찻잔위에 내려 놓았다. 콘들이 빨리 이 어색한 분위기를 어떻게든 해보라는 표정으로 눈짓했다. 마인은 그것을 깔끔하게 무시하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애초에 오늘 이 자리에 온 것도, 네가 할 말이 있어서가 아니었던가."



지나는 그 말에 언제 어두워졌었냐는 듯 표정을 다시 밝게 고치곤 미소를 지었다.



"네, 그게.. 리안.......-님이셨던가요?"



리안 이름에 마인의 시선이 처음으로 지나를 향했다. 지나는 그것에 자존심이 살짝 상했던지, 미간을 살풋 찡그렸으나 빠르게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 분이 워낙 시녀들 사이에서 유명하더라고요."



"흠...그래서?"



"황태자께서 요즘 리안님에게 부쩍 잘 해주신다는 얘기라던가-..."



알만하군. 약혼녀인 자신에게도 관심을 잘 주지 않는데 리안에게 쏟는 애정이 질투가 났다, 이건가. 마인은 감정에도 없는 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지금 그 녀석...아니 리안을. 어쩌라는 의미지."



콘들은 날카로운 비수가 담긴 리안의 말투에 망했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지나는 여전히 흐트러지지 않는 웃음을 지었다.



"그냥...저도 한 번 뵙고 싶다는 얘기였어요. 그렇게나 황태자께서 아끼시는 아이니."



마인은 웃음을 얼굴에서 거두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귀찮게 굴지 마라. 네 녀석을 약혼녀로 인정한 것은 내 아버지지, 내가 아니니까. 조금이라도 내 눈에 어긋나게 군다면 약혼녀는 뭐든 죽여 버리겠다."



진심이 담긴 살기. 지나는 눈꼬리를 곱게 접었다.



"명심하지요."



그렇게 마인이 미련 없다는 발걸음으로 콘들을 데리고 별궁을 나가자, 지나의 은은한 미소가 걸려 있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언제까지 날 홀대하실 수 있을까, 나의 황태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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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06 15:16 | 조회 : 3,514 목록
작가의 말
렌테

감사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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