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표식

"자려면 위에 올라가서 자."
"집에 가?"
"응. 지금 바로는 안 갈건데. 가긴 갈 거야."

나는 형의 팔을 풀고 허리를 세웠다.

"자고 가."

형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앉아있는 나의 허리를 다시 감싸 앉았다.

"나도 아쉽지만 지금 집에 엄마가 있어서 안 돼. 안 돼."
"단호해."
"우리 일주일만 참자."

하고 나는 얼굴을 숙여 나를 감싸고 있는 형의 팔에 쪽쪽 거리며 뽀뽀를 해주었다.
계속 있으면 더 가기 싫을 것 같아 일어났다.

"더 있다가는 가기 싫을 거 같으니까 일어날래."
"기다려봐 옷 줄게."

형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옷을 찾으로 갔다.
난 입고 왔던 티셔츠를 찾아 손에 들고 거울을 보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갔다.

"난리 났네."

꽃이 핀 것 마냥 온몸이 울긋불긋 물들어 있었다.
들고 있던 옷을 입고 다시 거울을 바라봤다.
옷을 입어도 다 보이는 쇄골에 남은 강렬한 자국을 만지작거리다 화장실을 나왔다.

형은 혼나기 직전 강아지 마냥 안절부절 하며 나에게 옷을 줬다.

"난 괜찮은데."
"응?"
"뭔가 표식 같아서 좋아."

난 형의 옷을 입으며 말했다.

"그럼 맨날 만들어도 돼?"
"근데 너무 들어나는 곳은 좀..."
"알았어 알았어."
"보는 내가 다 부끄럽단 말이야.."

난 곤란하다는 듯이 표정을 지었다.

"진짜 누구 닮아서 이렇게 귀여워."

나를 형의 품속에 넣고는 꼭 껴 앉아 주었다.
난 형의 허리를 토닥거리며 말했다.

"나 진짜 갈게."
"응.."
"내일도 공부해야 되니까."
"무슨 공부?"

형은 능글맞은 목소리로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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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5-30 00:02 | 조회 : 2,987 목록
작가의 말
반하나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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