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남자친구


형은 입안에 있던 걸 다 씹어 넘기고는 나를 가만히 쳐다본다.

"아니 그게..."

나는 부모님의 전근사실과 함께 어제 했던 얘기들을 해주었다.
형은 곰곰이 생각하는 눈치였다.

"아, 나야 좋은데..우리 사이 말씀드려야 하는 거 아니야?"
"그...그런가..."
"응."
"일단 형은 괜찮지!"
"응."

그러고는 먹고 마시며 오늘 있었던 얘기 별 영양가 없는 얘기 하고는 금방 일어났다.

"벌써가게?"
"응, 엄마한테 말하러 가야지, 이번 달은 일찍 온다고 했었어."
"그래, 그래."

형은 아쉽다는 얼굴로 나를 보내준다.

"이 앞에까지 데려다 줄게."
"괜찮은데."
"버스 정류장까지만 가 줄게."
"나야 고맙지."

형은 겉 옷 하나 챙겨 입고는 현관에 서서 나를 기다린다.
나도 금방 가방을 챙겨 신발을 신었다.

"안 나가고 뭐해?"

나를 빤히 보더니 쪽- 소리가 나게 짧게 입을 맞춘다.
기습으로 들어와 당황해 얼굴에 열이 오른 느낌이다.

"가자."
"아 진짜, 놀랬잖아."
"너무 예뻐서 안 할 수 가 없더라고."
"말은."

걸으면서 도란도란 얘기 하며 정류장에 도착했다.

"간다."
"응."

생각 보다 금방 온 버스에 올라탔다.
아쉬움에 창가에 앉아 창문을 열고 형에게 손 인사를 해주었다.
형도 나와 함께 손 흔들며 인사해주었다.

금세 버스에서 내려 집 안으로 들어갔다.

"다녀왔습니다."
"어? 엄마만 있네. 아빠는?"

엄마 혼자 거실에 앉아 TV를 보고 있기에 옆으로 물었다.

"네 누나랑 방 보러갔어."
"벌써?"
"좋은 방 누가 가져가면 안 된다고 방방 뛰어서."

그 모습이 상상돼 고개를 가로저었다.

"엄마."
"응."
"나도 집구했어. 걱정 말라고."
"진짜? 생각보다 빨리 구했네. 어제 말한 친구 집?"
"응, 근데 그냥 친구 아니라 남자친구야."
"아...그래? 뭐?!"

엄마는 TV화면에 고정했던 눈을 나에게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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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4-24 02:19 | 조회 : 2,748 목록
작가의 말
반하나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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