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동거

생각지도 못 한 전개에 누나와 난 놀라 두 분을 번갈아 봤다.

"아니 그럼 우리는?"
"너넨 학교 다녀야 되니까 여기서 지내는 게 맞는데."
"그럼 뭐 방이라도 구해 줄 거야?"

누나는 약간 기대 한다는 듯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매일 입에 달고 다니던 게 자취였는데, 이 기회에 하고 싶은 모양이다.

"근데 우리도 전근 가서 집 구해야하고 너네 둘다 구해 주는 건 좀 힘들지 않을까 싶어서."
"주변에 룸메 같은 거 구하는 친구 없어?"

"응, 난 없어."
"아....언제가는데?"
"다음달?"
"왜 그리 빨라."

순간 머리에 스치는 건 해준이형이였다.

"나 혼자 살게, 넌 동거해."
"아, 뭐라는 거야. 나도 물어 봐야 돼."
"동거라니?"

엄마는 동거라는 말에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얘 남친."
"뭐? 남친?"

눈치 없이 줄줄이 말하는 누나의 발을 밟으며 부인했다.

"너 남자친구 있어?"
"아니 친구야, 친구. 내가 한 번 물어 볼게. 이제 뭐 말 할 거 없지?"

게이인 걸 이미 아시지만 뭔가 아직 남자친구를 만나고 있다고 말하기엔 어렵다.
남자친구 집이라고 하면 좀 탐탁지 않을 거 같기도 해서
아무렇지 않은 척 천천히 일어나 방으로 들어 왔다.

시간도 늦었으니 내일 물어 보기로 하고 불 끄고 침대에 몸을 담았다.
형과 한 집에 사는 생각에 뒤척였다.
안 될 수도 있는데도 생각만으로 도 좋아 입고리가 자꾸 올라간다.

학교에 갈 시간에 맞춰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대충 빗고는 집을 나섰다.
퇴근 시간에 맞춰 전화 하고 싶어 얼른 수업이 마쳤음에 교수님의 말이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형, 오늘 정시 퇴근이야?'

마지막 30분이 왜 이렇게 늦게 가는지 형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마도? 왜?'
'그냥 강의 따분해서.'

빠르게 오는 형의 답문에 나도 빠르게 답해 주었다.

'수업에 집중하시지?'
'이제 다 끝나가서 중요한 애기 안 해'

"자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마치겠습니다."

형과가 몇 번 주고받으니 금세 수업이 끝이 났다.
얼른 가방을 싸고 강의실을 나와 형의 집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얼마 걸리지 않아 집에 도착했다.
익숙하게 번호를 눌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0
이번 화 신고 2017-04-24 02:17 | 조회 : 2,559 목록
작가의 말
반하나55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