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라면 먹고 가

형은 잠시 멈칫하더니 나를 꽉 껴안아 준다.

"응, 오늘 힘들었어."

나는 대답하듯이 형을 더 꽉 안아주었다.
그러고는 형은 나를 놓아주고는 심술 난 얼굴로 말을 이어나갔다.

"연락도 없이 놀래 키지 마."
"아 미안, 미안. 너무 보고 싶어서 학교마치고 바로 왔어."
"나도, 많이 보고 싶었어."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는 베시시 웃었다.

'쪽'

나는 형에게 짧게 입맞춤을 하고는 품에서 벗어났다.

"밥 먹었어?"
"아..아니."
"그럴 줄 알았어. 집에 뭐 먹을거 있어?"

나는 냉장고쪽으로 방향을 틀며 말했다.

"아, 아니. 없어."

냉장고 문을 여니 형의 말대로 먹을게 하나도 없었다.

"라면은 있어."
"그럼 일단 나도 배고프니까 라면 먹자."

나란히 냄비 앞에 서서 물이 끓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다 형 잘 못이야?"
"응..."
"진짜?"
"응..."

형은 스프를 뜯어 넣으며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아니 뭐 문자보니까. 나한테 고백했던것도 잘 못 했다고 할 기세던데."
"아..그건아니지."
"알아알아. 자꾸 그렇게 침울해 있지말라고 진짜!"

계속 침울해 있는 형의 모습이 답답해보여 말했다.

"그럼 찬이 엉덩이 만져도 돼?"
"갑자기 그리로 틀지 마."

하며 이미 나의 엉덩이를 만지고 있는 형의 손을 세게 쳐내고 면을 넣었다.

"찬아 라면 먹고 자고 가라!"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데,
내가 화를 냈었어서 그런지 나에게 애교 섞여 말하는 형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

"라면만! 먹고 갈거야."
"진짜?"

하고 나의 엉덩이를 만지던 손이 나의 셔츠 안으로 들어 왔다.
나는 그런 형의 발을 발아주고는 다 끓여진 라면을 들고 식탁에 올려놓았다.

"불기 전에 라면이나 먹어."

아쉽다는 듯이 식탁에 앉은 형은 라면을 건져 먹었다.

"다음에 또 깜짝 방문 할 때는 자고 갈게."
"오오."
"오늘은 화해만 하러 온 거니까. 이걸로 만족해."
"다음에 와서 말 바꾸기 없기야."
"당연하지!"

형은 한층 더 밝아 진 얼굴로 라면을 깨끗이 비워내고는 설거지까지 끝냈다.
난 현관 입구에 놔둔 가방을 들어 올려 메고 신발을 신었다.

"가?"
"응."
"진짜 가?"
"그렇게 쳐다봐도 갈거야."

형은 아쉽다는 듯이 바를 바라봤다.
난 그런 형을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왜?"

무방비의 형의 입술에 키스해주고는 얼른 현관문을 열었다.

"담에 또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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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4-01 01:39 | 조회 : 3,247 목록
작가의 말
반하나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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