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해준시점-


"아, 진짜."

핸드폰을 들고 자판을 눌러가기 시작했다.

아침에 힘들다는 애랑 해버리고,
놀리는 재미에 그만두라는 말에도 계속 장난치고

이 외에 자신의 마음대로 이끌어 나갔던 상황들도 생각나면서
쓰다 보니 점점 길어지는 장문의 반성문을 전송 시켰다.

나 없는 동안 힘들지 않았는지, 어땠는지도 묻지 않은 게 생각나 더 미안함이 몰려왔다.

곧 바로 손에 느껴지는 진동에 얼른 화면을 눈앞에 가져댔지만

'주은혜'

은혜의 이름에 힘이 빠져 전화를 받았다.

-응, 어때?

-다음 주에 연락하면 받을 거라고 전해 달라던데

-아, 그래?

-싸웠어?

이와 중에도 이녀석은 재미있다는 듯이 장난기 서린 목소리로 물어 온다.

-그런 거 아니야.

-됐어, 캐물을 생각 없어. 중간에 끼고 싶지도 않고.

-그래, 고맙다.

은혜는 간단하게 전할 것만 전하고 통화를 끊었다.

침대위에 걸터앉아 상체만 옆으로 누웠다.
은찬이의 냄새가 남아있는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그렇게 마음 불편한 채 주말이 흐지부지 지나갔다.

그대로 잠이 들었던 건지 불편한 자세로 잠에서 깨어났다.
언제나의 아침처럼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하루 종일 은찬이 생각에 한 번도 안했던 지각까지 하면서
언제 연락이 올까하는 생각에 잦은 실수를 했고 이에 욕 한바가지 얻어먹고
야근까지 하고 겨우 퇴근했다.

아...주은찬..보고싶다...

그렇게 끝까지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힘없이 걸어가며 집을 올려다보는데 창문으로 불빛이 새어나온다.

잘 못 보고 있는 건가하며 얼른 올라가 현관문 앞에 섰다.
비밀번호를 천천히 누르고 문을 열었다.

환한 거실과 거실 한가운데에 은찬이가 앉아있다.

"무..뭐야..."
"왜 이렇게 늦게 와!"
"으...은찬이야?"

은찬이는 자리에 일어나며 나에게 다가왔다.

"기...기다렸잖아."
"오늘..야근했어..."

대화가 끊기고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은찬이는 아무말 없이 나에게 다가왔고 멍하게 있는 나를 안아주었다.

"어서와. 오늘 하루도 힘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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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4-01 01:35 | 조회 : 3,024 목록
작가의 말
반하나55

진짜..학교나 직장 다니면서 연재하시는 분들 대단한거 같아요.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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