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화났어

난 잔뜩 화가 나 여기저기 떨어져 있던 옷을 주워가며 입고 현관으로 향해 가 신발을 신었다.

"화났어? 진짜 화났어?"

내 뒤를 쪼르륵 따라온 형은 물에 젖은 생쥐마냥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그 모습에 심쿵당한 나를 미친놈이라 생각하고는 현관문을 열었다.

"화났어. 당분간 화 안 풀거야."
"은찬아..."
"전화하지 마."

하고 씩씩거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가는 길에 형에게서 계속 전화가 왔지만 무시하고 전원을 꺼버렸다.
집에 도착하니 외박했다고 놀리는 누나를 무시하고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었다.

"아...심했나."

화는 이미 집에 도착한 순간 다 풀렸었다.
형에게 처음으로 화를 낸 거여서 오만가지 생각을 다했다.

'너무 정색했나..'
'조금만 참을걸.'
'이렇게 까지 화낼 일 아니었는데.'
'나 왜 그랬지.'
'내가 미안하다고 해야 하나.'
'먼저 말 걸까.'

나는 애꿎은 베개를 때리며 화풀이를 하고 있는데 노크를 하며 누나가 들어왔다

"야, 주은찬."
"왜?"

조심스럽게 들어오는 누나가 낯설어 형의 연락을 받고 나의 상태를 확인해 보러 온 것을 눈치 챘다.

"형이 나 어떻냐고 묻디?"
"형? 뭐 해준이? 걔가 왜, 왜?"
"거짓말 다 티나."

누나의 서툰 거짓말에 괜한 심술이 났다.

"다음주에 연락하면 받을 거라고 전해줄래."
"아? 어? 그래...가 아니고 그런거 아니라니까."

당황해 하는게 맞는 모양이다.

"싸움중간에 괜히 끼지 말고 가만히 있어."
"얘는 내가 뭐라 했니."

그러고는 나에게 쉬라는 말만 남기고 내 방에서 나갔다.
난 또 누나에게 한 소리를 후회하고는 폰의 전원을 켰다.

아까보다 더 늘어난 부재중과 문자 한통이 와 있었다.
열어보니 미안하다는 장문의 문자에 없던 서운함까지 눈 녹아내리듯 사라졌다.
당장 보러가고 싶은 마음에도 자존심 때문에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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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3-15 15:29 | 조회 : 3,355 목록
작가의 말
반하나55

한달 동안 쉬어 놓고 이런 분량이라 죄송해요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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