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권시우

이 녀석들을 처음 만난 건 교양수업에 3인 1조로 조를 만들어 라는 교수님의 말에
혼자 수업을 들었던 나는 내 옆자리에 둘이서만 앉아있는 녀석들에게 같이하자고 말했더니 흔쾌히 승낙했고 조별모임 첫날에 바로 나와 같은 성향이라는 걸 눈치 챘다.
둘이서 그렇게 핑크빛 오오라를 뿜는데 모르는 사람이 이상한거지.

"너네 밥은?"
"아 맞다. 우리 시우 뭐 먹고 싶어?"

염장 지르는 것도 아니고 나도 같은 동성애자이니 내 앞에선 서슴없이 애정표현을 하는데
볼 때마다 옆구리가 시려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아직도 꿀이 뚝뚝 떨어지는걸 보면 호호할아버지 되서도 저러고 있을 것 같다.

"그만하고 밥 먹지?"
"은찬이는 아직 없어?'

시우의 해맑은 얼굴이 악의가 전혀 없다는 건 알지만 마음의 상처는 어쩔 수 없다.

"누구 놀리냐."
"왜 시우한테 큰 소리야."
"은찬이 화...났어?"
"아냐아냐. 그냥 옆구리 많이 시려서."
"좋아하는 사람도 없어?"
"아..그...그게..."

눈치가 빠른 현서가 한 번 더 물었다.

"누군데?"
"좋아하는 사람 있어?"

현서의 질문에 시우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아...아니 그런건 아니고."
"있네. 있어."
"어? 진짜. 있는거야?"

계속 되는 추궁에 우산남의 애피소드를 말해 주었다.
시우는 우산이야기가 웃겼는지
시끌시끌하게 웃다가 오늘의 이야기까지 모두 해주니 내손을 잡고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은찬아. 운명이야. 그 형을 잡는 거야."
"그게 뭐 쉽나."

진지한 표정마저 귀여운 시우에게 고맙다는 듯이 웃어 주었다.

"뭐, 일단은 더 친해져 보던가."
"응."
"일단 일주일에 한번은 확실히 만날 수 있는 거니까."
"노력해 볼게."
"은찬이 화이팅!"

시우의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는 모습을 따라했다.

"응. 화이팅!"

밥을 다 먹고 셋이서 얘기를 나누다 보니 다음 전공 시간이 다가와 헤어진 뒤
강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도 따분한 교수님의 말씀을 다 듣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업이 끝이 났다.

진짜 OT는 와도 의미 없는데 왜 이렇게 꼬박꼬박 출석하는지.

같은 생각에 한숨을 쉬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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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2-12 17:31 | 조회 : 3,253 목록
작가의 말
반하나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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