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게이 아니야

"아니 이건 또 뭐야."
"아니, 오빠 무슨 시트콤 찍어요?"

혜진이는 카운터에서 웃음 참기 힘들다는 듯이 웃었다.

"아니 내 우산 비닐우산 이라고 무시하는 거야 뭐야, 자기우산은 찾으러오면서 남의우산은 왜 또 안 가지고 오냐고."
"아, 진짜, 오빠 웃겨 죽겠어 아주."
"그만 웃어."
"아니면 오빠 좋아해서 이러는 거 아니에요? 계속 보려고."
"이 세상 남자들이 다 나 같이 게이가 아니거든."

계속 웃으며 말하는 혜진이에게 그만하라고 말해주곤 매장을 나왔다.

'아니 생각해봐도 웃기네 진짜. 이 무슨. 어이가 없네 진짜. 이게 다 비 때문이야.

집으로 가는 길에 우산을 쓰고 가면서도 어이가 없어 괜히 비오는 날씨에 화를 낸다.
다음날엔 어제 쏟아져 내린 게 거짓말인 마냥 맑다 못해 햇빛이 따가운 날씨였다.

'이 좋은 날씨에 난 알바나 해야 한다니.'

라는 생각은 잠시 늦잠을 자서 바쁘게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재빨리 집을 나섰다.

"나 오늘 늦게 일어나서 나오느라 정신없었는데. 오늘 우산남 안오겠지."
"맨날 비올 때만 오는거 보면 오늘은 안 오겠죠."

하고 말끝나기 무섭게 우산남이 들어왔다.

"어서오십시오."

웬일인지 우산얘기는 안 꺼내곤 아메리카노 한잔을 주문하고 매장을 빠져나갔다.

"아니 다행인건가."
"그러게요. 내일은 우산 들고와요."
"응, 그래야겠다. 이 불안해서 일하겠냐."

다음날에도 비오지 않은 날에 검은색우산을 들고는 출근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도 우산남은 오지 않았고, 나도 까먹고 있었을 쯤
우산남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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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2-07 00:41 | 조회 : 3,921 목록
작가의 말
반하나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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