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이거 쓰세요.

나는 우산남 얘기를 해주었고, 얘기를 다 듣더니 웃으며 놀려댄다.

"야, 무슨 그렇게 꼬여?"
"아 그니까."
"근데 너 우산 준거면, 넌 뭐 쓰고 다녀."
"아, 그러네. 내일도 비온 다던데."

그 검은색 우산 쓰고 다닐 수도 없고.
그저 자신의 바보스러움에 감탄을 할 뿐이다.

다음날 아침 여전히 비가 주륵주륵 내리는 하늘을 보고는 한 숨 쉬며 출근할 준비를 한다.
우산 앞에 서서 3초 망설이다. 주인이 따로 있는 검은색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선다.

"아 근데 그 사람 나없을 때 오면 어떻게. 나 이 우산 하나밖에 안 들고 왔는데."
"그럼 오늘 안 오길 비는 수밖에."
"우산 하나 잘 못가지고 갔다가 이 무슨 봉변이야."

그렇게 퇴근 시간이 되었고, 그 우산남은 오지 않았다.

"일단 쓰고 간다."
"만약에 오빠 가고 오시면, 잘 말씀드릴게요."
"응, 고마워."

그 뒤 일주일이 지났지만, 그 우산남은 오지 않았다.

"뭐야, 무슨 또 두 달 뒤에 오는 거 아니야?"

내 말이 웃긴지, 혜진이는 소리 내어 웃었다.
나는 유니폼을 벗었다.

"아휴, 나 퇴근해."
"내일 봅시다."
"응."

여전히 비가 주륵주륵 내리는 밖을 보고 한숨 쉬고는
매장을 나서려고 하는 순간 문이 열렸다.

-딸랑

"어서오십시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바로 그 우산남이였다.

"아, 저기 그 안녕하세요. 박..해준님."
"아 네, 우산 찾으러 왔습니다."
"아, 여기."

난 내가 쓰고 가려고 손에 들고 있던 검은색 우산을 건내 주었고, 우산남을 멀뚱히 쳐다보았다.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에 정적이 흘렀다.
답답함에 내가 그 정적을 깨곤 입을 열었다.

"아, 저기...제 우산은...."
"아, 지금 없는데요."

너무 당당히 없다고 말하는 그 남자의 어이없는 대답에, 나는 당황해 했고,
우산을 찾으러 왔다가 도리어 우산을 돌려 달라는 말에 당황해 보였다.

"아니...저기.. 제가 지금 퇴근하는데 쓰고 갈 우산이 없는데..요...."
"......"

한 3초 정적이 흐르더니 자신이 쥔 검은색우산을 나에게 다시 주었다.

"이거 쓰세요."
"네?"

난 이게 무슨 상황인지 순간 머리가 안돌아가선 멍하게 우산남과 우산을 번갈아 바라보았고
우산남은 우산을 다시 한 번 내 쪽으로 내밀며 "쓰세요." 라고 말했다.
얼떨결에 받아들이곤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그 뒤에 우산남은 바로 매장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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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2-07 00:39 | 조회 : 3,883 목록
작가의 말
반하나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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