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2부 시작) 1년의 공백-하늘

2부네요.ㅎㅎ 2부도 잘 부탁 드려용ㅎㅎ

어떻게 보면 별 것도 아닌 이야기-나중에 생각하면 이불킥을 하며 손 발이 오그라 들 것 같은-를 꽤나 오랫동안 한 그들은 왜지 모르게 지쳐 조용히 쇼파에 있었다.

".........."
".........."


한참 이어지던 부드러운 침묵을 먼저 걷어낸 건 카르였다.

하늘의 무릎을 베개 삼아 누워 있던 카르가 몸을 일으켜 앉아 하늘의 어깨에 팔을 둘러 몸을 밀착시켰다. 그러고는 하늘의 귀에 속삭이는 말은 겨우 '배고파' 였다.


"그래? 흠. 뭐 시켜 줄까?"
"움.... 내가 먹고 싶은거 줄거야?"


카르가 베시시 웃으며 말하는데 왜지 모를 불길함을 느낀 하늘이 거림찍한 표정으로 고민 하다가 아니라고 말하면 카르가 실망할 거란 생각에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의 무언의 긍정에 신난 카르는 눈을 빛내며 '와!!' 하고 손을 번쩍 들어 방방 뛰었다. 이제 어엿한 성인의 모습인 카르지만 성장이 빨라서 였는지 신난 모습에 옛날 어렸을 때의 카르가 겹쳐 보이는 것 같았다.

'귀여워'

얼굴도 체격도 옛날과는 아주 많이 다른데도 꼬마를 보는 듯한 느낌에 하늘은 피식 웃고 조금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머금었다.

하늘이 입에 따뜻한 커피를 머금고 향을 음미하고 있는데 거실을 방방 뛰며 돌아다니던 카르가 눈을 더욱 빛내며 하늘에게 성큼성큼 걸어 와 눈을 빛내며 순식간에 하늘의 바짓 속에 손을 넣어 물건을 움켜 쥐었다.

"형형! 형 우유 줘!"
꿀꺽-

당황스러움에 입에 머금고 있던 커피가 침을 삼키듯 넘어 갔다.








"씨잉.... 형 좋아..! 아니, 미, 미미미 미우워어!"
"응. 나도 너 좋아."

꼼짝 없이 담요로 동동 동여 매진 카르는 미워를 힘겹게 말하며 하늘은 째려 봤다. 그래 봤자 하늘에게는 마냥 귀여워 보였지만, 뭐 어쨌든 노려 보는데 그 눈에서 꿀이 떨어져도 일단 노려 본 건 노려 본거였다.

"씨이.... 내가 먹고 싶은거 준다며..!"
"정액은 먹는거 아니다."

공에게만 순진수이며 다정수인 그 이지만 본래의 성격은 어디 안 가는지 단호할때는 단호박을 넘어서 단호박마차가 돼서 카르렐라를 태울 기세였다.


계속 씩씩 거리는 카르지만 그런 단호한 모습에 또 심쿵! 했다는건 안비밀.


"네가 좋아하는 피자 시켰으니까 배고파도 좀 만 참아."
"피자 말고 형 정액!"
"그거 먹는거 아니라니까?"
"맞거든?! 게다가 지금까지 형도 내 거 먹었잖아."
"응. 그래. 먹을 거 맞네."
"그치??"

미침내 얻어낸 하늘의 긍정에 카르가 환하게 웃었다.

"근데 그거 불량식품이니까 먹으면 안 돼."

하지만 이어지는 하늘의 말에 카르의 표정이 금방 썩은 물고기를 먹은듯 구겨졌다.

"음.... 역시 그거 지지야 지지."
"이익..! 맛있는데 왜 지지야!"
"맛있으니까 불량식품이지. 불량식품은 지지야."
"............"

저건 무슨 궤변인가.

카르가 허망하게 하늘을 보고 있을 동안 하늘은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아침 밥 먹으면서 마법으로 자신을 가지고 놀던 카르를 떠올려 '잘못하면 하루 종일 당한다.'(뭘?) 생각한 그가 카르를 반 협박해서 얻어낸 약속. 자신의 동의를 얻고 마법 쓰기.

그 때문에 마법도 못 쓰고 욕정(?)에 이글거리는 눈 으로, 카르를 잔뜩 약올려 기분이 좋아진 표정의 하늘이 상의를 벗고 있는 것을 지켜 봤다.

사르륵-

달려드는 카르를 제압할 때 아직 다 마시지 못한 커피가 온 몸을 적셔 몸 전체가 끈적이는 듯한 느낌에 하늘이 표정을 바꿔 인상을 썼다가 누에고치마냥 돌돌 말려있는 카르를 보고 좁아진 미간을 폈다.


"난 씻고 나올게."


그리고 여유롭게 카르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고 방으로 들어갔다.


달칵 뚜벅뚜벅... 달칵


눈만 도르륵 굴리며 귀를 쫑긋 세우고 있던 그는 욕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마법을 써서 담요를 치워냈다.

펄럭-

"흥. 복수할거야."

그리고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하늘의 방 문을 살며시 열었다. 그리고 헉하고 숨을 들이 마셨다가 다시 슬며시 닫았다.

심장이 벌렁벌렁 뛰어대는 것을 느끼며 들이 마셨던 숨을 내 쉬지도 못하고 담요를 제 몸에 다시 돌돌 말고 처음 담요에 묶여 있을 때처럼 누웠다.

모든걸 원 상태로 돌려 놓고서야 들이마셨던 숨을 내 뱉었다.

"나 다시 담요 두르고 누웠어 형."
"또 마법 쓰면 혼난다."
"웅"

하늘이 카르에 의해 다시 닫힌 문 넘어에서 말하고 이번엔 진짜로 욕실로 들어갔다.


인간의 몸이어도 영혼은 드래곤인지라 일반인 보다 다섯 배는 좋은 청각에 물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야 카르가 안도의 한 숨을 쉬고 두른 담요를 풀어 일어나 앉았다.

"이상하네. 어떻게 내 감각을 속이고 문 앞에 있었지?"

카르는 고개를 갸웃했다. 생각해 보니 정말 이상한 상황 이었다. 인간이 드래곤의 감각을 속였다?

그건 그 재수없는 흰둥이의 약물을 복용해야 가능한 일 이었다.

"정말 미친 놈이었지. 그 흰둥이."

문득 떠오르는 과거에 인상을 찡그렸다.










"따뜻하다."

머리를 감기 전에 따뜻한 물로 몸을 씼어냈다. 그리고 펌프를 누르자 손바닥에 차가우면서 하얗고 끈적한게 따뜻하게 데워진 손바닥에 짜졌다.

'정액 같다. 아, 정액치고는 차갑지.'

......
......
...?????
!!!!!!!!!!!!!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한거지? 세상에 샴푸를 정..... 같다고 생각할 줄이야!

내가 이러려고 카르랑 살았나 자괴감이 들.....
지는 않는데.

창백해진 안핵으로 소오오름이 돋은 몸을 다른 손으로 쓱쓱 문지르고 샴프를 머리 곳곳에 묻혔다. 그리고 비벼 거품을 냈다.

샴푸 냄새가 바뀌었네? 아닌가? 원래 이거였던가? 왜 갑자기 헷갈리지???

잘 뻗은 눈썹을 한 쪽 만 살짝 찡그렸다가 다시 폈다. 생각해 보니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 같다.

금세 거품이 몰랑몰랑 났다. 두피를 손 끝 지문으로 문지다가 따뜻한 물에 씻어냈다. 바디워시로 몸도 씻어내고 물을 끄고 나왔다. 그리고 수건으로 머리를 탈탈 털며 물기를 덜어냈다.

한창 털어내고 있는데

"혀엉~ 내가 마법으로 뽀송뽀송하게 말려줄까?"

문 밖에서 카르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목소리 들으니까 보고싶다.'


목소리 만으로도 심장을 쿵쿵 뛰게 만드는 카르. 기분 좋은 설렘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나 보다. 문득 거울을 보니 미소를 짓고 있는 내가 정말로 행복해 보인다.


'하늘씨! 표현하는건 좋은거예요! 물론 저는 하늘씨가 굳이 표현 하지 않아도 알지만 그래도 표현을 해 주면 그건... 진짜 저를 행복하게 해 줘요.'


"형~"

나를 재촉하는 목소리에 회상을 멈추고 몸에 물기를 닦고 골반에 수건을 둘렀다. 그리고 찰박찰박 걸어가 문을 열었다.

"에? 형 나 유혹하는 거야?"
"글쎄?"
"흐응~?"

내 애매한 대답에 카르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나를 봤다. 그런 그가 또 귀여워 머리칼을 부볐다.


"머리나 말려줘."


카르가 마법 쓰려는 찰나 그를 제지하고 씨익 웃었다. 그리고 검지를 곧게 펴 오른쪽에 있는 드라이기를 가르켰다.

"드라이기로."








우우우우우우웅-

시끄러운 소음속에서 아웅다웅 다투는 소리가 들린다.

"카르씨 뜨거워요."
"넹 손님. 손님 참 불만 많으시네요."
"불만이면 안 해주셔도 돼요."
"... 근데 온도 어떡해 조절.... 응?"
"왜그...아아! 카르! 머리카락 걸렸어!"
"보여! 으아아! 잠시만.. 버튼.. 버튼이....! 으악! 뽑혔다!!"

그렇다!! 카르는...! 기계치였다!!! 드라이기 버튼도 못찾는 기계치......!!!!

"으아.. 형 머리카락 아까워..."
"아깝긴 뭘.. 하루에 몇 가닥씩은 떨어지는데."

카르가 하늘의 뜯긴 머리카락을 손에 꼭 쥐며 의기소침하게 침대에 앉았다. 하늘은 얼얼한 두피를 매만지며 그런 카르를 빤히 봤다. 그러다가 스윽- 일어나 옷을 대충 걸치고 카르의 손에 꼬옥 쥐어있는 머리카락을 가져갔다.

"으엥.. 버리지 마..!"

하늘은 카르에게 등을 돌려 문을 향해 뚜벅 뚜벅 걸어갔다. 그러다가 카르의 안타까움 섞인 목소리에 고개만 돌리고 씨익 웃었다.

"안버려."

그리고 문을 열고 나갔다.

달칵-

문이 닫히고도 카르는 멍하게 침대에 앉아 하늘이 사라진 공간을 멍하니 봤다.

원래라면 카르도 따라 나갔겠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 할 정신 마저 없었다.
딱 봐도 멘붕인 표정 그대로 손을 들어 제 심장을 틀어 쥐었다. 그리고 상체를 기울여 침대에 엎어졌다.

"머... 멋져...!!!"

설렜어! 설렜다고 엄청!!!











카르가 오니까 하루가 짧아짐을 확실하게 느낀다. 전에는 끔찍하게 길던 하루가 지금은 아쉬울 정도로 짧다.


카르는 다행이도 꽤나 일찍 잠들었었고, 난 쇼파에서 내게 기대어 자는 아이를 공주님 안기로 들어 침대에 옮겨 놨다.


"다 만들었다..!!"


이걸 만들다 보니 벌써 밥이 깊어져 있다.


피곤한 눈 가를 엄지와 검지로 꾹꾹 누르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잠 귀가 밝은 카르가 깰까 살금살금 걸어 카르가 잠들어 있는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자동차 소리도 안들리는 적막한 방안. 그 안에서 곤히 잠든 카르에게 다가갔다. 달 빛 한 점 없는 방이지만 열린 문 틈에서 들어오는 거실불이 카르를 밝혀줬다.


카르를 속이고 뽑은 머리카락들과 드라이기로 인해 뽑힌 내 머리카락 그리고 실들을 엮어 만든 팔찌. 음.... 부적이라고 할까??


카르의 앞에서 누군가를 위해 처음으로 정성을 쏟은 이 팔찌를 만지작 그렸다. 혹시나 카르가 맘에 들어 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내가 누군가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걱정을 할 줄이야.

하늘은 기분 좋은 저의 변화에 씨익 웃고 팔찌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하얀 손목에 팔찌를 조심스럽게 채워줬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치워내고 소원을 속으로 중얼거리며

촉-

이마에 살짝 베이비 키스를 했다.

'행복하기를.'
'건강하기를.'
'너와 내가 이 것들 처럼 운명이란게 엮겨 영원히 함께할 수 있기를.'


달 빛 한 점 깃들지 않던 방에 푸른 달 빛이 맴돌기 시작했다. 블라인더에 의해 분산 된 빛은 방 안 구석 구석 까지 밝혀줘 그들을 축복 하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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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31 14:50 | 조회 : 2,743 목록
작가의 말
뚠뚜니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셨나용?ㅎㅎ(새해 복이라 쓰고 돈이라 말한다) / 수위를 외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여러분, 멀지 않았어요. 으흐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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