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눈(8)-눈이 내리면 행운도 같이 내려 와

“……………..광룡의 생활 패턴은 단순했습니다. 성인식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알 수 없는 거대한 마법진을 차근차근 만들어 갔고 시간이 빌 때면 더 이상 심장이 없는 시체에게 다가가 어루만지며 멍하니 중얼거렸습니다.
인간으로서는 버겁게 느껴질 만큼 세월이 흘렀습니다. 광룡에게는 찰나였겠지만요.
[카르 덴 파이텔의 성인식을 시작하노라!!!!]
드래곤 수장의 포효와 함께 카르 덴 파이텔의 성인식을 위해 온 모든 드래곤들이 마나를 모았습니다. 아무리 드래곤이라도 혼자의 힘으론 신과 소통할 수 없거든요.
[증폭]
드래곤이란 드래곤은 아주 소수를 빼고 다 모였지만 그래도 신과 소통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미리 준비해 놓은 마법진으로 성물-신의 물건-에 모인 마력을 증폭시켰습니다.
두 배 세 배 네 배… 피버!!!
피버… 아니 증폭으로 인하여 성물이 빛을 발하려는 그 때. 그 때가 광룡이 그토록 기다리던 순간이었습니다.
[흡수]
광룡은 피를 머금은 듯 붉은 입술을 비틀어 올렸습니다. 그리고 나지막이 속삭이자 성물로 모이던 마력은 곧장 광룡이 만든 마법진으로 이동 됐습니다. 모인 마력뿐만이 아니라 이미 4/5의 마력을 소진한 드래곤들의 잔여 마력도 빨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드래곤들은 뒤 늦게 뺏긴 마력을 회수하려 했지만 남은 마력은 생명을 유지시키는 정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뭐, 조금이나마 남은 마력 조차도 순식간에 빼앗겨 수장을 제외하곤 모두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으니…

[카...르..]
[수장님.]
[끌끌.. 결국 미치지 않고 해냈구나. 아니? 미쳐서 이걸 할 수 있었던 건가?]
[…… 왜 저에게 이런 방법을 알려주신 겁니까?]
[신의 명령이니까.]
[….?]
[이 곳은 멸망을 해야 할 때가 왔고 멸망을 시킬 드래곤은 너였다 카르.]

광룡은 입을 다문 채 수장을 바라봤습니다. 그러자 수장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느릿하게 나마 성물로 다가갔습니다.

[아주 소수의 인간과 몬스터들, 그리고 드래곤. 이렇게만 남아야 했지. 클클… 자! 이걸 가져가거라 카르.]
[뭡니까?]
[그 곳으로 넘어가면 성물의 안을 봐라. 내가 너에게 부여한 성인식을 위한 사명이 준비되어 있다.]
[알겠습니다.]

수장은 성물을 주는 것을 거의 마지막으로 힘을 다한 것인지 몸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광룡 또한 그를 따라서 바닥에 주저 앉았습니다. 여러분! 여긴 마룻바닥이 아닙니다! 어린이 여러분은 막 찬 바닥에 앉고 그러시면 안돼요.

[카르]
[……..]
[마지막으로 아버지라고 불러주겠느냐?]
[싫습니다. 당신에겐 영감탱이가 더 잘 어울립니다.]
[너무하구나 카르.]

수장의 몸을 구성하던 마력마저 폭식 증 있는 괴물 같은 마법진에 흡수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수장이라서 구성하는 마력마저 방대한 것일까요? 다른 드래곤 보다 아주 느리게 몸이 흩어지네요.

그 틈을 타서 수장은 아주 큰 손으로 광룡의 여린 볼을 쓰다듬었습니다.

[신도 너무하시지… 어찌 너에게 이런 큰 상처를 남기게 하셨을까..]

다른 드래곤에 비해 느리게 흩어진다고 해도 빠른 건 빠른 거였나 봅니다. 단 한마디 했을 뿐인데 벌써 어깨를 부근이 반짝반짝 흩어지고 있습니다.

[….. 죄송해요.. 아빠.]

결국 목까지 반짝반짝 이 범람하였습니다. 말을 할 수 없는 대신 밝은 미소로 아들을 달래주고 가네요. 잘 가요 수장님!!

광룡은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 소리 없는 절규를 하다가 비척비척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날개를 활짝 펴 곧장 자신의 레어로 갔습니다. 다행히도 성물도 잘 챙겨 갔네요. 그 대신 멘탈을 놓고 온 것 같지만.

어떡해 아냐고요? 시체와 심장을 방대한 마력으로 인해 만들어진 게이트로 넘기고 자신도 넘어가고… 그리고 마지막 남은 아주 소수의 인간 중 하나인 남자도 곧장 뒤 따라 갔거든요! 제정신인 드래곤이라면 이걸 모를 리가 없겠죠? ………Happy ending “

하늘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책을 덮었다. 그리고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이게 동화라고요?”
“네!! 어때요?”

내레이션 말투가 은근히 밝고 명랑한 게 동화 같은 느낌을 주긴 한다. 내용이 심각하게 비극적이어서 그렇지.

“내용이 너무 비극적인데요?”
“에?? 아닌데… 마지막에 Happy ending이라고 쓰여 있는데..”
“어느 부분이 Happy ending이죠?”
“일단 아빠가 웃으면서 떠났어요!”

주인공 앞에서 그렇게 떠났는데?

“그리구.. 주인공은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날 수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고 만나는 건데? 심지어 미친 놈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거면…. 이건 로맨스 스릴러인가?

“마지막으로..! 주인공은 행복과 설렘으로 가득 찬 웃음을 지으면서 넘어갔어요!”

…. 내가 읽었을 때는 그런 내용이 없었는데? 있었다고 해도 아빠가 죽고 세상의 거의 모든 생명체가 자신으로 인해 죽었는데 그런 웃음을 짓는 거 자체가 비극인데?

그냥 주인공 멘탈 자체가 비극인데?

“헤헤….. Happy ending이죠?”
“아니요.”
“우엥….”

쿠션을 꼭 끌어 안은 채 울상을 짓는 진원을 빤히 보던 하늘은 소리 내어 읽던 예비(?)동화책(?)을 테이블에 놓고 몸이 진원을 향하도록 자세를 바로 잡았다.

“어쩌다가 이런 내용을 구상한 거예요?”

하늘이 자신의 역작이 만들어진 계기에 대해 묻자 신났는지 울상을 짓던 표정을 단번에 활짝 피우고 신나서 이야기를 했다.

“어떤 작곡가는 꿈 속에서 들려온 멜로디로 작곡해서 대박을 쳤잖아요! 대박! 로또! 그래서 저도 꿈속의 내용으로 동화를 써봤죠!”

선전이 문제다. 침대는 가구가아냐.... 많은 초등학생들에게 오답을 안겨줬던 선전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나마 초등학생 시험이니 다행이지 진원씨가 말한 선전은 진원씨의 인생을 오답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수 많은 꿈 중에서 왜 하필….”
“움.. 이 꿈은 너무 생생해서 기억에 남거든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딱! 이건 보통 꿈이 아니다! 하는 느낌을 줘요.”

그 꿈은 왜 하필 샤랄랄라 하는 꿈이 아니었을까? 애초에 왜 하필 동화지?

“차라리 판타지 소설로 쓰는 게 어때요?”
“안돼요! 전 꼭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써서, 그 아이들이 컸을 때 감명 깊었던 책이 제 책이면 좋겠다고요!”

…….. 이거 BL인데. 그래 어떤 의미로 감명 깊긴 할 것 같다.

“그래요. 한 번 출판사에 보내 보세요!”
“헤헤! 역시 하늘씨도 괜찮았구나! 그럼 저 이메일로 보내고 올게요!”

하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커피를 마시기 위해 데워놨던 물을 원두가루에 천천히 돌려가면서 부었다. 그러자 원두 커피의 향이 올라와 하늘의 피폐해진 심신에 안정을 주기 시작했다.
만들어진 원두커피를 컵에 덜어 향을 맡으며 마시려던 찰나 심신이 안정해 지면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컵을 떨어뜨렸다.

쨍-!

컵이 깨지는 소리가 날카롭게 들렸지만 하늘은 시선도 안주고 진원에게 달려가 방 문을 벌컥 열었다.

“그거 수위 있잖아요!!!!!”
“에?”
“동화라면서!! 그 갈색머리랑 카르… 라는 거랑! 했잖아!”
“!!!!!!!!!!!!!!!”

방 안은 침묵만 맴돌았다. 그러다가 둘의 시선은 동시에 컴퓨터 화면으로 돌아갔고 곧이어 진원의 절규로 침묵이 깨졌다.

“으아아아… 이미 보냈는데에에!!”
“음.. 다른 출판사에…”
“한꺼번에 다 보낸 거라서 이미 모든 출판사가 메일을 받았을 거예요!!!”




그 날 새벽.
모든 출판사에게 욕을 왕창 먹은 진원을 하늘이 계속 토닥여 주고 있을 때였다.

“밖에 눈 온다!”
“….!”

아주 오랜만에 오는 눈이었다. 그런 눈을 보면서 하늘은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진원씨.”
“훌쩍… 네?”
“이만 가주셔야 겠어요.”
“에……..?”
“진원씨도 알잖아요. 당신은 카르 대용 이였단 걸.”
“우으….. 알았어요. 대신.. 일 주일에 한 번 정도는 제가 부르면 하늘씨만 나와주세요.”
“.. 좋아요. 당신이라면 일 주일에 한 번 정도는 나갈게요.”

진원은 이제 다른 의미로 눈물을 흘렸다. 그렇지만 입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다음에 만나면 미역국 끓여드릴까요?”

그리고 하늘은 그에 미소로 화답했다.

“잘 가요 진원씨.”
“또 봐요 하늘씨.”

갑작스럽게 하늘의 집에 살게 된 진원은 갑작스럽게 집을 나왔다. 들어갔을 때부터 짐이 별로 없었던 그. 나올 때도 짐이라곤 가방 하나였다.

“후…. 그 표정. 그 녀석이 온다는 걸 확신한 표정이었는데..”

진원은 해맑게 웃던 표정을 지우고 담배를 물었다. 그리고 불을 붙였다.

“뭐. 원래 목적은 달성했으니까.”

다음에 그를 만나는 장소는 내 집일 것이다. 미역국을 먹이려면 집에 들여와야 하니까. 그의 경계심을 허물었다는 즐거움에 미소가 지어졌고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흥흐흥… 흐흐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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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2-14 14:55 | 조회 : 3,219 목록
작가의 말
뚠뚜니

다음엔 내용과 관계 없는 외전과 짧은 본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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