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사, 예민

소마와 아그니의 생각은 제대로 적중했다. 세시아는 시엘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둘의 입학식은 이제 며칠 안 남기고, 별장에서 살다시피 하는 셋은 소마와 아그니에게는 그야말로 지옥이였다. 그나마 시엘이 나을정도로. 시엘은 방에 쳐박혀(?) 일만 주궁장창 했고, 그런 시엘의 곁을 지키면서도 별장을 관리하는 세바스찬은 어느 때와 같아서 신경도 쓰지 않았다. 문제는 세시아였다.



"후, 대체 며칠 째 인거야."



세시아의 방문은 처음 왔던 날 이후로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도대체 방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간혹 작은 간식거리를 챙겨 방을 찾는 세바스찬에게 물어도 그는 알려주지 않았다. 시엘도 그런 세시아를 가만히 둘 뿐,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마는 더욱더 궁금증이 생겼다. 갑자기 학교에 다시 입학하겠다는 시엘이 별장의 묵는다는 건 좋았는데, 갑자기 자신의 양동생이라 소개한 세시아는 사람을 파악도 하기 전의 저렇게 숨어 버렸다. 소마는 이제 한계라는 듯 한 얼굴로 세시아의 방을 찾았다.



"아그니, 부숴."



그런 소마의 곁을 따른 아그니가 소마의 명령에 곧바로 붕대로 감싸고 있던 손으로 나무로 된 방문을 단숨의 부숴버렸다. 큰소리와 먼지가 가라 앉자 그제서야 보이는 방의 풍경은 가관이였다. 여기저기 산처럼 쌓여 위태롭게 자리하고 있는 책들, 바닥의 카펫보다 더 넓게 자리하고 있는 종이들과 잉크 통. 그리고 곳곳의 보이는 핏자국. 소마와 아그니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큰소리를 듣고 달려 온 시엘과 세바스찬이 그 관경을 보자 진절머리 난다는 얼굴로 고래를 저었다.



"하, 누구야."



정작 방의 주인은 태연하게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책상에서 부스스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보던 소마와 아그니는 몸을 작게 떨었다. 시엘보다 작지만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는 세시아의 모습은 다른 사람 같았다. 세시아는 문쪽을 보며 있는 힘껏 인상을 찌푸렸다. 그 모습을 잠자코 보던 시엘이 소마와 아그니를 지나쳐 세시아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밤 새지 말라니까."

"그치만, 새벽의 더 집중 잘 되는데..."



움찔, 시엘의 말에 금새 표정을 풀은 세시아가 곁눈질로 소마와 아그니를 쳐다 보다 이내 시엘을 바라보았다. 시엘은 그런 세시아의 머리를 아무렇지 않게 쓰다듬었고, 그런 시엘의 손길을 세시아는 헤실헤실 웃으며 받고 있었다. 이거 뭐, 차별대우가 따로 없네. 라고 생각한 소마가 세시아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무언가가 소마를 막아 세웠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뭔가가 자신의 앞을 막고 있었다.



"내 방의 함부로 들어오지 않았으면 하는데."



싸늘한 목소리. 세시아는 소마를 향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소마는 당황한 눈으로 세시아를 바라보았다. 이건 무슨 능력이지? 고민을 하던 소마는 이내 세시아의 목에서 빛나는 목걸이를 발견했다. 소마는 왠지 세시아에게 지는 것 같아, 아그니를 시켜 이 안 보이는 벽을 부수라 명했다. 하지만, 세바스찬과 겨룰 정도로의 실력을 가진 아그니도 안 보이는 벽은 부술 수 없었다.



"괜한 짓 하지마. 사람 방에 들어오고 싶으면, 노크를 하라고. 그런 상식도 모르는 건 아니지? 한 나라의 왕자 씩이나 되는 사람이 말이야."



팩트 폭력. 세시아는 소마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시엘과 세바스찬은 동시에 속으로 생각했다. 세시아가 예민할 때는 건드리면 안되겠다고. 세시아의 팩트 폭력의 소마는 그 자리의 주저 앉았다. 그 모습을 보던 세시아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소마에게 다가갔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소마와 아그니가 어느 순간 자신들의 앞에 우뚝 선 세시아를 올려다 보았다.



"이 정도 말로 그렇게 넋이 나가다니, 멘탈이 약하네. 그래서 나라는 다스릴 수 있겠어? 10살인 나보다 모르는게 왜 이렇게 많아. 너 나보다 형이 맞기는 해? 그리고 너무 집사한테만 의지하는 건 아닌가. 네 힘으로 할 수 있는게 있기는 해?"



윽, 세시아의 연속되는 속사포 공격의 소마가 맞는 말이라 반박 할 수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옆에 잠자코 있던 아그니가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일어나 버럭 소리를 쳤다.



"그러는 세시아 도련님은 혼자서 할 수 있는게 있습니까? 한 낮 어린아이가 그렇게 말하면 안되는 겁니다!"

"하, 집사 주제에. 쫑알쫑알 말이 많네. 너네가 먼저 남의 방 문 부수고 멋대로 들어왔잖아. 어디서 적방하장 질이야."



아그니의 고함에 놀랄 법도 한데, 세시아는 눈 하나 깜빡 안하고 말했다. 그런 세시아의 말에 아그니는 더 참지 못한다는 얼굴로 감고 있던 붕대를 풀어 세시아에게 달려 들었다.



"말 안 듣는 아이에게는 매가 약입니다!"



그렇게 외친 아그니가 손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런 아그니를 세시아는 손가락 하나로 제압했다. 공중의 둥둥 떠다니는 아그니를 올려다 본 세시아가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물었다.



"공격은 이게 다야? 이제 나 공부 해야하는데. 좋게 꺼질래, 내가 내쫓아줄까."



흠칫, 다시 한 번 더 싸늘하게 식은 세시아의 오드아이가 아그니를 향했다. 세시아의 물음에 아그니는 작은 목소리로 순순히 물러나겠다고 답했다. 그 말의 세시아는 아그니를 순순히 내려주고는 다시 제 자리의 앉았다. 세시아가 앉은 책상 위는 더럽게 어지럽혀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시엘이 세시아를 갑자기 안았다.



"초조해 하지마. 너는 누구보다 강한 아이잖아."

"...응, 그러네. 미안해."

"방문은 고칠려면 좀 걸릴겠네. 오늘은 같이 잘까?"



좋아! 꺄르륵 웃으며 말하는 세시아를 뒤로 한 채 방을 나온 소마와 아그니는 소름이 돋았다며 팔을 문질렀다. 그리고 소마는 한 가지 다짐을 했다. 적어도 한 나라를 맡을 왕자로서 기본적인 것들은 배워두자고. 그렇게 소마도 세시아와 시엘과 함께 학교에 입학하기로 했다. 그리고 아그니와 세바스찬은 아까 전 세시아를 떠올리며 확신했다. 자신보다 더한 세시아를 건드리면 좆 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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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7-19 21:04 | 조회 : 2,130 목록
작가의 말
시우미키

부제로는 팩트 폭력...? 팩트로 폭행해, 팩팩 팩트로 폭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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