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사, 제안

출장에서 돌아온 나는 곧장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세바스찬이 집사라고는 하나, 엄연히 형의 직속 집사였기에 옷은 나 혼자 갈아입을 수 밖에 없었을 터였다. 근데, 너 왜 여깄니?



"형한테 안 있고, 왜 왔어?"

"작은 도련님을 돌보라는 명령입니다."

"흠, 다른 꿍꿍이가 있는게 아니고?"



어머, 진짜 있나보네. 그렇게 떨거까지 없는데. 나는 입고 있던 외투를 벗으며 세바스찬을 바라봤다. 문 앞에 서서 나를 가만히 보던 세바스찬이 내 앞으로 와 한쪽 무릎을 꿇더니 이내 내 옷을 갈아입힌다. 감정을 알 수없는 표정, 무엇을 담고있는지 모르는 눈동자. 어느새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나는 침대에 그대로 누워버렸다.




"물어볼게 있는 모양인데, 물어보지 그래?"

"그래도 되겠습니까?"

"안될건 뭐가 있어."



내 말에 세바스찬이 나를 힐끗, 보더니 이내 입을 연다.



"도련님과 닮지도 안았는데 성격이 판박이시네요."

"그런가, 근데 세바스찬. 나는 질질끄는거 안좋아해."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응응."



침대에 누워있던 몸을 일으키며 대답했다. 세바스찬은 그런 내게 차를 한 잔 주며 입을 열었다.



"계약하시겠습니까?"

"넌 이미 형 꺼잖아."

"저 말고, 다른 놈 말입니다."



좋기는 한데, 나는 별론데. 찻잔을 옆에 있는 테이블의 놓으며 세바스찬을 바라보았다. 그는 진심으로 말한건지 눈동자의 흔들림이 없다. 세바스찬과는 다른 악마라, 뭔가 재밌을거 같은데. 하지만, 난 세바스찬이면 충분한데?



"됐어, 형이랑 붙어다니면 되잖아."

"그렇긴 합니다만."

"괜찮아, 한번 죽는게 어렵지 두번 죽는게 어렵겠어?"



그렇게 말한 나는 침대에서 나와 방안을 배회했다. 흐음, 심심한데 형한테나 가야겠다.



"형아한테 가자."






* * *






세바스찬이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항상 계약자가 간절히 원해야만 해주면서, 왜 나는 물어본걸까. 내 영혼이 탐나서? 그건 아닐거다. 나와 형 중에서 가장 탐나는 영혼은 형일테니까. 항상 예상과는 다른 형의 행동은, 세바스찬에게 큰 흥미를 안겨주었다.



"세시아 도련님?"

"아, 미안. 뭐라고 했어?"

"이거, 다음에 올 때까지 해놓으세요."

"으... 알았어."



형은 당주로써 할 일이 태산이고, 세바스찬은 혼자 이 저택을 관리해야하기 때문에. 나는 항상 혼자였고, 심심했다. 그런 내게 형은, 여러가지 수업을 받을것을 제안했다. 물론, 형이 출장가는데에는 내가 족족 따라갔지만. 지금은 교양수업인데, 지루하다고는 하지만, 나는 어딘가 모르게 재미있어서 꾸준히 듣는 중이다.



"그럼, 다음에 봽겠습니다. 도련님."

"응응, 다음에 봐!"



교양수업이 끝나자, 나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늘어졌다. 이 모습을 형이 본다면 뭐라 할게 뻔하지만, 방에는 나밖에 없으니 괜찮겠지?



"작은 도련님, 타나카입니다."

"오, 타나카! 웬일이야?"

"간식을 가져왔습니다, 수업은 어떠셨습니까?"

"괜찮았어, 근데 형아는?"



타나카가 내 앞에 놓은 생크림 케이크를 포크로 먹기좋게 잘라 입에 넣으며 물었다. 내 물음에 차를 내리며 타나카가 말했다.



"업무처리 하시다가 잠드셨습니다."

"에에ㅡ, 놀라그랬는데."

"어쩔 수 없죠, 당주시니까요."



그 놈의 당주, 나는 당주가 되지 않을거야. 타나카가 내린 차로 케이크를 넘기며 그렇게 생각했다. 아, 다음 수업은 뭐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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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0-02 13:45 | 조회 : 4,395 목록
작가의 말
시우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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