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사, 출장

오늘 세바스찬과 시엘은 바쁘다. 그 이유는 아침에 찾아온 더블 찰스에게 받은 편지때문이였다. 그 편지 내용은 몰랐지만, 그게 시엘에게 주어진 명이라는걸 잘 안다. 준비를 마친 둘이 마차에 오른다. 그걸 사용인들과 쳐다보고 있자니, 시엘이 무심코 묻는다.



"세시아, 너도 따라올래?"



시엘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닿았다. 이거, 영광인걸? 나는 대답대신 마차에 올랐다. 시엘은 이런 나를 바라보다 이내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요즘 자주 웃는거 같은데, 착각인가? 세바스찬이 사용인들에게 집을 잘 부탁한다며 인사를 한뒤 마차에 올랐다. 그리고, 마차는 천천히 저택을 벗어났다.



"이번엔 무슨 일이야, 형아?"



마차는 깊은 숲을 나와 시내를 달리고 있었다. 무심히 창 밖으로 시선을 두며 묻자, 앞과, 옆에서 시선이 느껴진다. 어머, 너무 노골적으로 보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시엘을 바라보자, 시엘이 시선을 돌리며 말한다.



"아직 남은 루비르가를 찾으러 간다."

"흐음, 그렇구나."



루비르면 우리 엄마 가문인데, 아직 남아있다라. 그럼 엄마가 아직 살아있다는 걸까? 그렇다면 나를 데려가는 이유는 뭐지? 엄마가 내 모습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여러 흥미로운 생각에 나도 모르게 조소를 짓고 말았다. 이런 나를 세바스찬이 빤히 바라보았다.



"여기다."



마차가 도착한 곳은 너무나도 익숙한 옛 우리 마을이였다. 아직 정리가 끝나지 않은건지 여기저기 무너진 건물과, 시체들이 진부했다. 이 속에서 어떻게 살지? 시엘은 먼저 앞장 서서 마을로 들어갔다. 그런 시엘의 뒤를 나, 세바스찬이 차례로 따랐다.



"여긴가."

"네, 도련님."



그렇게 마을 깊숙이까지 들어온 시엘이 발길을 멈춘 곳은 오두막이였다. 커다란 나무 위에 집을 지어놓은, 여름이면 여기서 놀고 그랬던, 추억이 많은 곳.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시엘이 고개짓을 하자 세바스찬이 재빠르게 나무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곧, 익숙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아무 감정이 없는건가."

"나?"

"...아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 왜 제 어미가 살해당하는데 아무렇지 않냐는 거겠지. 이봐, 내 엄마는 여기 없어. 전생에 있는 엄마가 내 엄마지. 물론, 나를 낳아준건 고맙지만, 이런 콩가루 집안은 싫답니다? 아니다, 그렇게 따지면 팬텀 하이브가도 콩가루 아닌가? 비명소리가 끊임없이 들리는 와중에 세바스찬이 익숙한 여인을 데리고 내려온다. 아, 아직 죽이지는 않았네.



"세, 세시아?"



이런, 역시 모정의 힘인가. 이렇게 컸는데 나를 알아보다니. 나의 이름이 불리자 나는 시엘의 앞에 무릎을 꿇은채 벌벌떠는 루비르를 바라보았다. 이름 답게 눈과 머리가 마치 루비와 같이 빛난다. 그 모습을 잠시 보고 있던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안녕, 엄마?"

"어, 어떡해 된거야!? 이, 이렇게 커버리다니..?!"

"엄마, 그런건 중요하지 않아. 더 중요한게 남아있지 않아?"



내 물음에 그제서야 엄마의 눈이 옆에있는 시엘에게 돌아간다. 시엘은 품 안에서 총을 꺼내 들어 루비르의 이마에 총구를 겨눴다. 그런 시엘을 엄마는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았고, 이내 체념한 듯 중얼거렸다.



"우리 세시아... 잘 부탁해요..."



탕ㅡ, 그 말을 끝으로 큰 총성이 울렸다. 그리고 곧 털썩, 차갑게 식어가는 루비르가 쓰러졌다. 피가 몇 방울 튀어 볼에 닿자 나는 손등으로 대충 닦고는 먼저 뒤돌아 마차로 향했다.




* * *




"세시아, 뭔가 이상하지 않아?"

"네?"

"...애가 저렇게 냉정할 수가 있냐는 말이야."

"그렇게 따지면 도련님도 아직 어린이입니다만?"



세바스찬의 말에 시엘이 무섭게 노려보다 이내, 마차로 향하는 세시아의 뒷모습을 시엘은 눈에 빠짐없이 담았다. 그건 세바스찬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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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0-02 12:36 | 조회 : 4,539 목록
작가의 말
시우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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