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사, 육아

시엘은 알다시피 팬텀 하이브가의 마지막 남은 대손으로써,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그 흔한 뗑깡도 부리지 않았다. 시엘을 지켜본 결과, 시엘은 아침에 세바스찬이 내주는 차를 마시며 신문을 보는 걸로 시작된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고, 아침을 먹는다. 그러고는 내내 서재에 앉아서 서류를 처리한다. 그 모습이 어딘가 제 나이 답지 않아서, 조금은 안쓰럽기 까지 했다.



"단게 먹고 싶어."

"안됩니다. 조금 있으면, 저녁시간이에요."

"단게 먹고 싶다니까."

"하ㅡ, 어쩔 수 없군요."



어, 시엘이 이겼다. 나는 항상 시엘과 함께했다. 잠을 잘 때도, 이렇게 일을 할 때도, 씻을 때도. 시엘 책상 옆에 있는 요람에 앉아 열심히 서류를 해치우는 시엘은 빤히 바라보는게 내 일상이자 취미다. 가끔 내 시선에 마주해주고는 하는데, 그때마다 내 안에 잠든 덕심이 날뛴다. 날 보며 살풋 웃는 모습이란, 이루 말 할 수없는 감정이랄까?



"오늘은 쇼콜라 쉬폰 케이크를 구웠습니다."

"흠, 이거 세시아도 먹을 수 있을까?"

"3살이면 먹을 수 있겠죠."



와, 세바스찬이 만들어주는 음식을 먹다니. 물론, 내가 먹는 이유식도 세바스찬이 만들어 주지만, 간식은 아직 한 번도 못 먹어본 참이다. 시엘이 케이크가 담긴 접시를 들고 내 앞으로 다가온다. 그러고는 내 입에 들어갈 만큼, 작게 쪼개서 포크로 찍어 내 입 앞으로 갖다댄다. 그런 케이크와 시엘을 바라보다 이내 입안 가득 물었다.



"꺄아!"

"이거, 좋아하는 거야?"

"그런거 같은데요?"



달콤함이 입안에 번지자 나도 모르게 소리내어 웃어버렸다. 그런 나를 보며 둘이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본다. 어머, 내 매력에 빠져든거야? 이러면 안되는데. 그 후로 나는 시엘이 주는 케이크를 족족 받아먹었다. 그렇게 나는 케이크를 한 조각이나 먹었다. 정작, 시엘은 나 주느라 먹지도 못했지만...



"자, 작은 도련님. 저녁 드실 시간이에요."

"세아스차!"

"말도 하는군."



나를 요람에서 꺼내며 말하는 세바스찬을 부르자 뒤에서 비웃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뭐, 그게 비웃는건 아니라는 걸 잘 안다. 난 덕후니까! 시엘이 그렇게 말하며 세바스찬에게 안겨있는 나를 흘겨보고는 먼저 서재를 나간다. 그런 시엘의 뒤를 나와 세바스찬이 따른다. 그렇게 도착한 식당에는 어마무시한 만찬이 준비되어 있었다. 물론, 나는 먹을 수 있는게 별로 없었지만.



"자, 아ㅡ."

"아우!"



오늘도 세바스찬이 만들어준 이유식은 맛있습니다.



* * *



밥을 먹은 나는 몰려오는 졸음을 이기려 애썼다. 왜냐면, 지금 시엘이 나를 놀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조금 시간이 남는다며 시엘은 저택 앞에 있는 정원으로 나왔다. 물론, 세바스찬이 감기 걸린다며 말렸지만, 우리의 시엘이 누구겠나. 고집하면 황소고집인 우리 시엘 아니겠는가.



"울지도 않는군."

"신기한 인간이군요."

"빠?"



아기라는게 정말 다행이다. 돗자리 위에 나를 내려놓은 세바스찬은 시엘의 홍차를 준비하느라 바빴고, 시엘은 그런 세바스찬을 대신해 나를 돌보고 있었다. 내가 정말 이 사람의 동생이라니. 말도 안돼.



"여왕님께 보고는 어떡해 하시겠습니까?"

"내일 당장 가도록 하지."

"본부대로."



설마, 나도 거기 데려가는 거니? 정말? 나 무서운데. 그 더블 찰스 맘에 안든다구! 하지만, 이런 내 말이 들릴리 없었기에, 나는 앞에 놓인 과일만 집어 먹었다. 음, 역시 사과가 짱이지.



"졸려하는거 같더니, 잘만 먹는군."

"한참 자랄때니까요."



사람 먹는거 처음보니? 그렇게 나는 오늘도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 * *



[작 : 세바스찬씨, 세시아 돌보는건 어떠신가요?]

"아, 작은 도련님이요? 도련님과는 다르게 귀여운 면이 있어서 그런지, 돌보는 맛이 꽤 있어요."

"하?"


[작 : 세시아가 갑자기 자란다는 설정은 어떤가요?]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두분의 나이차이가 너무 나니까요."

"나도 찬성."



* * *



흠, 작가님아. 저거 너무하잖니. 나는 이 풍요로운 아기의 삶을 느끼고 싶다구. 하지만, 독자분들이 원한다면야. 못할건 없지.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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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0-01 22:50 | 조회 : 5,632 목록
작가의 말
시우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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