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미친놈VS미친놈 승자는?



발가벗겨진 듯 한 느낌이었다. 너무 부끄러웠고, 수치심이 몰려왔다.
그동안 내가 만났던 전 애인들과 다정하게 있는 모습들
그리고 모텔에 들어가는 모습들, 또 지독하게 싫어하는 그녀의 사진과 본집의 사진이
들어있었고 날 차갑게 내려다보며 안경을 벗는 그의 모습에 주먹이 쥐어졌다.


“뭐…하…자는 겁니까?”
“화가 날 만하죠, 근데 그쪽 동성애 사진들은 내가 구한 게 아닙니다.
그쪽 어머니께서 친히 보내주셨어요. 아들이 얼마나 더러우면 말이죠.”


미칠 듯한 분노는 사람을 이성보다는 감성적으로 행동하게 만들고,
분노가 사그라지고선 이성이 돌아오면 아주 큰 후회를 남는다.


“원래 그딴 식으로 사람 뒷조사하고 그 사람에 대한 걸 이렇게 판단하세요?
내가 돈 많은 부자들을 싫어하는 이유란 이유는 그쪽이 다 갖고 있네요?
그러기도 힘든데 말이죠. 아참. 내 맘에 들어야하는 이유도 없다는 걸 깜빡했네요.
난 다른 누구들처럼 당하고만 있지 않아 내 머리 위에 올라가려고 애쓰지마
그럴 기회도 안 줄 테니까 사직서 필요 없을 거 같네? 잘 먹고 잘살아라! 쓰레기야.”


원래 잘 담아두는 성격은 아니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토록 통쾌하게
담아둔 감정을 남에게 보인적은 이번이 처음인거 같다.
아주 통쾌하고 짜릿한 전율을 내게 안겨주었고 그 전율은 잠자리에서 만
느낄 수 있던 그런 야릇한 전율보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좋았다.


“뭐…뭐…허…”


가현이 자신의 면전에다 대고 자신의 험담을 하고선 회사를 그만둔다며
으름장을 놓고 나가버리자 어이가 없었다.
말도 안 나왔고 헛웃음만 계속해서 나오는 박지호 이었다.


“재밌네. 재밌어…”


무언가를 꾸미는 듯한 웃음으로 가현이 나갈 때 씩씩 거리는 표정이
눈가에 아른거렸고 또 다시 이상한 시큼한 감정을 느꼈다.



“저 오늘부로 그만둬요. 감사했고 안녕히 계세요 이사님한테는 전해주세요 죄송합니다.”


코 평수가 넓어지고 평소 조용조용하며 고분하고 순한 성격이었던 가현이
이렇게 씩씩거리며 눈에 쌍심지를 키고선 이를 부드득 부드득 가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보였지만 회사를 그만둔다는 어려운 말을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하는 모습을 보고 놀란 기색이 있었다.


“무슨 일 있었어? 가현씨 왜 그래 말을 해봐… 사장실에서 무슨 일 있던 거야?”
“죄송합니다.”


고개만 꾸벅 숙이고선 리빙박스에 자신의 짐을 대충 담고선
쿵쿵 거리며 걸어가는 뒷모습도 귀여워보였고 청초해보였다.
저렇게 씩씩거림은 본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너 부서 옮기냐? 이사실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개소리 집어 치워”
“애…애가 왜이래 뭐 잘못 먹었냐?”
“참다 참다 터졌으니까 건들지 말고 꺼져.”
“이런 모습 이사님이 봐야지 되는데 말이야 무슨 일 인데”
“사장 미친놈 때문에 그만둔다 왜!”


목에 핏대를 세워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영업1팀 오정훈 팀장에게
다른 직원들도 있는 상황에서 욕을 하고선 면박을 주고 씩씩 거리며
회사 그만둔다고 사원증을 바닥에 던지고 밟고선 다시 리빙박스를 들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택시를 잡았다.


“네. 지금 나갔습니다. 사원증도 밟고서요. 네.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


보안실에서 CCTV를 확인하고 있던 박지호의 개인비서 황실장이
CCTV에 담긴 가현의 모습을 보고 자신에게 한 번도 이런 적이 없던
자신의 어린 사장이 약간 이상하다는 생각으로 혼잣말을 아무도 듣지 못하게
중얼거렸다.



“드디어 미친 건가… 한가현을 왜 자기 개인비서실로 옮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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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7-13 22:21 | 조회 : 1,875 목록
작가의 말
모근님

룰루랄라 20회차 부터는 스토리가 이어지니까 수위 막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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