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색다른 미친놈은 위험하다



아니야만 수십 번 반복하다 이내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선 눈을 꽉 감고 야한 생각 대신, 풍경을 생각했다.

언제 잠을 뒤척였냐는 듯 아이처럼 잠이 들어버렸다.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자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하얗고 뽀얀 피부 결에 너무나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려오는 것이
악몽을 꾸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


.


.




“오후 스케줄은 사장님 개인 면담 밖에 없습니다.”
“알겠어요, 아참 우리 아들이 가현씨를 엄청 좋아하던데 형처럼 잘 따르고…
외동이라 많이 외로움을 타는 거 같아요. 짓궂은 장난으로 기분 나쁘게 해도 이해해줘요.”
“네~!”


이사님의 다정한 미소에 나도 모르게 그만 방긋 웃으며 알겠다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그러겠다고 대답을 하고선 콧노래를 부르고 앉아있었다.
멍청한 단세포 한가현…


“커피 한잔 할래?”
“넌 가만 보면 이사실에 사는 거 같아…”
“싫으면 나 혼자가고~”
“가…같이가!!”


오정훈을 따라 나온 옥상 정원에서 나란히 서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한숨을 연거푸 내어 쉬니 왜 그러냐는 듯 쳐다보다 이내 담배를 꺼내들며
한쪽 눈썹을 올려서 내려다보는 그의 시선이 김지용으로 보여서 큰일 날 뻔 했다.


“뭐야 그 그윽한 눈빛은 나 임자 있다.”
“…뭐래 그냥 누구랑 쫌 비슷해보여서”
“누구? 애인 생겼어?”
“모르겠다.”


김지용 이야기로 상담을 했다, 친구 입장이 아닌 같은 게이로 써
지금 이 이상한 상황을 어찌 해석해야하고 그녀석의 홀림에 넘어 갈 거 같은
내가 잘못 된 건지 아니면 잘못되지 않은 건지 궁금했다 그냥 단지.


“맘에 들면 만나고 안 들면 안 만나면 되지 뭘 그렇게 어렵게 베베 꼬아서 생각해
그리고 줄자도 아니고 뭘 자꾸 재고 있어 키 재냐? 그냥 연애하는 거잖아 쉽게 만나”


그래, 쉽게 만나면 되는 아주 쉽고 간단한 일을 나는 멍청하게 어렵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사님이… 알게…되…면…”
“뭘 어째 넌 잘리고 겐 집안에서 쫓겨나겠지 뭐, 그니까 잘 숨기라고 멍청아”
“쓸모 있어~ 앗!”


눈에 무언가 들어간 거 같았다. 찢어질 듯 너무 아팠고 갑작스럽게 아파서 커피를 놓쳐서
아래로 떨어져 버렸고, 눈을 부여잡는 날 보고 걱정스런 목소리로 괜찮냐고 왜 그러냐고
묻는 오정훈의 질문에 눈이 아프다고 뭐가 들어간 거 같다고 하자,
미지근한 큰 손으로 내 양 볼을 감싸 쥐고선 고개를 들어 올리곤 내 손을 내리게 하고선
감고 있는 눈을 억지로 벌려서 바람을 호호 불었다.


“요즘 사내연애가 남자랑 남자 연애가 되네요 참 신기해요, 키스는 집에서 하세요.
여긴 회사고, 휴식공간입니다. 당신네들 키스하는 장소가 아닙니다.”


바람을 불자 눈물이 흘렀고 눈물을 따라 흘러내린 모래 조각이 볼을 타고 흘렀고,
손으로 눈을 비비며 고개를 숙였을 때 들려오는 귓가에 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빼꼼 내밀어 바라보았다.


“사장님..!”
“…오…해인데…”


그렇게 우리는 강제 커밍아웃? 같은 걸 하게 됐고 서로 상대는 달랐는데
그래도 우리가 게이인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기에
마치 고양이가 생선을 훔치다 걸린 거 같은 기분이었다.



“저희 안 사귀는데…”
“기어가는 목소리 하곤 이런 스타일 제 취향 아닙니다. 사장님
눈 부여잡고 아파하기에 눈에 바람 불어줬어요. 생각해보니 이상한데
왜 꼭 바람피우다 걸린 거 같지, 사장님 한가현 좋아해요?”


기어가는 목소리로 고개를 숙여 발끝을 바라보며 부끄러운 표정으로 말을 하는
날 힐끔 보곤 능글스럽게 이 경직된 분위기를 벗어나려 하는 오정훈의 반문에
더러운 표정을 지으며 성큼성큼 걸어오며 잘 올려 진 포마드 머리를 한번 쓱 쓸고선
오정훈 보다 키가 큰 탓에 오정훈을 내려다보며 사원증을 잡아들었다.


“오정훈 팀장님 기분 나쁜 말을 참 잘 하시는 거 같아요. 전 성소수자들이
정말 싫고 혐오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만 가볼게요 먼저 갈게”


나도 가야하는 타이밍인데 혼자서 능글스럽게 뱀처럼 벗어나는 나쁜놈…
눈에 모래를 빼준 것 까지는 정말 고마운데 지만 도망가냐!!!!!
나 사장무섭다고!!!!!!!!!!!!!!


“또 보네요, 김우빈 이사 비서 한가현씨.”
“아…안녕하세요.”
“인사할 타이밍은 아니지 않나?”
“어… 죄송합니다아…”


도망가려고 고개를 푹 숙이고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를 하고 뛰어가려
발걸음을 옮기려 하자마자 다시 사원증을 들어 빤히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이고선
내 앞머리를 들어 올려 이마를 확인하는 이상한 짓을 하는 미친놈이었다.


“ㅁ…뭐하시는…!”
“병원 갔으면 영수증 개인비서한테 보내세요. 병원비 드리겠습니다.”
“괜찮아요. 거지 아닙니다. 그리고 사과도 괜찮습니다. ㅈ…제 부주의로 일어난…”
“나중에를 생각해서 지금 이런 행동을 하는 겁니다.
영양가 없는 행동은 하지 않습니다.”
“…제가 돈이라도 달라고 고소할거 같아요?”


차가운 눈빛으로 경계하는 듯 선을 긋는 사장의 행동에 기분이 나빴다.
고작 나를 그런 부류로 본 것이고 지 사생활을 다 떠벌릴 그런 한심한 놈으로
보는구나. 고작 나는 이렇게 보이는 구나.


“혹시 모르죠.”


그의 말이 너무 어이가 없었다. 혹시 모르죠. 눈에 힘을 주며 그 녀석을 열심히
노려봤지만 키가 너무 큰 탓에 고개가 아팠고 헛웃음을 하고선
한숨을 쉬고 고개를 돌려 시선을 옮기고선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열심히 표현했다.


“시간 아깝네요. 이것도 사장님이 좋아하시는 영양가 있는 행동이 아닌데,
이만 가볼게요. 그럼”


기분이 확 상했다. 어제 밤을 너무 힘들게 했던 김지용에 대한 내 감정의
확신을 얻어서 기분이 좋아졌지만, 금방 눈 녹듯 녹아버렸고
이 색다른 미친개 때문에 짜증이 났다.


“별 미친놈이 다 있어…”
“무슨 미친놈?”
“이…이사님”


내 어깨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음성에 놀라 뒤를 돌았고,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어버리는 행위가 되어버렸다.
그것도 제일 바쁜 영업2팀 부서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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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7-12 00:21 | 조회 : 2,344 목록
작가의 말
모근님

여름감기는 개도 안걸린다는데.. 저는 개보다 못한가봐요... 눈물나고 코 가렵고 재채기 나고 죽겠어요ㅠㅠㅠ 알레르기도 아닐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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