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욕구불만은 머리론 알지 못하지만 몸은 안다



흑심은 그가 아닌 내가 갖고 있었구나. 고작 고등학생을 상대로 무슨 상상을 미쳤어
미친 게 분명해 장가현 오늘 하루 종일 스트레스 받아서 정신이 이상해진 게 분명해
응, 분명한 거야 그래 오늘 하루 스트레스 때문이야!


집에 오자마자 거실에서 옷도 갈아입지 않고, 씻지도 않고선
미친 듯이 원을 그리며 고민을 하는 듯한 표정으로 돌아다니다 결론이 나자
확신에 찬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며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물기를 머금은 그의 머리카락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과 앵두색 입술이 유난히
더 불그스름해 보였고, 소파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모습이 야해 보였다.


“그만 생각하자 그만 생각하자아… 장가혀언… 스트레스 받아서 그래!”


잊으려고 해도 자꾸만 생각이 나고 눈앞에 아른거리는 김지용의 행동과,
그의 입술이 자꾸만 아른 거렸다. 아까 그가 멈추지 않았으면
내가 해버리고도 남았을 행동을 그가 멈추는 바람에 겨우 이성을 잡았고
욕구불만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지… 아니야 이거 분명히 머리를 부딪쳐서 그런 거야.”


갑자기 생각난 우리 회사 사장의 얼굴과 함께 떠오르는 별이 보였던 기억
그래 난 원래 이상하지 않았는데, 그 문에 세게 부딪치고 쓰러지고 난 뒤로
약간 이상해지긴 했어.


자기 합리화는 참 빠르고 갖다 붙이는 것도 다양하다.


“내일 병원 가서 CT찍고 검사해봐야겠다.”



수건으로 머리를 대충 털고선 맥주를 원샷을 하고선 캔을 찌그러트리곤 침실로 향해
벌러덩 드러누웠고, 큰 캐릭터 베개를 껴안고선 향기를 맡으며 콧노래를 부르며
아이처럼 웃었다.


‘이사님 향수 냄새… 같이 누워있는 것만 같다…’




.

.

.



“장가현씨 CT상으로는 아무 이상 없어요. 멀쩡합니다.”
“네? 그럼 쓰러진건 왜…”
“그러게요 쓰러졌으면 이상이 있어야하는데 신기하게도 이상이 없고 혹만 났어요.
약 처방 해드릴 테니까 약 사서 매일 바르세요. 지금 다 아물긴 했는데
살짝 몽우리 지는 경우도 있어서 약 꼬박 꼬박 바르세요.”


분명 돌팔이가 틀림없다. 내가 아무 이상도 없는데 그렇게 새파랗게 어린애한테
야릇한 상상을 하다니 내가 이상한 게 아니야 저 의사가 돌팔이 인거야!!!!




.


.


.




“풉…푸하하~! 진짜 장가현 웃겨 죽겠다”
“웃지…마… 난 진지하다!”
“니 사랑 이사님이랑 닮아서 그런 거야 이 멍청아 그나저나 너 머리 돌이냐?
그렇게 세게 부딪쳤는데 아무 이상 없다는 게 말이 되냐? 야 돌대가리 야~”
“시끄러 중학교 졸업사진 가계 앞에 뿌리기전에… 그만해…”


병원 3곳이나 가서 검사를 했지만 다 똑같은 소리만 반복해서 어이가 없어서
나라의 가게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차가운 맥주 한잔 하며 불타오르는 속을
진정시키며 나라의 놀림을 받고 있었다.


“너희 사장 잘 놀더라? 아직 어려서 그런가. 너네 사장이랑 2차 나갔던 여자들이
꼭 사장 다시오면 자기 꼭 다시 불러달라고 자기 개인 번호 적어놓고 난리도 아니었어!”
“여길 다 빌린 돈지랄 부자가 우리 사장이야?”
“그렇다니까 기사에 오른 사진보고 알았다 나도 너무 잘생겨서 연예인 인줄 알았어!”


나라의 호들갑이 이해가 됐다. 로비에서 마주쳤을 때 엄청 잘생겨서 반해버렸지만
깐깐하고 꼰대 같은 모습이 별로여서 금방 사그라졌고 별로 내 취향도 아니였기에
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흐- 내일 출근이야 한 것도 없는데 오늘 하루 다 갔어어”
“얼른 들어가서 씻고 자야지 내일 지각안하고 너의 사랑인 이사님 보지 얼른 가”
“네네, 나갈게 장사 열심히 하구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112에”
“에라이 빌어먹을 놈아! 가 얼른”
“장난이야 전화해 나갈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나라의 모습을 보고 걱정 하지 않고선 서둘러 가게를 나오니
어둑어둑 해가 이미 저버렸다, 애인도 없어서 주말을 한가하게 보내는 내 자신이
너무나 한심했고, 그렇다고 아무나 만나고 싶지는 않았다.






“진짜 욕구 불만이야 뭐야…”


씻고 누워 잘 준비를 끝내고 눈을 감으면 자꾸만 생각나는 김지용의 입술과
그놈의 목소리가 귓가에 아른거리고 눈가에 아른거려 미칠 지경이었다.
그렇게 잘 자던 내가 고작 그 새파랗게 어린놈 때문에 잠을 설치는 게 어이가 없었고
인정하기에도 싫었다.


‘띠링~’



이질감이 들었다. 뭔가 확인하면 오늘 밤 잠은 다 잔 기분이 분명했고
확인하기가 두려웠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말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을 때 이미 나는 확인을 한 상태였다.


[ 내일 퇴근하고 j호텔 2133호 7시까지와. ]


“이상한 생각 하지말자 한가현 너 욕구 불만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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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7-08 22:50 | 조회 : 3,083 목록
작가의 말
모근님

뭐가 아닌데~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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