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상상이 현실로 변하는 야릇한상상



“사모님 도련님 오셨습니다.”


언제 와도 이 집은 정이 들지가 않는다. 비록 나의 유년시절을 보낸 집이지만
그 유년시절은 정이 가지 않았으니까, 지우고 싶은 기억이라 그런가?

쭈뼛쭈뼛 메이드 아줌마를 따라 들어온 저택 안에 아직도 날 향해 반겨주는 해피가 있고
기억하기 싫은 온갖 기억들이 이 돌을 밟을수록 선명히 기억이 난다.
이래서 오기 싫었는데.


“JA그룹 비서로 들어갔다고?”
“…네 어머니”
“아직도 날 증오하니?”
“…”


모자 사이라고 보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외모는 무척이나 비슷한데 남을 대하듯
선을 딱 긋는 그의 행동에 찻잔을 잡은 손이 떨려오며 입술을 꽉 깨물며 눈물을 삼키며
애써서 물어본 질문의 내용이 이상했다.

중년 여성의 귀품은 마치 영부인 같아보였고, 외모 또한 아름다웠다. 주름하나 없이
늙었고, 아마 젊은 시절의 모습은 가현과 많이 비슷할 거 같다. 정말 예뻤다.


“그래… 용서가 안 되겠지. 하지만 그걸 무기로 날 설득 시키려 하지 마렴.
네가 알다시피 난 만만하게 당해주지 않아. 하지만 하나뿐인 아들의 어리광이니까
딱 1년이야 그 뒤엔 다시 들어와야 해 이 집으로.”
“…”
“대답.”
“…네…”
“가보렴 연락하마. 그리고 일부러 나한테 빚지는 게 싫어서 카드 안 쓰는 건 알지만…”
“쓸 일이 없어요. 걱정…하…지마세요. 1년만 숨통 트이게 살다가 제 발로 목줄 찰게요.
어머니가 원하시는 완벽한 강아지가 될 테니 해피 죽이지 말고 데리고 계세요.”


처음이었다. 매우 아파보이는 눈빛과 애원하는 눈빛으로 나에게 뭘 해달라고 요구한건
늘 내가 시키는 대로 원하는 대로 행동하기에 바빴던 내 분신과도 같은 아이가 나에게
눈을 피하지 않고 부탁했다. 누굴까 이 아이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준 쓰레기는.


“도련님… 밥 꼭 잘 챙겨 드세요 사모님이 저렇게 말하셔도 도련님 걱정 많이 하셔요.”
“…안녕히…계세요.”


고개를 푹 숙이고 90도로 인사를 하고 도망치듯 그 집을 벗어나는 여리하고 작고
예쁜 아이의 눈망울에 눈물이 맺힌걸 보고도 모른 척 해야 한다는 슬픔에 눈물이 흘렀다.


“한비서!!!”
“도련님 방금 나가셨습니다.”
“가현이. 가현이 주변 잘 감시해. 사소한거 하나라도 누굴 몇시에 어디서 왜 만나는지
매일 매일 보고해. 여자만나는 것과 특히 남자 만나는 거. 다 감시해”
“…네…”


‘어떤 쓰레기가 내 강아지를 바꿔놓은 걸까. 죽이고 싶게, 좋은 엄마 되기는 너무 힘드네.’



.

.

.



[ 그래서 병원 안 갔어? ]
“병원 가서 문에 부딪쳐서 왔다고 하는 게 너무 부끄러워…”
[그 사람 명함 놓고 갔는데 JA사장 개인 비서더라 너 문에 머리 박게 한 사람]
“소파에 옮겨놓은 게 그 남자라고?!”
[그건 개인 비서 아무튼 남자 밝히는 건 알아줘야해 무튼 누나 요가 하니까 있다가 전화해]


울적한 기분을 없애려 나라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이 울적한 기분은 없어지지 않았다.
누군가 날 안아주길 원해. 날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이 망가트려줬으면…


‘띠링~’


[ 저번에 고마웠어요. 가현씨 오늘 우리 아들이 고맙다고 집에 초대하라는데,
안 바쁘면 같이 식사 할래요? ]


이 우울하고 외로운 기분을 없어지게 해준 단 한통에 문자에 금방 아이처럼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콧노래가 시작됐고 서둘러 준비를 했다.
매일 밤 자기 전에 상상하던 그의 집 풍경을 오늘 실제로 보게 되어 신이났다.
마치 수학여행 가는 날 아침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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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7-08 21:10 | 조회 : 2,858 목록
작가의 말
모근님

스토리 변경으로 제목도 변경! 서로이웃 열었습니다! 수위는 모두 블로그에 '전체공개' 로 올리고 단편집은 서로이웃으로 연재합니다. 단편집은 모두 수위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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