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흑심은 야릇하고도 위험해




“그냥 빈손으로 오지…. 고마워요 대접하려는 게 오히려 선물 받고 있네요.”
“아니에요! 먹고 싶었는데 같이 먹으려고 사왔어요. 여기 엄청 맛있어요! 헤헤”
“현관에서 밥 먹을 거야?! 들어와 아빠!”
“들어와요, 손님을 현관에 세워 뒀네.”


깔끔하고 모던한 분위기 그대로 그의 집 또한 나의 상상과 비슷한 진한 블루 바다색으로
도배 되어있었고, 남자 둘이 산다는 집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너무 깔끔했고 정리 정돈도 잘 되어있고 향기마저 향긋했다.
그의 옅은 미소로 날 반겨주는 게 마치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듯 한 느낌이 들어서
너무나 행복했던 것도 잠시였다.


“우리 지용이가 요리를 엄청 잘해요, 어서 들어요. 맛있을 거예요”
“자…잘 먹겠습니다. 잘 먹을게 고마워…”


나의 감사 인사를 듣기는커녕 무시하고선 예쁘게 플레이팅 되어있는 스테이크를 써는
그 모습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너무나도 닮아서 야한 상상을 불러왔다.


“이거 먹어.”


예쁘게 잘라서 자기가 먹는 게 아니라 내 접시와 바꾼 자신의 접시.
마치 이사님이 준거 같아서 행복했다. 내 앞에 있는 그가 날 위해 오직 나만을 위해
손수 요리해서 잘라준 듯한 기분에 한술 더 떠서 떡 줄 놈은 생각도 안하는데
먹여 줄 것만 같았다.


“맛있죠? 신라호텔에서 우리 아들놈 스카우트하려고 벌써부터 애쓰고 있어요.”
“제…제가 닦을 게요…”


귀가 빨개졌다. 내 입에 뭍은 스테이크 소스를 닦아주는 다정한 손길에 말을 더듬으며
티가 나게 행동해버렸고, 그런 나의 행동을 아무도 캐치하지 못한 거 같았다.
그의 손이 살짝 닿는 바람에 야릇한 상상은 계속되었다.


디저트인 내가 사온 케이크까지 다 먹고 나서 설거지를 하겠다고 말하고선
주방에서 앞치마를 두르곤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열중 하고 있던 내 옆에 온
이사님을 쏙 빼닮은 그의 아들 김지용 싸가지는 없지만 뭐 귀엽고 봐줄만 하다.


“너 우리 아빠 좋아하지.”
“…!!!!…”
“옆에서 잠깐 봤는데 확 티나. 저 양반은 원래 둔해서 모르겠지만,
회사 사람들이나 바이어 들이 보면 확연하게 티 날거야. 맘 접어”
“…짝…사랑이야. 고백할…용기도…마음도…없어…혼자만 좋아…할 거야”
“내가 말해버리면?”
“…”


자극을 했다. 순수해 보이면서 앙큼한 상상을 하는 듯한 야릇한 녀석의 치부를
자극을 했다. 넘어 올게 분명했다. 고양이 같은 눈으로 생선을 달라고 바라보는 듯 했고,
그 눈빛은 매우 치명적이었다.
만약 이성의 끈을 놓지 않았으면 그대로 입술을 먹어치웠을 것 이다.


“내가 말하면 곤란한가봐. 번호 찍어.”
“…왜…”
“입막음 하려면 잘 보여야지 앞으로 내가 필요 할 때마다 이용하게”


핸드폰을 건네는 그의 얼굴이 이사님과 겹쳐보여서 주지 말아야할 내 전화번호를
줘버렸고, 야한 웃음이었다. 대체 무슨 이용을 하려고 하는지 궁금했지만
섣불리 물어보고 싶지 않았다. 왠지 들어서는 안 될 내용 같아서 말이다.


“벌서 가요? 내일 일요일 인데 차 마시고 가요”
“약속 있어서 이만 가보려고요. 저녁 맛…있었어. 이만 가볼게요 월요일에 봬요.”
“조심히 가요 지용아 니가 1층까지 배웅해드려.”
“귀찮은데, 아빠가 음식물 버려 그러면”
“알겠어. 얼른 배웅해드려”


화목해보이고 누가 봐도 아름다운 부자사이로 보였고 저들 사이에 끼고 싶었다.
하지만 흑심을 품고 있는 자신의 아들의 흑심을 알까…?
아마 알게 된다면, 저런 광경은 나오지 않겠지.

곰곰이 생각하며 엘리베이터에 탔고,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내 어깨를 감싸는
그녀석의 손길에 당황했다. 마치 이사님이 내 어깨를 감싼 느낌이 들어서 말이다.


“이런 용도로 이용할거야. 잘 부탁해”
“…자…장난…ㅎ…하지마!”
“장난 아닌데? 나도 너처럼 게이라고 밝혀야지 믿어?”


엘리베이터 벽에 날 가둬놓고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듯 해보였지만,
그 뜨거운 시선은 입술에 향해있었다. 금방이라도 먹어치울 듯 한 눈빛에 무서웠고
당황스러웠다. 매일 밤 상상하던 이사님과의 키스 장면과 겹쳐 보였지만
이런 식 으로 원하지 않았다.


“쫄 지마, 아직은 잡아먹을 생각 보단 가벼운 스킨십부터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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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7-08 21:45 | 조회 : 2,618 목록
작가의 말
모근님

가벼운 스킨십이 뭔데에~? 그런 정의가 있었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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