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말끝을 흐리게 되면 불어나는 나쁜생각



경비가 삼엄한 아파트 입구에서 미리 이사님이 연락을 해주셔서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이런 사소한 것 까지 신경을 써주는 그의 행동이 마치 더욱더 자신을 사랑해달라는
환청이 들리는 듯 했다.


“저기요 안갈 거면 꺼지던지 비키던지 해요”
“아…죄송해요”


얼떨결에 사과를 해버렸고 뭐 저런 싸가지 고딩이 다 있어!
절대! 네버! 무서워서 사과를 한 게 아니야! 그냥 내가! 길을 막은 건 잘못했지만!
욕해서 싸가지 없어서 속으로 욕한 거야! 난 매너 있으니까!


“너냐?”


길을 비켜주자 앞으로 성큼성큼 가방 없이 바지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선 걸어가는
키가 무지 큰 성장기의 고딩에 어이없는 물음에 뭐라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멍- 했다.


“얼 빵하고 키 작고 하얗고 여자같은거 보면 너 맞는데 너 울 아빠 비서냐?”
“…??!…”
“이름 장가현 맞나? 무튼 줘. 아까 욕한 건 쏘리~ 가봐 잘 가~~~”


당황스러웠다. 단순한 그 아이의 행동에 흑심이 있어보였지만 그래도 순진한 미소로
이사님과 닮은 그 미소로 날 바라봐주니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르겠지만…
집에 올라가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아쉽다… 속옷… 훔치고 싶었는데… 사진도…”


아마도 흑심은 내가 갖고 있는 게 확실하다.



“대기업에 취직하더니 좋아 죽네! 죽어 누구는 주말에도 일하는데 아휴 내 팔자야”
“대기업이라고 좋은 것만 있는 건 아냐 맨날 여자 사원들이 내 뒷담화해서
나 아마 100살은커녕 200살까지 살 수 있을 거야 확실해.”


오랜만에 만난 유일한 이성친구 나라의 가계에 와서 비싼 술을 홀짝홀짝 얻어먹고 있었다.
나라에게 이사님 이야기를 해주니까 아이 같은 표정을 지은 날 귀엽다며
볼을 꼬집는 바람에 아파죽겠다.


“아파! 그만해 아파!”
“왜에~ 울 가혀니 귀여워서 그래 귀여워서 누나가 술 더주까?”
“괘…괜찮아 근데 여기 손님이 왜 이렇게 없어?”
“오늘 누가 예약해서 싹 빈 거야. 돈 많은 놈은 돈지랄도 귀티 나게 하더라.”
“잘생겼어?”
“넌 여자로 태어났어야해 이렇게 잘생긴 남자 밝히는 것 보면 요물이야 우리 요무울!”
“하지마! 엉덩이 좀 그러지마 남이 보면 오해해…”
“오해 하라지 이리와!”


엉덩이를 주물럭주물럭 거리는 탓에 부끄러웠고, 도망치듯 가계 문으로 뛰어가자
열리는 문에 이마를 세게 쾅-!! 소리 나게 부딪혔고 눈앞에 별이 보였다 정말로.
그 뒤로는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장가현!! 너 괜찮아? 야 눈떠봐 야!”


어찌나 놀랐는지 뺨을 사정없이 후려쳐도 눈을 뜨지 않는 가현을 보고 놀랐고
앙칼지게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문을 연 사람도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

‘어디서 많이 본거 같은데 저렇게 잘생긴 얼굴이 흔하지도 않은데 어디서 봤더라?’


“소파로 옮기죠. 뺨맞고 아파서 앓는 소리 내는 거 보면 괜찮은 거 같은데”





“ㅁ…뭐야 나 으 머리야 혹 났어?”
“응 너 혹 크게 났어. 손님들 있으니까 여기 누워있어 룸 아가씨들도 있고…”
“아…응 고마워 나 가야해 내일 본집 가는 날이야”
“우리 집에서 자고가”
“나라야 난 남자를 좋아하긴 하는데 그래도 남자야 나 넌 여자고 먼저 갈게”
“그래…”


말끝을 흐리는 사람이 오늘 따라 너무 많은 거 같다.
날 위한 배려라고 생각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지만은 않다.
그 배려가 얼마나 아픈 배려인지 알기 때문인가.

겉옷과 가방을 챙겨들고선 BAR를 나서 택시를 잡고선 나의 집으로 향했다.
오직 나만 있는 내 집.


“수고했어. 오늘 하루도 장가현 잘 버텼어”


샤워를 하고 자신의 몸보다 큰 티셔츠와 긴 반바지를 입고선 물기를 머금은
머리카락에서 물이 살짝 떨어지며 붉은 입술이 너무나도 붉게 보이는 그의 모습은
야릇했다 정말로, 여장 남자 같았지만 그의 약간 나온 수염이 남자라고 말해주 듯
섹시했다. 정말로 망가트려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순수하지만 야릇해보였다.



0
이번 화 신고 2016-07-07 14:08 | 조회 : 3,126 목록
작가의 말
모근님

떡밥 제조기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