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다정하면 야릇한 생각이 들지




시끄러운 알람소리에 화들짝 놀랐고, 벌떡 일어나졌다.
화재경보기와 비슷한 알람소리에 이사님도 놀래서 나오셨고 멍 하니 서있는 날 보고선
왜 그러냐는 눈빛을 보내며 문에 기대 팔짱을 끼고선 날 바라보는 그 시선도 너무 좋았다.
빠져 드는 것만 같았다.


“아… 전체회의 알람 맞춰놓는걸 기상알람소리로 해놔서…”
“가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날 흐뭇하게 바라보다 언제 웃었냐는 듯 정색을 하며
긴장한 표정으로 옷매무세를 단정히 하고선 엘리베이터로 발걸음을 옮기는 우빈.
그런 간단한 행동마저 너무 멋있어 보였고, 단단히 콩깍지가 씌었다.

새로운 젊은 후계자 재벌2세인 우리 회사 사장이 소집한 전체회의에 참석하려는 사람들이
엘리베이터에 전부 타 엘리베이터는 꽉차버렸고 임원전용 엘리베이터도 마찬가지였고
사람들에게 껴서 죽을 거 같은 날품에 넣고 묵묵히 보호해주는 이사님의 행동에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치며 귓가에서 ‘이사님 사랑해요’ 라고 말하라고 속삭이는 듯
착각이 들었고 정신이 몽롱했다.


엘리베이터가 멈춰버렸고, 이 달콤한 순간도 끝이 났지만 내가 사람들에게 밀려서
내리지 못할까봐 내 손목을 꽉 잡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다정한 이사님의 손길에
그를 이보다 더 사랑할까봐 두려웠다.


“후- 미리 일찍 움직여도 사람이 많네요. 괜찮아?”
“ㄴ…네”


빨개진 얼굴을 감추려고 애썼고, 그의 한숨마저 달콤해 보였다.
존댓말과 반발의 적절한 조화는 날 더 애타게 했다.
그의 뒤를 강아지 마냥 졸졸졸 쫓아서 들어간 전체회의실 안의 풍경은
입사한지 3개월 밖에 안 된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대충 얼굴 익혀놔요. 도움 될 거니까 앞으로 자주 볼 거예요.”
“아… 이사진 분들이죠?”
“상석부터해서 앞에 앉은 사람들은 다 이사진 이라고 보면 편해요.
계열사 사장들도 모두 소집됐으니…”


말끝을 흐리는 그의 말을 그때는 이해가 안됐다. 왜 흐렸는지
그의 제스처 하나하나 다 머리에 새겼지만 지금 이 순간에 말끝을 흐리는 행동은
처음 봐서 머리에 새겨지지 않았고, 의문감을 가져왔지만 긴장감에 그 의문감도
오래 가지는 않았다.


“사장님 들어오십니다.”

3시 딱 정각에 들어온 사장이라는 사람은 아까 로비에서 마주친 조각미남이었다.
내 사원증으로 딴죽을 걸던 그 남자가 사장이라는 건 딱히 놀랍지도 않았지만
그의 외모는 놀라웠다. 이사님 보다 더 잘생겼고 딱 내 이상형에 가까워
그 모습을 눈으로 다 담으려 애썼고, 누군갈 찾는 듯한 눈빛으로 큰 회의실 내부를 한번
휙 눈으로 둘러보다 이내 나와 눈이 마주치고 나서 알 수 없는 야릇한 미소로 가슴을
3번 정도 툭툭 치고선 사원증을 가리켰다.


“전체 회의 시작하기에 앞서 개인적인 사담 한마디만 할게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개인 비서에게 사원증을 받고선 나와 마주하던 뜨거운 시선은
온데간데없어졌고 차가운 시선으로 사원들에게 냉소를 지으며 말을 하는 그 모습이
소름 끼쳤다.


“JA그룹 사원 여러분. 사원증은 당신들을 JA 대기업 직원이라고 나타내는 증표입니다.
사원증 물에 젖으면 인식이 잘 안된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김이사님?”
“네 인식이 안 됩니다. 직원들의 항의가 여러 번 올라왔습니다. 카드회사를 바꾸자는
결재 서류도 몇 번이고 올렸는데 다 기각됐습니다.”
“만약 카드회사와 연관이 있어서 더럽게 돈 받아 처먹어서 뒷구멍 닦았다고 말이 나오면
즉시 해고입니다. 오늘 카드사 바꾸려고 합니다. 기획서 보내세요. 김이사님.”
“네”


소름끼치는 냉소를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이사님의 보습에 다들 놀라는 눈치였고
누가 사장 앞에서 저렇게 당당하게 말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불러왔다.
역시 내가 반한 남자는 당당하고 멋있다…

지겨운 회의가 끝나고 보니 6시 가까이 되었고, 바로 바이어 미팅을 하러 나가는
이사님의 뒤를 또 강아지 마냥 쫓아 그의 차 앞에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의 아들 그를 닮은 아들에 생일을 축하해주러 가는 마음이 꼭 와이프가 된 기분에
설레었다.

‘띠롱-’


[ 우리 아들이 사춘기라 예의가 없어도 이해해줘요 고마워 가현씨 ]

“이렇게 다정하면 포기가 안되잖아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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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7-07 13:17 | 조회 : 3,169 목록
작가의 말
모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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