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아차

호텔에 도착하고 숙소에 들어가니, 아무도 없었다.
강 비서에게 문자를 보내 보니, 자신은 호텔 지하에 있는 와인바에 왔고, 연우는 이연과 함께 놀러 나갔으니 늦게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민운은 짐을 풀고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를 했다.
그리고 편한 후드 티로 갈아입고 책상 위에 있는 노트북을 켰다.
밀린 일을 시작하는 것 같았다.

그가 책상 앞에 앉아 일을 시작한 지 대략 20분 정도가 지나니, 숙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신발을 벗는 소리도 들렸고 방 앞까지 발걸음 소리가 이어졌다.







“……왔어?”


방 문이 아주 천천히 열리면서 연우의 얼굴이 빼꼼 보였다.
그는 먼저 와 있는 민운을 보고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아, 일찍 왔네요……?”

“아니야, 나도 금방 왔어.”

“…….”




방 안은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연우는 말 없이 가방을 내려놓고 겉옷을 벗어 침대 옆에 있는 의자 위에 올려놓았다.
민운도 계속 연우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말 없이 노트북 타자만 쳤다.







“있지, 연우야.”


그러다가 문득 물었다.


“네?”


연우는 재빨리 이 곳을 탈출하여 씻으러 가려다가 실패했다.
그는 방 문 앞에 서서 민운의 질문에 빠르게 대답하고 나갈 궁리를 했다.
하지만 질문 수준이 그럴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요즘 나 피하고 있는 이유 물어봐도 될까?”


연우는 말을 돌리지 않고 정면으로 돌파하는 그임을 잊었다.
그리고 자신이 이 질문을 유연히 넘어갈 수 있을 리도 없었다.



“……제, 가 무슨……피한다고…….”

“너 거짓말에는 영 소질이 없는 거 알지.”



민운은 노트북을 닫았다.
본격적으로 그에게 질문을 퍼부을 생각이었다.
그걸 눈치챈 연우는 큰일났다는 생각에 식은땀을 흘렀다.



“아니 진짜 안 피하는 데……요…….”


그리고 아주아주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 궁금해서 그래. 친해졌다 싶으면 피하고……친해지려고 하면 피하고……혹시 내가 뭐 잘못했어? 나랑 친해지는 게 싫은 건가?”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럼 내가 너 좋아해서?”

“…….”


연우의 표정이 확 달라졌다.
아니라고도 말을 못했다.
그새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바로 이게 정답이었다.



“그래서 그래?”


민운도 옳다구나, 물었다.



“아니……그…….”



연우는 눈동자를 굴리며 빨리 다른 이유를 대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현재 그의 머릿속에 생각나는 건,




‘며칠 전 꿈 속에서 도련님이 무섭게 나와서 그래요!’

‘도련님 아버지가 별 얘기를 다 하셨단 말이에요!’

‘그 사진 속 사람이 도련님 전 애인이었어요?’



전부 입 밖으로 내보내면 안되는 말이었다.
서로 피곤해지고 감정 상할 테니까 말이다.


‘아, 이건 아니야. 미쳤지, 질투할 게 따로 있지……. 무슨 말을 해야하는 거야……짜증난다…….’








“정말 내가 싫은 거야?”



연우가 심각한 표정을 짓자, 그는 시무룩하게 물었다.
어떤 말을 해야 적당히 넘어갈지 고민하던 연우는 짜증남과 동시에 갑자기 울컥해서 큰소리로 말했다.



“아니라니까요! 저도……!!!”


그리고 합죽이가 되었다.


“저도?”


민운은 뜻밖의 대답에 눈을 반짝였다.



“저……저…….”



연우는 말을 버벅 더듬었다. 엄청나게, 평소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자신이 무슨 말을 뱉으려고 한 건지 머릿속이 백지가 되고, 얼마나 당황했는지 동공까지 지진이 났다.
식은땀은 비처럼 줄줄 흘러내렸다.



“왜 말을 하다 말아, 궁금하게.”

“아니……저……그러니까…….”



민운이 슬쩍 일어나니, 연우는 흠칫하며 문 손잡이를 꽉 잡았다.








쾅-!



그리고 눈 깜짝할 새에 방 문을 확 열고, 쾅 닫았다.
쿵쿵 뛰어가는 소리도 들리더니 숙소 문이 삐리릭- 하고 잠기는 소리도 들렸다.
민운이 이 상황을 파악하는 시간보다 빠르게 도망을 가버렸다.



“어, 야? 야! 이연우!!!”



민운은 뒤늦게 그를 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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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2-08 00:39 | 조회 : 3,106 목록
작가의 말
로렐라이

이제부터 여러분이 오오오오ㅗ래 기다리던 게 나오지 않을까....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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