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 돌아가는 길

“…….”


난 세면대에 물을 받아 세수를 했다.
눈이 엄청나게 충혈되어 있었다.


‘오늘 도련님 오실 텐데…….’

어제 회장님께 많은 얘기를 들어서인지, 꿈도 이상한 꿈을 꿨다.
정말 이상하게도 눈물이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아서, 강 비서님 깨실 까봐 소리 죽여 눈물이 멈출 때까지 이불 속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낮 이전엔 괜찮아지겠지?’

그러다가 또 잠이 들었고, 일어나보니 아침이었다.
눈 주위에는 눈물이 말라붙어서 하얗게 일어나 있었다.



‘……아침이나 먹으러 가자.’







-----







“전 이만 가볼게요.”


하얗고 작은 주택에서 한 명이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그가 나가자, 안에 있던 사람들도 우르르 나와 그를 배웅했다.
그리고 다들 한마디씩 했다.


“민운아, 좋아 보여서 다행이다.”

“네가 다른 행복을 찾아서 우리도 참 기쁘단다.”

“그동안 테오와 함께 해줘서 고마워. 그 아이한테 미안하니까 여기 많이 찾아오지 마. 우린 괜찮으니까, 알았지?”


로제는 민운의 바지 밑부분을 물고 늘어지는 강아지를 안아 올렸다.
민운은 강아지의 복실복실한 머리를 쓰다듬었다.


“네, 다들 고마워요.”


그는 마지막으로 모두에게 인사를 하고 나와, 발걸음을 돌려 마을 앞에 있는 공원을 가로질러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그는 그곳에 서서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 정류장 의자에는 두 어명의 사람이 앉아있었다.
그 가운데 옷을 두껍게 껴입은 한 남자가 수상하게 민운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두 눈을 찌푸리며 천천히 일어나, 민운에게 다가갔다.





“백……민운?”


민운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옆을 쳐다봤다.
그 남자는 민운의 얼굴을 보더니 덥수룩한 수염 사이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야……! 너 맞지! 새끼가, 그동안 연락도 없고!!”


남자는 코가 찡했다.
그는 화가 난 건지, 반가운 건지 힘껏 그의 어깨를 팍팍 쳤다.

민운은 남자의 행색을 봤다.
정리도 못할 거면 대체 왜 길렀는지 알 수 없는 더벅머리에, 몇 년을 기른 건지도 모르겠는 수북한 수염, 그리고 집에 있는 옷은 다 껴입은 것 같았다.
민운은 전혀 누구인지 모르겠는 눈치였다.



“이 새끼, 한결같이 잘 생겼네. 키는 왜 또 이렇게 커?”


목소리는 조금 익숙했다.
민운은 설마 하며, 자신 없게 물었다.



“……혹시 마크 테일러는 아니지……?”

“그래, 나야!! 너 그렇게 말도 없이 사라지기 있냐?!!”



그는 마지막으로 민운의 등을 철썩 때리며 물었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게 반가워서 버스도 놓치고 말았다.



“……넌 대체 뭘 하고 산 거야…….”


민운은 말도 안되는 행색을 보며 물었다.
깔끔하게 머리를 올리고 코드만 입고 다니던 2년 전 마크와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오늘은 그냥 대충 입고 나온 거 거든.”

“그냥 대충이 아닌 것 같은데…….”


민운은 삼 사십은 돼 보이는 그를 보며 마크의 나이를 세 봤다.
만 22살, 저 모습이 22살이라니 소름이 돋는다.




“말 돌리지 말고 왜 우리한테 말 한마디 없이 가버렸냐고!”



2년 전 민운이 말도 없이 사라지고, 잭 바넬과 마크 테일러는 옆이 허전했다.
두 사람은 분명 테오와 관련된 것이라 생각했다.

민운이 살던 집을 찾아가 봤지만, 그 집은 이미 비어 있는 상태였다.
겨우 주말에 시간을 내어 오타와로 가서 직접 강 비서에게 이야기를 들은 결과, 해외로 나가 있다는 말뿐이었다.



“집에 핸드폰을 두고 떠나고, 외국에서 새로 개통했는데 연락처가 있을 리가……가족 번호면 몰라, 네 걸 기억할 리도 없고.”

“이메일은?”

“……그냥 내가 너희는 별로 생각이 안 났나 보다.”


민운은 농담삼아 말했다.


“이게 진짜.”




공항으로 가는 버스가 도착했다.
놓치면 1시간은 더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민운은 얼른 짐을 실었다.
그리고 코트 속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그에게 줬다.

마크는 명함을 받고 이리저리 흔들어보았다.





“……이거 진짜냐?”


그는 의심이 눈초리로 그에게 물었다.


“넌 인터넷도 안 해? 첫번째 번호로 연락해. 바쁘지만 않으면 받아줄 게.”

“얼씨구? 나 진짜 연락한다. 또 말도 없이 사라지기만 해.”




버스 문이 열리고, 공항으로 가는 사람들이 타기 시작했다.




“머리랑 수염 좀 어떻게 해보고!”


민운은 버스를 타면서 외쳤다.


“내 맘이야!”


마크도 출발하는 버스를 향해 소리쳤다.
그리고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는 핸드폰을 들어 명함에 있는 번호를 저장했다.







주머니 속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핸드폰을 꺼내 확인해보니, 마크에게서 쌍욕거리가 문자로 왔다.


‘풋…….’



그는 버스 의자에 기대 눈을 감았다.

한결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1
이번 화 신고 2017-02-08 00:32 | 조회 : 2,362 목록
작가의 말
로렐라이

물론 영어로 한 대화입니다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