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그의 이유(2)

형은 만약에, 라는 소리를 자주 했다.
짜증이 날 정도였다.
다른 그 어떤 것도 아닌, 자신이 죽을 때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사귀고 나서부터 함께 있는 날이 많았다.

하루 종일 학교에서 붙어있거나
누구의 집에서든 같이 밥을 먹는다거나
낮에는 운동하러, 밤에는 영화를 보러 나가는 일이 대다수였다.

가끔가다 집에 아무도 없을 때면
이때다, 하고 갖은 애정표현을 했다.



쪽-

“……야, 그만해.”

형이 내 몸을 밀어내려고 하자, 나는 그를 더 세게 안고 한번 더 입을 맞췄다.

“왜? 싫어?”
“이 이상 뭘 또 하려고?”
“뭘, 야한 짓 밖에 할 게 더 있나? 마침 집에 아무도 없겠다.”
“이 발랑 까진 것이…….”

형은 날 툭, 치고 내 다리 위에서 내려가 침대 밑으로 다리를 내려 앉았다. 그리고 책상 위에 놓여있던 핸드폰으로 시간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너 때문에 입술이 남아나질 않아.
집에 와서 10분 동안 키스만 했잖아.”

“오래 하지도 않았네.
쉬면서 했으니까 진짜 한 시간은 5분도 안될 걸.”

형은 내가 이런 얘기를 천연덕스럽게 하면
얼굴이 확 달아오르곤 했다.

“조용히 해……. 새파랗게 어린 게, 밝히긴 엄청 밝혀.”
“형이랑 몇 살 차이 안 나거든.”
“그래도 넌 미성년자잖아.”

“그래~ 그래서 뽀뽀 밖에 못하고 있잖아. 괜찮다니까 그러네.”
“내가 안 괜찮아. 적어도 스무살은 되고 까불어.”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려…….”


“……내가 그렇게 좋아?”


항상 저 질문을 할 때마다
형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언제 죽을 지도 모르는데.”

“아, 진짜……. 그런 소리 좀 그만 하라니까.
내가 절대 그런 일 없게 할 거니까 걱정 마셔.”

나는 침대 위에서 내려와 형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

“그래도……만약에 말이야, 내가 죽으면…….”

내가 항상 곁에 있을 테니
절대로 형이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죽으면 넌 나 잊고 다른 사람 만나서 잘 살아야 해.”

설마 형이 죽을 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알았으니까 일어나, 저녁 먹자.”



그렇게 허무하게 형을 보내고
나는 다니던 학교를 휴학했다.

그리고 형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고 잊기 위해
별 짓을 다 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마음이 조금 정리가 되었을 때
연우를 만났다.

아마 처음 만났을 때부터
관심이 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상황은 연우가 더 심각했지만
형도 이와 비슷한 일이 조금 있었으니까.

나는 연우에게 어떤 삶을 살아온 건지
묻고 싶었지만
그런 이야기를 아무에게나 말해줄 리가 없어서
그동안 묻지 않았다.

오늘은 항상 경계하던 표정이 약간 사그라든 것 같아서
살짝 물어본 결과
대강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전부 다는 듣지 못했기 때문에
나중에 신뢰가 더 쌓이고
연우가 과거를 완전히 털어낼 수 있을 때쯤에
다시 물어볼 생각이다.


“아무튼 전 이만 올라가 볼게요.
내일은 늦게 출근할 거니까 그렇게 아시고.”

나는 일어서며 말했다.
내가 일어나자 형도 따라 일어섰다.

“이젠 아주 그냥 막 나가네.”
“내일만이야. 아무튼 아줌마, 아줌마도 그만 주무세요. 형도 빨리 가.”
“알았어요, 올라가서 쉬세요.”

난 둘과 인사를 나눈 후
계단을 올라가 내 방에 들어갔다.

내 방의 책이 가득한 책장 위에는
형과 내가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찍은 사진이 액자 속에 들어있었다.

그때 여행을 더 많이 했다면 좋았을 텐데…….





“도련님 진짜 괜찮나 몰라…….”

민운이 위로 올라가자
아줌마는 앞치마를 벗으며 말했다.

“뭐, 괜찮겠죠. 확실히 나아졌긴 했잖아요.
성격이 변한 게 아쉽긴 한데…….
이거 되게 맛있네요.”

강 비서는 책상 위에 놓여있는
과자를 하나 집어 먹더니 맛있었는지
몇 개를 더 먹었다.

“음? 하나도 안 변했는데요.
그냥 좀 컸으니 어른스러운 느낌이 나는 거겠죠.”

“아니에요. 옛날엔 엄청 귀여웠다고요.
형아, 형아 하면서 따라오고.
그런데 요즘은 계속 툴툴대고 표정도 변화가 없어요.”

“잘만 웃는데, 비서님이 요즘 너무 도련님을 놀리니까 그렇죠.
아무튼 가요, 배웅 해드릴게요.”

아줌마와 강비서는 천천히 현관문 쪽으로 걸어갔다.

“애가 재미없어지니까 제가 그러는 거 아니에요~”
“네, 네~ 얼른 가세요. 새 신부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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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7-24 14:11 | 조회 : 3,842 목록
작가의 말
로렐라이

언젠가는 이 내용을 그대로 웹툰을 그릴겁니다...! 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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