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이유(3)

“생년월일 말해주세요~”

사진관에서 주민등록증 만들기 위해 왔다고 하니, 여직원이 나이를 물었다.

“이게……97년생들은 그대로 찍어도 되는데, 98년생은 여권 만들 때 찍는 것처럼 눈썹, 귀 다 보이게 찍어야 하거든요.”

그도 내 생일이 궁금했는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내가 말하길 기다렸다.

“98년 1월 17일이에요.”
“98년? 빠른년생이었어?”
“……네.”

그도 아줌마도 놀라 서로 쳐다봤다. 여직원은 그렇다면 머리를 뒤로 넘겨야 한다며 따라오라고 했다. 그리고 얼굴에 붙인 밴드를 다 떼내고, 상처는 포토샵으로 지워주겠다며 내 머리를 만지기 시작했다.

“귀여워라. 중학생이라고 해도 믿겠어요~”

의자에 앉아서 가만히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을 바라봤다. 이마를 덮던 머리카락을 모두 뒤로 넘겼다.

“자, 다 됐어요. 너무 멋있다. 저쪽으로 가면 아저씨가 사진 찍어줄 거에요.”

그녀가 손으로 하얀 배경이 있는 곳에서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서 있는 아저씨를 가리켰다.
하얀 배경을 뒤로 사진을 찍고, 이제 집으로 가기 위해 차를 탔다.
시간을 보니 4시가 다 되어갔다.


“전에 살던 집은 어디야? 혹시 가져올 건 없어?”

그가 돌아가는 길에 물었다. 갑작스럽게 물어본 거라 조금 놀랐다.

“아, 있긴 한데…….”
“그러면 나온 김에 가자. 안내해 줄래?”
“……네.”

아줌마는 내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차를 끌고 산 속 비포장 도로를 천천히 달렸다.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항상 걸어서 올라갔던 이 길을 창문 너머로 봤다.

“와, 밤에 되게 무섭겠다.”

집에 도착하고, 남자는 안으로 천천히 들어가보며 말했다. 주의를 둘러보고 바닥에 쓰러져있는 나무판자를 들어올리기도 해봤다.

“여기서 며칠 동안 생활 했어?”
“……세 달 정도 됐어요.”

남자는 이번엔 거의 썩어 들어가는 마루에 올라가 옆에 있는 문을 통해 방을 살펴봤다.

“챙길 게 뭐야?”

남자는 안에 이불 밖에 없는 것을 확인하고 다른 방을 살펴봤다.

“그 방에 있어요. 가져 올게요.”

나는 그가 열은 방 안으로 들어가 작은 서랍장을 열었다.
서랍장 안에는 연두색 커버의 앨범 하나가 있었다. 나는 그것을 잠깐 펴봤다.
구겨진 곳도 있었고, 빗물에 젖어 번진 사진도 있었다. 엄마와 아빠와 함께 찍은 사진들을 천천히 봤다. 환하게 웃고 있는 내 어린 모습도 보였다.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찾았어?”

내가 잠시 사진 속 추억에 잠겼을 때,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바로 앨범을 덮고 품에 껴 앉은 채 밖으로 나갔다.


“우리 연우, 누굴 닮아 이렇게 잘 생겼을까?”

키가 큰 남자가 집으로 들어왔다. 그는 한 아이의 얼굴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
아이는 그 남자가 집에 온 것이 좋았는지 싱글벙글 웃었다.
부엌에서 한 여자가 요리를 하던 중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곧장 그 남자 앞으로 왔다.
그리고 ‘우리 남편 닮아서 잘 생겼지.’하며 남자의 외투를 받아 안방으로 가져갔다.

“연우가 그림 그리는게 재미있다고 해서 이렇게 크레파스도 사왔지~”

남자는 크레파스를 받고 기분이 좋아 실실 웃는 아이를 들어올리더니 볼에 마구 뽀뽀를 해댔다.
아이는 자신의 볼에 닿는 남자의 거친 턱수염에 따갑다며 웃으면서 남자의 얼굴을 조그만 한 손으로 계속 밀어냈다.

“가만히 있어.”

갑자기 남자가 무섭게 쏘아보며 말했다.
아까 전의 남자는 어디로 가고 이상한 처음 보는 남자가 눈 앞에 서있었다.
남자는 내 몸을 무겁게 짓누르고 크고 거친 손으로 두 손목을 붙잡았다.
남자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어 있었고, 난 거칠게 숨을 몰아 쉬었다. 그의 밑에서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

“착하다, 그대로 있어.”

싫다, 라는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움직일 수 없었고,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점점 나와 가까워지더니 눈 앞이 캄캄해졌다.


“야! 이연우! 정신차려!”
“……!”

또 눈 앞에 다른 남자가 서있었다.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여전히 몸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말도 나오지 않았다.
이 사람은…….

“괜찮아?”

그는 손수건으로 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었다.
잠깐 졸은 사이에 가위에 눌렸는지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끙끙거리길래 깨웠어. 움직일 수 있겠어?”

시간이 지나니 몸이 조금씩 움직였다.
그는 손수건을 옷 주머니 속에 넣고, 집에 도착했으니 천천히 내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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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7-21 00:50 | 조회 : 4,085 목록
작가의 말
로렐라이

표현력이 부족해도ㅠ 너그럽게 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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