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두번째 만남(5)

“마침 찾고 있었거든. 그냥 아줌마랑 같이 집안 관리해주고, 마당에서 강아지들이랑도 놀아주면 돼. 아, 그리고 내 스케줄에 맞춰서 할 일도 조금 있긴 한데……이건 힘들겠지?”

연우는 민운의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 분명 두번의 기회는 없을 듯한 달콤한 제안이다. 하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뭐에요……? 동정? 불쌍해서?”
“아까 말했듯이 내가 오지랖이 심하기도 하고……. 일할 사람 구하는 것도 사실이야. 그리고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기회를 줘야 하지 않겠어? 내 눈 앞에 바로 있는데 다른 사람을 뽑기엔 좀…….”

민운이 말을 마치자, 딱 맞게 아줌마가 종이 몇 장을 들고 다시 내려오셨다. 민운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종이를 확인하더니 연우 앞에 내밀었다.

“이게 뭐죠?”

연우는 조심히 종이를 받으며 물었다.

“근로계약서.”

민운은 웃으며 대답해줬다.

“아줌마 혼자서는 할 일이 꽤 많았는데, 너가 도와준다면 일이 훨씬 쉬워질 거야. 원래도 아줌마랑 한 분이 더 계셨는데, 그 분이 일을 그만 두셔서…….”
“그런데 저는…….”
“당장 할 일 없다며. 난 사람을 구하고 있었고. 딱히 경력자가 필요한 것도 아니야. 그러면 누이 좋고, 매부 좋고……아니야?”
“…….”

연우는 무언가를 말하려다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리고 절대 부담 갖지 않아도 돼. 애초에 일하는 동안은 이곳에서 함께 생활해야 한다는 게 조건이었거든. 아줌마도 여기서 지내고 있어.”

아줌마가 한마디 덧붙였다.
이곳에서 일하게 된다면 방금 전과 같은 방법으로 돈을 받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 따뜻한 곳에서 잠도 잘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람을 어떻게 믿고……?
분명 자기 스케줄에 맞춰 해야할 것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시간에는 대체 뭘 하는 건지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인터넷 사이트 들어가면 바로 알 수 있어. 그리고 난 그럴 깡도 없다고. 궁금한 건 물어보면 알려줄게.”

민운은 연우의 머릿속을 꿰뚫어 본 듯이 말했다. 그래도 연우는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근로계약서만 뚫어지게 쳐다보며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뭐, 어째든 선택은 네 몫이야. 굳이 강요할 생각은 없어. 그렇다고 다시 그 아저씨한테는 가지 말고.”
“……할게요.”

연우는 마지못해 이곳에서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당장은 이 일을 받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줌마는 잘한 선택이라며 기뻐했고, 민운도 잘 부탁한다며 일어나 찻잔을 모두 들고 싱크대 안에 담았다. 그러고 나서 아줌마에게 뒷일을 맡기고 2층으로 올라갔다.
아줌마는 연우에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게 했다.


“혹시 신분증 있니? 주민등록증 발급 받았어?”
“아뇨, 아직…….”
“그러면 일단 신분증부터 만들어야겠다. 일단 내용 잘 확인하고 서명은 내일 하는 걸로, 알았지?”

아줌마의 말에 연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줌마는 계약서를 접어서 TV 앞 테이블 밑 선반에 놓고, 바로 옆에 있는 방 문을 열고 들어가서 연우의 몸에 맞을 만한 사이즈의 옷을 찾아서 건넸다.

“피곤하지? 바로 맞은 편이 화장실이니까 거기서 씻고 여기로 오렴. 오늘은 아줌마랑 같이 자자. 아들 하나 더 생긴 것 같아서 좋네.”

아줌마는 부드럽게 말했다.

“오늘 입은 옷은 화장실 바로 옆에 빨래바구니가 있으니까, 지금 입고 있는 겉옷도 거기에 넣으렴. 다 씻고 나면 아줌마가 다시 연고 발라 줄게, 알았지?”

연우는 고맙습니다, 하고 곧바로 옷가지를 가지고 맞은편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연우는 화장실 안에서 입고있던 셔츠를 벗었다.
셔츠를 벗으니 야위고 상처가 가득한 몸이 드러났다.
목부터 시작해서 가슴, 팔, 다리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었다. 온 몸이 피 멍과 찢어지고 긁힌 상처로 덮여있었다.

“…….”

‘한 번 더 속아도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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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7-17 01:07 | 조회 : 4,351 목록
작가의 말
로렐라이

앞에 조금 수정하겠습니다. 그냥 날짜만 넣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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