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두번째 만남(4)

“자, 앉아.”

집에 도착한 남자는 식탁 의자를 끌어 연우가 앉을 수 있게 해줬다. 연우는 긴장한 채로 의자에 조심히 앉았다.

“밝은 데서 보니 몰골이 더 말이 아니네. 그때 다친 곳은 괜찮아?”

남자는 맞은편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아줌마는 부엌으로 들어가 찻잔 세 개를 꺼낸 다음, 포트에 물을 담아 끓였다.

“……괜찮아요.”

남자는 괜찮기는, 하면서 일어나 구급 약품을 챙겨왔다. 그리고 연우의 팔을 잡아당겨 소매를 걷어내고 상처를 유심히 봤다.

“……이름이 연우야?”
“네, 이연우…….”
“그래, 연우야. 일단 씻고 나서 치료해야 할 것 같은데……. 혹시 내 이름은 알아?”

남자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연우는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아줌마는 찻잔에 차를 따르며 웃었다.

“도련님, 어떻게 도련님 이름을 알겠어요.”

아줌마는 연우에게 차를 내어줬다.

“연우라고 했니? 차 마셔. 맛있을 거야. 도련님이 아끼는 홍차 거든.”

남자는 아줌마의 말에, 차 냄새를 킁킁 맡더니, 아깝게 왜 꺼냈냐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어쩐지 냄새가 좋더라…….”

남자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

“나 백민운이라고 하는데, 못 들어봤어? 엄청 유명한데~”

연우는 남자의 이름을 듣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백민운……? 그……나래 기업 사장?”
“맞아! 아네, 알아! 아줌마, 들었어요? 제가 이렇게 유명해요.”

남자는 연우의 말에 기뻤는지 활짝 웃으며 큰소리로 말했다.

백민운은 5년 전에 한 회사를 세웠다.
처음에는 한복을 재구성하여 옷을 디자인하고 직접 생산하는 쇼핑몰을 운영하다가, 2년 전부터 전통 한복과 자연친화적인 화장품도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회사의 이름이 뜨게 되었고, 여성은 물론, 남성들에게도 지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중이다.
회사를 차리고 대략 1년이 지났을 때,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개량한복 쇼핑몰을 운영하는 CEO로 한때 신문과 뉴스에 꽤 나온 적이 있었다.

“그때 너는 지금보다 한참 어렸을 텐데 어떻게 안거야?”
“의상 쪽으로 가고 싶어서 찾아본 게 있었어요.”
“그때부터 벌써 꿈을 정해놓고 자료를 찾기까지 했어? 대단하다.”

그 말에 연우는 조금 기분이 상한 듯해 보였다.

“저기, 제 키가 작아서 그런가 본데, 저 19살이에요. 한창 알아볼 땐 15살이었고, 그쯤이면 충분히 꿈 꾸고 찾아볼 만 하잖아요. 그리고 당신도 제 나이로 안 보이거든요? 당신 지금…….”

연우는 무언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민운이 회사를 차렸을 때 나이가 14살, 지금은 그때로부터 5년이 지난 상태이다. 그렇다면…….

“새삼 알았지만 너 진짜 할 말 다하는 성격이구나?”

민운은 피식 웃었다.

“19살이라니, 설마하니 나랑 동갑일 줄은…….”

‘말도 안돼…….’

180은 그냥 넘어 보이는 저 키에, 목소리도 굵고, 모습과 행동 또한 어른스럽기까지 하다. 아무리 봐도 19살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민운도 마찬가지로 연우가 두 달 후면 성인이 될 19살일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 키가 160대 초반인 아줌마와 쉽게 비교될 정도로 키가 작았고, 얼굴도 정말 앳돼 보였다.
민운을 포함하여 보통 사람들이 봤을 때, 연우의 나이는 아무리 높게 잡아봐야 중학교 3학년 정도였다.

“좋네요, 도련님도 또래 친구는 없잖아요. 연우야, 편하게 말 놔 버려.”

아줌마는 찻잔에 홍차를 더 부었다.

“그래, 편하게 대해. 그건 그렇고……앞으로 어쩔 거야?”

민운은 턱을 괴고 찻잔을 흔들었다.

“뭐를……요?”
“내가 애써서 구해줬는데, 다시 그런 데에 발을 들이지는 않겠지?”
“그러게 왜 구해줬어요? 그냥 못 본체 갈 길 가지.”

연우는 울컥했다. 어릴 때부터 부족함 없이 잘 살아온 사람이니 그 따위 말을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을 하며.

“어떻게 그래? 난 그런 거 못 본단 말이야. 그거 말고는 할 거 없어?”
“……없네요. 아무 것도.”

연우는 곧 쏟아질 것만 같은 눈물을 계속 삼켰다.

“…….”

민운은 아무 말 없이 차만 들이켰다. 자신의 찻잔이 비워지자 다시 입을 열었다.

“아줌마, 그거 종이 좀 가져와 줄래요? 뭔지 알죠?”

민운의 말에 아줌마는 희미하게 웃음을 짓고, 흔쾌히 가져오겠다며 바로 2층으로 올라갔다.

“연우야.”

민운이 연우의 이름을 부르자, 연우는 고개를 살짝 들었다.

“할 거 없으면 아줌마 일이나 도울래?”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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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7-15 01:54 | 조회 : 4,123 목록
작가의 말
로렐라이

아~6화만에 두 사람 나이와 이름이 모두 나왔다...힘든 여정이었어...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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