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두번째 만남(3)

남자는 빠른 걸음으로 그 골목길을 빠져나와 사람들이 많이 북적이는 곳으로 향했다. 연우는 남자의 속도가 너무 빨라, 거의 뛰다시피 하며 계속 숨을 헐떡였다.
걷다 보니 바로 맞은편에는 세탁소가 있었고, 사람들은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연우는 멈춰선 남자의 손을 뿌리치고 고개를 숙여 숨을 골랐다.

“콜록- 이게……뭐하는 짓이에요……?”

연우는 마른 기침을 해댔다.

“너야말로 무슨 짓이야? 할 게 그렇게도 없었어?”
“댁이 상관할 바 아니잖아요.”
“그때 상처도 그런 곳에서 얻은 거겠네.”

연우는 말 없이 다른 곳을 쳐다보며 옷소매로 입을 벅벅 닦았다. 남자는 연우를 보고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얘가 영광인 줄 모르네. 다른 여자들은 나랑 뭐라도 해보려고 안달 났거든?”

신호등 색이 바뀌고 사람들이 건너편으로 우르르 넘어갔다. 남자도 연우의 손을 잡고 길을 건넜다. 그리고 세탁소 앞에서 아줌마와 만났다.

“그때 그 아이네요? 이 애가 보여서 먼저 가라고 한 거에요?”
“네, 일단 집으로 가요. 오늘은 데려 가야겠어요.”

연우는 말도 안된다는 듯이 거절했다.

“싫어요.”
“와, 진짜 짧게 할 말만 딱 하네.”
“인심 쓰듯 나한테 잘해주지 마세요. 그러면서 나한테 또 뭔가를 바랄 거잖아. 필요 없으니까 그냥 가요.”

남자는 어리둥절해 하며 받아 쳤다.

“……네가 어떻게 알아? 내가 너한테 뭘 요구할지.”
“가진 건 몸밖에 없는 나한테 잘해주는 이유가 그거 말고 뭐가 있겠어요.”

연우는 울먹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네 말은……. 내가 너한테 뭐, 뒤나 대주라고 할 거란 말이지?”

남자가 묻자, 연우는 아무 말 없이 붉은 눈으로 맞지 않느냐, 하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넌……내가 남자 좋아하게 생겼어?”

남자는 연우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조용히 물어봤다. 연우는 움찔거리며 대답했다.

“당신이 나한테…….”
“그건 그냥 너 구해주려고 한 건데. 그러게 내 연기에 동참 좀 해주지 그랬어? 네 반응이 너무 어색해서 그 정신 나간 아저씨가 의심을 하니까 그런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잖아.”

남자는 얼굴을 다시 떼며 말했다. 아줌마는 조용히 설마, 하는 눈빛으로 둘의 대화를 계속 들었다.

“그렇다고 어떻게 그래요……? 되게 쉽게 키스 했잖아요.”

키스라는 말을 듣자마자 아줌마는 남자를 무섭게 째려봤다. 남자는 헛기침을 하며 아줌마의 눈을 피했다.
아줌마는 설마가 사람 잡네, 하며 남자에게 화를 냈다.

“애한테 키스를? 미쳤어요? 딱 봐도 한참 어린 애인데, 상황이 급하다고 냅다 입술부터 날리면 어떡해요?”
“진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단 말이에요.”

남자는 억울하다는 듯이 호소했다. 연우는 아줌마의 예상 외의 반응에 놀랐다. 보통이라면 역겹다는 듯이 쳐다봤을 텐데…….

“그럼 아니에요?”

연우는 확실한 대답을 듣기 위해 다시 질문했다. 남자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맞다고 했다.

“음……아니, 맞아. 남자도 좋아해.”
“아닌 것처럼 말하더니…….”
“그냥……난 그럴 생각 없다는 거였어. 아니, 생각하지도 못하니까 걱정 말고 따라와. 아무 짓도 안해. 약속 할게.”
“그래도 못 따라 가겠어요.”

연우가 여전히 못 믿겠다는 눈치로 뒷걸음치니, 이번엔 아줌마가 나섰다.

“도련님이 양성애자인 건 맞지만, 걱정 마렴. 나도 있고, 주변에 다른 집도 많아. 10분거리에 경찰서도 있으니까…….”

아줌마는 연우의 차가운 두 손을 꼭 잡아줬다. 따뜻한 손과 부드러운 눈길에 연우는 돌아가신 엄마가 떠올라서 다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겠니……. 우리가 도와줄 수 있게 해 주렴.”

그 말이 위로가 되었는지, 연우는 바닥에 눈물을 떨어뜨리며 아줌마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지 두려웠지만, 함께 따라가기 시작했다.
조그만 한 희망을 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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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7-14 01:27 | 조회 : 4,461 목록
작가의 말
로렐라이

참고로 연우의 키는 150대 중후반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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