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두번째 만남(2)

소년의 짐작대로 익숙한 그 목소리의 정체는 이틀 전 자신에게 겉옷을 줬던 그 사람이었다. 밤이 어두워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확실히 그때 그 남자가 맞았다.

“여긴 어떻게…….”

소년은 당황했다. 소년의 팔을 잡아당기던 아저씨는 아니꼬운 표정을 지었다.

“누구지? 아는 사람이야?”

아저씨는 소년의 어깨에 오른팔을 올리며 남자를 경계했다. 소년은 왜인지 이런 모습을 그 남자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아뇨, 모르는 사람이에요. 빨리 들어가요.”

소년은 이번엔 먼저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자 그 남자는 재빨리 소년에게 다가가 멈춰 세웠다.

“나 기억 안나? 그 옷 내가 줬잖아.”
“연우에게 옷을 준 사람이 당신이야?”

아저씨는 남자에게 진한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을 걸었다. 그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 말투였다.

‘이 아이 이름이 연우인가 보군.’
남자는 대강 상황을 눈치채고 빠르게 대답했다.
“네, 저 맞는데요. 그런데 우리 연우 데리고 뭐 하시려고?”

"뭐 하긴, 이런 걸 하지."

아저씨는 남자와 마주보고 자신의 바로 앞에 연우를 세웠다. 그리고 연우의 옷 속으로 왼손을 집어넣었다. 다른 손으로는 연우의 목을 휘어잡고 천천히 배에서 가슴으로 연우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윽......."

아저씨의 손이 몸을 더듬어가며 위로 올라갈 수록 옷 또한 점점 위로 들렸다. 곧 연우의 배 부분의 살갗이 밖에 노출되었다. 멈추지 않고 위를 향해 올라간 거친 손은 천천히 연우의 가슴을 어루만지듯 주물렀다.

"흐읏......"

연우는 괴롭다는 듯이 신음소리를 내며 두 손으로 자신의 목을 옥죄이는 팔을 꽉 잡았다. 아저씨는 보란 듯이 남자를 향해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었다.
남자는 급격히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성큼성큼 앞으로 다가와 아저씨의 팔을 잡아 연우의 몸에서 떼어냈다. 목을 조르던 팔도 강제로 펴서 연우를 끄집어냈다.

'무슨 놈의 힘이......!'

아저씨는 그의 힘에 압도 당했고, 연우는 남자에게 이끌려 그의 옆에 서게 되었다. 아저씨는 당황했지만, 아닌 척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보아하니 너도 얘랑 하려고 왔나 본데, 순서는 지켜야지. 내가 먼저 하기로 했으니까 이만 가봤으면 좋겠는데.”

아저씨는 남자가 건들인 옷 소매를 더럽다는 듯이 툭툭 털었다. 그 모습을 본 남자는 어이없다는 피식 웃었다.

‘하하……. 대충은 짐작했지만, 정말로 이런 일을 할 줄은 몰랐네.’
남자는 연우의 어깨를 꽉 잡으며 말했다.
“저기요, 미안한데……얘랑 오늘 하기로 한 거 저에요.”

남자는 능글맞은 표정으로 연우의 눈을 응시하며 말을 계속 이었다.

“내가 준 겉옷 안 버리고 입고 있는걸 보니 화가 조금 풀렸나보네~ 나 용서해주는 거지? 앞으로는 그건 안 할게. 그러니까 어제 한 약속대로 오늘은 나랑 하자. 너도 저런 아저씨보다야 내가 낫잖아?”

연우는 전혀 처음듣는 소리에 당황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아저씨는 연우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고, 남자가 거짓말을 하고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우가 지금 당신이 하는 얘기가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는데? 괜한 거짓말하지 말고 그냥 조용히 가지 그래? 정 하고 싶으면 얘 말고 다른 애 찾아봐. 나 다음에 하던지.”

그 말을 듣자 남자는 아저씨를 무섭게 쏘아봤다. 아저씨는 순간 움찔했다.

“거짓말 아닌데……. 그리고 어차피 선택은 연우가 하는 거 아니야? 저 아저씨 너한테 얼마 줘? 아무리 많이 줘 봤자 나의 반도 안되잖아. 그냥 나랑 가자. 내가 좋은 곳도 알아 놨어.”

남자는 일부러 연우에게 속삭이듯, 아저씨에게도 다 들리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아저씨는 울컥해서 그에게 묵직한 주먹을 휘둘렀다.
남자는 주먹이 자신의 얼굴에 다가오는 주먹을 끝까지 쳐다보다가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고 아저씨의 정강이를 있는 힘껏 걷어찼다. 아저씨는 맞은 곳을 붙잡고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남자는 아저씨의 비명에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해서 연우에게 말을 걸었다.

“……나랑 갈 거지?”

연우의 눈에 비친 남자의 모습은 아찔했다. 하얀 피부에 도톰하고 빨간 입술이 정말 매력적인 남자였다. 그는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 반짝이는 눈으로 눈웃음을 짓고, 커다란 손으로 연우의 뺨을 어루만졌다. 건물 문 앞에 달려있는 조그만 한 불빛 덕분에 남자의 외모가 빛이 발하였다.
연우는 이유 모를 남자의 유혹에 얼굴이 빨개졌다. 그러자 남자는 두 손을 연우의 두 뺨에 갖다 대더니, 연우의 얼굴을 들어올려 입을 맞췄다.

“……!”

연우는 남자의 키스에 깜짝 놀라, 두 손으로 남자의 어깨를 밀었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남자는 자신을 밀어내려는 연우의 손목을 잡고 더욱 진하게 키스를 하다가 천천히 입을 땠다. 그리고 옆에서 허탈한 표정으로 모두 지켜보던 아저씨를 힐끔 보고는, ‘가자.’라는 말과 함께 연우를 데리고 골목을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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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7-13 02:02 | 조회 : 4,504 목록
작가의 말
로렐라이

드디어 두 남주가 키스를....헿ㅎ(감격) 더 큰 걸 기대하셨다면 죄송합니다...아무래도 그건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은...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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