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첫만남(2)

“춥지 않니?”

남자가 떠나고, 몇 분 후에 소년의 뒤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소년이 뒤를 돌아보니 중년의 여자가 서있었다.

“얼굴 상한 것 좀 봐. 많이 아팠겠구나.”

아줌마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가지고 온 약통에서 소독약과 연고를 꺼냈다.

“지금 뭐 하시는…….”

소년은 당혹스러워 하며 뒤로 몸을 뺐다.

“아까 잘생긴 청년 만났었지? 그 애가 부탁했거든. 마음이 넓은 애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 나봐. 마침 저기 오네.”


“안녕, 또 보네?”

남자는 소년 앞에 서서 싱긋 웃었다. 소년은 남자의 행동에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거 여기선 안될 것 같은데……. 병원이라도 가야하지 않을까요?”

그 틈에 소년의 상처를 대충 훑어보던 아줌마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얕은 상처는 아닌 것 같았다. 아줌마는 일단 나중에 다시 하더라도 소년의 상처 몇 군데에 연고를 발라주고, 밴드도 붙여줬다.

“저도 그렇게 하고 싶은데, 얘가 우리 집에도 가기 싫어하더라고요.”
“집에 데려가서 몸 전체를 다 확인해보고 싶은데……. 잠깐만 들렸다가 가지 그러니?”

아줌마는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소년의 얼굴에 상처가 더 없는 지 확인했다. 소년은 그런 호의가 불편 했나 보다.

“……싫어요. 고맙습니다만, 불편해요. 옷이랑 우산 돌려 드릴게요.”

소년은 자리에서 일어서 남자가 줬던 겉옷을 벗으려고 했다.


‘생긴 거랑 다르게 되게 까칠하네.’


남자는 옷을 벗으려는 소년의 손을 잡고 옷을 다시 어깨에 걸쳐 줬다.

“됐어. 너 가지라니까. 되게 따뜻하니까 입고 다녀. 그럼 나중에 보자.”

남자는 그 말을 끝으로 뒤돌아 아줌마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소년은 그 남자를 또 한참 동안 바라봤다.





“왠 일로 오늘은 오지랖을 많이 부리지 않았네요.”

아줌마는 집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말했다. 남자는 현관 문 앞에서 우산을 털고, 우산 통에 우산을 꽂았다.

“그러면 안될 것 같았거든요. 마음 같아선 억지로라도 들이고 싶었는데……. 뭐, 다음에 다시 만날 일이 있겠죠.”

“추워서 어떡하죠. 너무 걱정되네……치료도 다 못해줬고…….”

“괜찮을 거에요. 그것보단 다른 게 문제죠. 아까 슈퍼 주인 아저씨께 여쭈어 보니 슈퍼에 가끔 들리는데, 항상 아무 말 없이 삼각김밥이나 라면 정도만 사간다고 하시더라고요. 아침에 나가서 밤에 들어오는 것 보면 집도 있고 일도 하고 있는 것 같다 던데…….”

“중학생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일을 한다고요? 학교 다녀오는 거 아닌가?”


남자는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고,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멈칫했다. 학교일 가능성도 있을 텐데, 왜 아저씨는 일을 하러 갔다 온다고 말을 하셨는지.





밖에는 여전히 비가 쏟아지고 있다.
소년은 두 사람이 떠난 후에도 그곳에서 한참을 앉아있다가, 골목길을 빠져나와 큰 도로를 가로질러 어두운 산 속으로 들어갔다.

산 길은 자동차 한 대가 겨우 들어갈 수 있는 비포장 도로였다. 그 어두컴컴한 곳을 혼자서 한참을 걸어 거의 산 정상에 도달했을 때, 소년은 길이 나 있지 않은 왼쪽 수풀 사이로 들어갔다. 그랬더니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한 낡은 집 하나가 보였다.
소년은 그 집 안으로 들어가 마루 옆방의 문을 열었다. 그곳은 창문의 깨진 작은 틈을 통해 빗물이 들어오고 있었다. 소년은 그런 방 안에서 젖은 옷을 벗고 다른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자신이 벗은 겉옷을 쳐다봤다.

‘대체 무슨 속셈인 걸까.’

소년은 남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나한테 또 뭘 바라는 거냐고…….’

훤칠한 키에 누가 봐도 잘생긴 외모를 가졌고, 한옥집이라……. 지나가면서 얼핏 본 것 같았다. 넓은 마당에는 커다란 개 두 마리가 뛰어놀고 있었고, 깔끔하고 멋진 그 가옥은 정말 눈에 띄었다.

‘분명 아무 걱정없이 잘사는 부잣집 도련님일거야.’

소년은 이불 하나를 몸에 감싸고 빗물이 없는 구석에 몸을 기댔다. 소년은 밴드가 붙은 자신의 뺨을 만졌다. 괜히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런 호의에 속으면 안돼. 그렇게 당하고도 왜 이러는 거야, 왜…….’

소년은 몸을 잔뜩 움츠리고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소리 죽여 흐느끼기 시작했다.

‘엄마......아빠.......’

2
이번 화 신고 2016-07-10 22:52 | 조회 : 4,744 목록
작가의 말
로렐라이

원래 3~4화짜리인데 내용 줄여서 2화만에 첫만남을 끝내버렸습니다. 저도 빨리 진도 빼고싶거든요ㅋㅋㅋ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