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흐하하~!"

"....좀..진정...후우.."

"있지 이호야!"

"네.."

"니 요리가 가장 맛있어!!"

"...감사합니다..."

살짝 부끄러워하는 얼굴.
난 이 얼굴이 좋다.
안기면 안기는데로 안아주고 부비작 거리면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술을 마신 날마다 전화를 하면 나를 데릴러 와주고,
아주 가끔. 업어 달라고 하면 업어주기까지 한다.
이 느낌이 좋아서.. 그래서 술을 마시는걸지도 모른다.

"기분 좋아.."

"네. 어서 주무세요."

"으응.. 아직 자고 싶지 않은걸?"

"그럼 옷이라도 갈아입으세요."

"헷.. 갈아입혀줘."

"...."

침대에 들어누워 팔만 앞으로 뻗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며 단추를 하나 하나 풀러가는 이호.

"있지. 넌 사귀는 여자 없어?"

"없어요."

"왜 안사겨? 인기 많을거 같이 잘생겨놓고."

"...아직은 그런거에 관심이 없어요."

"하지만 넌 좋은 남자라 너랑 사귀는 사람은 분명 복받은걸꺼야."

"....? 어째서요?"

"그야.."

단추에 가있던 손을 붙잡아 상체만 일으켜 손을 볼에 가져다 대고 눈을 감았다.

"이렇게 잘해주는걸."

살짝 눈을 뜨자 나를 똑바로 마주봐주는 눈이 있었다.
술에 취한 날에만 부릴 수 있는 어리광.
평소에 나라면 절대로 할 수 없는것.
그리고 술주정뱅이의 어리광을 받아주는 일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잘..모르겠어요."

문득 짓궂은 장난이 하고 싶어졌다.
표정 변화가 미미한 이녀석이 크게 당황하는 얼굴이 보고 싶어졌다.

"여자랑 사귀면 있지."

손을 놓고 목에 팔을 둘렀다.

"이렇게 키스도 해줘야 여자가 기뻐해."

닫힌 입술을 살짝 빨아 올리자 눈이 커지며 나를 본다.
그런 그가 신기해서 이로 잘근 잘근 입술을 깨물자 입술이 이를 피해 벌어진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혀를 밀어 넣고 그의 혀를 살짝 두드리듯 혀로 건드렸다.
이제 슬슬 혀를 움직일까 하고 있는데 그가 나를 보는 눈이 변했다.

"응...!!"

순식간에 혀를 휘감아 오고 주도권을 빼앗아 간다.
입 안 가득 그의 혀가 들어오고 깊숙히 안까지 내 안을 돌아다닌다.
그 감각이 싫어서 몸을 뒤로 빼려고 하자 아예 나를 침대로 눕혀버린다.
어디로 도망가지도 못하는 날 똑바로 마주보던 눈이 감기고 혀가 농염하고 움직인다.

츕- 츄우웁-

"흐응.."

츕-

외설스런 소리가 방 안을 가득 매우고 여자 한번 안사겨본거 같은 녀석은 키스가 능숙했다.
뭔가 낚인거 같은 느낌이였지만 술기운에 아무렴 어떠리 싶어서 상대가 누군지도 잊고 그와의 키스에 열을 올렸다.
그리고 한참 후.

쪽-

입술을 한번 맞대는 걸로 우리의 키스는 끝났다.

"뭐야. 너 너무 잘해."

"....제발 얌전히 자요."

"흐응.."

그의 목에서 팔을 푸르고 내 위에 올라타있는 녀석을 잡아 끌어 옆에 눕혔다.
품 안으로 파고 들어 이블까지 덮으니 정말 포근했다.

"이렇게 자면 얌전히 잘게."

"...앞으로 술을 좀 줄이는건 어때요?"

"음.. 싫어."

"몸에 안좋아요."

"그치만.. 너한테 이렇게 어리광 부릴 수 있는건 술을 마셨을 때 뿐인걸."

내 마지막 말에 이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난 그대로 잠이 들었다.


다음날.


"흐아.. 아침.. 눈부셔..."

퉁퉁 부어가지고 눈도 잘 뜨질 못하겠다.
어제 얼마나 마신거야...

달칵.

"괜찮아요?"

일어난 날 발견한 이호가 쟁반에 꿀물과 죽을 들고 왔다.

"응.. 나 어제 집에 어떻게 왔어..?"

"제가 데리러 갔어요."

"...미안.."

"아뇨. 이것 좀 드세요."

"..보통은 해장국 아니야..?"

"속쓰릴텐데 죽이 나아요."

"그..그래.."

생각해주는건 좋지만.. 난 죽이 싫다.
그냥 밥으로 주면 좋을텐데..

"잘먹을게."

한입 입 안으로 떠넘겼다.
고소하고 부드러운게 정말 맛있었다.
새삼 깨닫는 거긴 한데.. 이녀석 요리를 정말 잘한다..

"맛있어!"

"다행이네요."

먹는게 즐겁다. 라는 말은 이럴때 사용하는 걸지도 모른다.
입 안에 넣고 씹을 때마다 포만감에 행복해졌다.

"그리고.. 어제..."

"응?"

"...아니. 아무것도 아니예요. 그럼."

이호는 말을 하다 말고 나갔다.

"어제.. 무슨 일 있었나..?"

분명 이호가 쓰담 쓰담 해준거까지는 기억이 난다.
하지만 역시나가 역시나라고 그 이후의 기억이 없다.

"술 좀 줄여야 할텐데.."

요즘 정말 아무일도 없이 마시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역시.."

포기하기엔 아깝다..

"왜이렇게 되버린건지 원.."

스스로가 한심하기도 했지만 머리와 마음이 따로 놀고 있기에 술을 줄일 수가 없었다.

한참후. 다 먹은 그릇을 가져다 놓으러 나가자 이빈이가 나를 향해 물어온다.

"형 괜찮아요?"

"응? 응.."

"요즘 너무 마시는거 아니예요?"

"하하.."

이빈이가 걱정된다는 듯이 말을 하지만...

"나보단 니가 더 걱정 되는데..."

"네?"

동생의 오디션에 맞춰서 요즘 밤샘 작업하고 있는 이빈이는 얼굴이 영..

"아니야."

살짝 웃어주며 말하자 이빈이는 더이상 묻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밤.

"형 어디가요?"

"아.. 친구 좀 만나러.."

이호의 질문에 뜨끔해서 방에서 나가길 머뭇거리고 있었다.

"나.. 오늘은 술 안마실게!"

자신있게 말을 했지만 사실 안마실지는 의문이였다.
날 뚫어져라 쳐다보는 이호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시선을 피하자 이호가 내게로 다가온다.

"너무 술에 의지 하지 마요."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손에 놀래서 이호를 쳐다봤다.

"무리하지 않아도 되니까.."

손의 움직임이 멈췄다.
내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이호는 손을 떼고 먼저 문을 나가려고 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이호를 잡았다.

"나..!"

"....."

"나.. 오늘 안나갈래.."

"어째서요?"

"그냥.. 너랑 같이 있고 싶어.."

내가 지금 무슨 소릴 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의외로 솔직하게 털어 놓을 수 있구나 싶어 놀랍기도 했다.

"괜찮겠어요? 친구가 기다릴지도 모르는데."

"..괜찮아. 내가 그러고 싶으니까."

내 말에 이호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리고는 다가와 나를 꼭 안아줬다.
나보다 어린 애한테 이렇게 위로 받으면서 어리광 부리게 될줄은 몰랐다.
하지만.. 나쁘진 않은 기분...

"으응.. 기분 좋아..좀 더 쓰다듬어줘.."

"형은 정말 어린애네요."

"뭐야.. 불만이야?"

"그럴리가요."

이제는 나한테도 웃어주는 이호가 너무 좋다.
날 안아주는 그를 나 역시도 꼭 끌어 안았다.

"어쩌지 이거 중독 될거 같아."

마주보며 웃자 나를 따라 웃어주며 볼을 쭈욱 늘려버린다.

"아아아!"

"어서 자요."

"응!"

솔직하게 난 이호가 좋다.

1
이번 화 신고 2016-07-11 00:13 | 조회 : 2,028 목록
작가의 말
약쟁이

독수리 댓글이랑 조회수 몰래 훔쳐보고 있는 저를 친구가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봤지만 저는 행복했습니다 (뿌듯..)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