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어제 그렇게 갑자기 사라진 지한이와 가온이.
다음날 학교에서 만난 둘의 표정은 극과 극이였다.

"왜그렇게 쳐다봐?"

"아니.. 뭔가 기뻐 보여서.."

지한이는 뭔가 하루가 상쾌하다는 표정이라면,

"...가온아... 살아있냐..?"

직접 찾아나서기까지 해서 찾은 가온이는 다 죽어가고 있었다.

"결국에는 니가 가온이를 죽이는구나!! 이 파렴치한!!!"

"악!! 신이빈!! 잠깐 스톱! 기다려!!"

"기다리지 않는다!! 친구의 원한!!!!"

지한이를 패고 패도 뭔가 분이 안풀렸다.

"내가 어떻게 키운 내 새끼인데!!"

"뭐!? 그럼 처음부터 말렸어야지!!!"

"닥쳐라! 네이놈!! 따지고보면 너때문이잖아!!"

"아야! 아파! 그만해!!!"

딸래미 시집보낼때의 아빠의 마음이란 이런걸까.
애지중지 키운 내 이쁜 새끼 이상한 새끼 만나서 팔려가는 그런 기분!!

"그만해. 따지고보면 너도 아무것도 안한건 맞잖아."

"크흡..!"

내 손을 붙잡아 지한이를 살려준 유빈이는 자리에 앉는다.

"그래.. 우리 가온이.. 얼마나 아프면.. 크흡.."

"뭐!? 그렇게 아프데!? 열나!? 안되겠어 지금 당장 조퇴를!!"

"닥쳐! 니가 가온이를 챙길 자격이나 있어!?"

"시끄러!! 시집 보냈으면 얌전히 빠지란 말이야!!"

"야! 고지한!! 어디가!!"

"각시한테."

진지한 얼굴로 달려가는 녀석을 나는 더이상 붙잡지 못했다.

"각시랜다 각시."

충격받은 나는 자리에 털썩 앉아 이 우울한 기분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 고민해야만 했다.

"야! 유유빈!!"

"왜."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잖아!? 내가 얼마나 애지중지 키웠는데!!"

"난 니가 아직도 할말이 남았다는게 더 신기한데."

"크흡.. 요즘 형용이 새끼한테 시달리느라 못챙긴거야!!"

"..퍽이나."

대체 시도 때도 없이 달려드는 그 심보는 무슨..

"어라? 그러고보니..."

점심 시간이 지났는데도 강형용의 모습이 안보인다.

"뭐야. 이거 신종 괴롭힘..?"

언제 어디서 나를 보고 있을지 모른다는 그런 불안감..!!

"걱정마. 앞으로 자주 못올테니까."

"어째서?"

"그렇게 학교를 탈출하는데 선생님이 모르겠냐?"

"아하."

그럼 오늘 하루는 무사평탄 하겠지.
아니.. 집에 오려나.

"하아.. 우울해."

하루 종일 내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축 쳐졌다.

그리고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을때.

"강형용이 없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설마 어디서 튀어나오는거 아니야? 라면서 엄청 경계하고 다녔지만 그날은 정말 강형용의 모습을 털끝만큼도 보질 못했다.
그리고 이게 시작일줄은 몰랐다.

"이빈아 괜찮아?"

"..어?"

"아니.. 요즘 퀭하길래.."

강형용은 약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 날까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쯤되면 사람 심리가 불안해지는건 당연!!
처음에는 해방감에 행복했지만 요새는 뭔가 찜찜함에 기분이 더러웠다.

"하아.. 아무것도... 그건 그렇고 너는 몸 좀 괜찮아?"

"...!! 시끄러!!"

"아 왜 때려!!"

요즘 가온이는 몸 얘기만 하면 이렇게 때린다.
지한이랑 사귀는거 다 알고 있는데.. 왜 모른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하긴 그런 순수한 면이 이녀석 장점이긴 한데..

"넌 너무 순진해서 안돼."

"뭐..뭐가.."

"그러니까!! 내가 애지중지 키워서!!!...아니야."

들키고 싶지 않아서 말 안한거 같은데 알고있다고 광고할 필요는 없을거 같다.

"그러고보니 요즘 유유빈이랑 고지한도 안보인다?"

"연습 때문에 바쁘다던데."

"응? 그래?"

그럼 결국 곡을 포기한건가? 그럼 난 괜히 강형용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필요 없다는 소리?

"뭐야. 괜히 신경썼네."

"응?"

"하하하하!! 세상이 아름답구나!!!!!!!"

"....."

옆에서 날 미친놈 쳐다보듯 쳐다보고 있었지만 딱히 신경쓰진 않았다.
왜냐!! 지금 이 해방감은 아무도 방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말.

"야. 일어나봐."

모처럼의 쉬는날에 날 깨우는 유유빈.

"꺼져.."

"야."

"으응.. 시끄러워..."

"...이따가 점심때 윌리빌리 라이브 카페로 와."

"...쿠울..."

"한대만 때려도 되냐..?"

"zzz..."

유유빈이 뭐라고 하든 나는 계속 잠을 잤다.
그리고 11시.

[일어나세요! 아침이예요!]

[일어나~~!! 일어나~~!]

[꺄르르르륵 쟈기야~! 일어나!]

[일오나세요~!]

"아아아아악!! 시끄러! 뭐야! 뭔데!!!"

약 4개의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 알람.. 숨겨져 있었다.
나는 방 안에 숨겨진 핸드폰을 찾아야 했고 그 덕분에 잠에서 깼다.

"엄마 핸드폰, 아저씨 핸드폰, 이호형꺼랑 유하형꺼... 지독한 새끼.."

거실로 나가 주인들에게 핸드폰을 돌려준 나는 화장실로 가서 씻었다.

"상쾌해라~!"

기지개를 켜고 냉장고에서 빵을 꺼내 잼을 발랐다.

"이빈아."

"네~!"

"유빈이가 윌리빌리 라이브 카페로 12시까지 오라고 전해달래."

웃으면서 말하는 유하형 앞에서 차마 싫어요. 라고는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냠."

아침에 구운 식빵에 잼발라 먹으면 그것도 맛있지만 그냥 생 식빵도 나름 맛있다.

"이빈아. 그만 늘어지고 얼른 나가."

"우웅.. 엄마야. 우물 우물 그녀석이 뭘하든 나랑은 관계 없어!"

퍽!!!

"빨리 가."

"네.."

쓰라린 등을 쓰다듬으며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대충 물건들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깨달은 사실은

"윌리 빌리가 어딘데..?"

위치를 모른다는 것..
집으로 다시 들어와 유하형에게 위치를 묻고 다시 나와서 그곳으로 향했다.

가는 버스엔 사람이 많았고 커플도 오지게 많았다.
그리고 요즘 깨가 터지는 지한이와 가온이를 떠올리며 다시금 쓰라린 추억에 화가났다.

"커플들 다 깨져라."

저주언을 퍼부우며 버스에서 내려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윌리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문제의 그 카페는 모습이 보이지도 않을 만큼 사람들이 빙 둘러싸고 있었다.

"뭐야.. 저 사람들.. 저기 저 앞에 정말 윌리 빌리 있는거 맞아요?"

"네. 맞아요. 근데.. 오늘따라 사람이 많네요.."

"...감사합니다."

저걸 뚫고 오라는건가.. 뭐지? 행사라도 하나..?

"죄송합니다. 앞으로 좀 갈게요!! 죄송합니다!!"

인파를 뚫고 앞으로 가자 날 기다렸다는 듯이 보고 있는 세 사람과 마이크, 드럼, 기타, 키보드.
그리고 그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의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지금이 12시냐?"

아니꼽다는 얼굴로 기타를 붙잡으며 말하는 유유빈을 향해 싱긋 웃어주었다.

"닥쳐. 지독한 새끼야."

이 쉬는날 쉬지도 못하게 만든 새끼가 뭘 잘났다고 쳐 웃고 있는지 의문이다.

"와준것만으로도 고마워 하란 말이야!!"

"시끄럽고 앉아."

"뭐?"

유유빈은 직접 나를 앉혀 주었고 나는 뻘쭘해졌다.
왜냐! 내 뒤에는 엄청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보기 위해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뭐..뭐야.. 이 프로포즈 받는 듯한 기분은."

"하하하~ 틀린 말은 아니네."

형용이가 레몬에이드를 한잔 가져다 주면서 웃는다.
날 괴롭히던 면상이 앞에 있는데 차마 저 뒤에 사람들이 보고 있어서 때려주진 못하고 레몬에이드를 받아들였다.

쪼로록-

"그래서? 왜부른건데?"

내 질문에 형용이가 대답한다.

"니가 우리에게 실력을 보여줬으니까 우리도 보여주는게 맞지 않겠어?"

싱긋 웃으며 드럼채를 고쳐 잡는 형용이.

"그러니까 이쁘게 봐줘. 오디션도 얼마 안남았지만 우리 사실 연주도 엄청 못하거든."

지한이가 답지 않게 윙크까지 날려가며 말한다.

하지만 너는 내새끼 뺐어가서 곱게 보이지 않는 구나.

"뭐야. 우리 엄마가 그러디? 이렇게 꼬시라고."

"부정하지 않겠어."

"후우.. 그럼 들어보지."

유빈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내 뒤에 사람들이 기다리던 그들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곡은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
유빈이가 조용히 읊조리듯 말한 한줄의 가사 후로 무반주 노래가 시작 되었다.

"해 저문 어느 오후~ 집으로 향한 걸음 뒤엔. 서툴게 살아왔던 후회로 가득한 지난날."

여기까지는 유빈이의 무반주 노래였지만

"그리 좋지는 않지만 그리 나쁜 것만도 아니였어."

마지막 한줄이 시작될때 악기가 같이 연주를 시작한다.

두우웅~

"석양도 없는 저녁. 내일 하루도 흐리겠지."

지한이가 진지하게 노래하는 모습에 새삼 놀랍다고 생각되었다.
항상 자신감에 차있는 녀석이 세상 다 산 것처럼 노래 부르고 있었다.

"힘든 일도 있지 드넓은 세상 살다 보면. 하지만 앞으로 나가 내가 가는 곳이 길이다."

둠둠.

"Bravo."

"Bravo."

"my life 나의 인생아~"

하나 하나 하나 끊어서 셋이서 같이 부른다.
이 부분에서 서로 서로를 쳐다보며 박자와 호흡을 맞춰 나간다.

"지금껏 달려온 너의 용~! 기를 위해~"

형용이는 랩, 노래가 다 되는 만능캐라더니..
용기의 용자를 강조하며 감질맛나게 노래한다.

"Bravo Bravo my life 나의 인생아~"

"찬한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

솔직히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노래를 잘하긴 하지만 눈에 뛰는 그런건 별로 없는것 같았다.
셋의 호흡도 잘 맞고 노래도 좋았고 감정도 잘 실은거 같은데.. 뭔가 많이 부족한 느낌이다.

그리고 후반도 별다를게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후반의 클라이막스를 지나갈때.

"아름 다운 날개를 펼쳐라~"

연주가 멈추고 유빈이가 마이크를 잡는다.

"Bravo Bravo my life 나의 인생아."

무반주 노래가 또 다시 시작되었고.

한줄을 읊조린뒤 잠시 멈췄다 그 부분을 다시 부른다.

"Bravo Bravo my life 나의 인생아."

이번에는 연주와 함께 시작되었을 뿐만 아니라.

"나의 인생아~!"

지한이의 곁들이기까지 가미되었고.

"지금껏 달려온 너의 용기를 위해~"

"용기를 위해."

형용이의 화음이 더해져

"Bravo Bravo my life 나의 인생아."

점점 분위기가 고조 되어가고

"찬란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

드디어 마지막 한소설을 부르기 시작한다.

원래대로라면 여기 이 부분은 나의 인생아부터 노래가 시작되는 소절.
그런데 이녀석들은 노래 연주를 느리게 만들었다.
조금은 밝고 신나던 노래가 느린 연주와 유빈이의 낮은 목소리가 슬프게 다가왔다.

"Bravo Bravo my life 나의 인생아.

지금껏 달려온 너의 용기를 위해."

유빈이의 노래가 끝나자 지한이가 노래를 넘겨 받는다.

"Bravo Bravo my life 나의 인생아~~"

마지막은 셋이서 화음을 넣어 부른다.

"찬란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

짝짝짝짝짝.

노래가 끝나고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박수 소리.

이녀석들은 노래를 잘한다.
하지만 이녀석들의 실력은 어딜가나 있을것이다.
그렇지만 이녀석들은 그들보다 뛰어날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이 가진 무기는..

"아..?"

뛰어난 감정 표현력이니까..
난 어쩌면 곡을 잘못 썼을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 곡에 이녀석들의 감정이 더해지면 더 재미있어질지 모른다.
그리고 결국 나는..

"바보 같은 녀석들에게 홀려버렸어."

이 녀석들이 불러주었으면 했다.

"어때?"

형용이가 긴장한 얼굴로 물어온다.

"음.. 알람 4개를 용서할만큼의 무대였어."

"그럼!!!"

"어. 줄게."

"앗싸!!!!"

형용이가 마이크에 대고 소리를 질러 내 고막과 다른이들의 고막이 조금 위험했다.
하지만 그만큼 기뻤는지 형용이는 지한이에게 달려가 안겨 방방 뛰기 시작했다.
유빈이는 한숨을 내쉬며 살짝이지만 웃고 있었고 지한이는 형용이랑 같이 방방 뛰었다.

"그래서 오디션이 언제야?"

"다음주 수요일."

"....뭐?"

"수요일."

"......!!!!!!"

곡을 괜히 맡은건 아닐까..

"너 이 미친 놈들아!!!!!"

아니 정말 굉장히 선택을 잘못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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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7-10 02:03 | 조회 : 2,369 목록
작가의 말
약쟁이

메인 커플은 유빈♡이빈인데 제일 진도가 느려서 맘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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