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예선?"

"네."

"무슨 예선?"

"요즘 TV에서 광고 엄청 때리는 스타뷰 오디션이요."

"아. 그 오디션 프로그램?"

"네."

"그래.. 그럼 뭐가 좋으려나."

곰곰히 생각하듯 눈을 감고 식탁 위를 검지 손가락으로 톡톡 치는 새 엄마.
그러다 눈을 살며시 뜨고는 나를 본다.

"그런데 왜 오디션을 보는거야?"

질문의 의도를 몰라 가만히 있자 손을 뻗어 내 팔을 잡더니 거실로 이동해 자리에 앉힌다.

"이유가 뭐야?"

"...그걸 묻는 의도는 뭔데요?"

내 질문에 날 가만히 쳐다보다 싱긋 웃으면서 말한다.

"넌 분명 머리가 좋아. 안해서 그렇지 하면 성적도 비약적으로 올릴 수 있겠지."

"그걸 어떻게 알아요?"

"머리 굴리는 속도가 남들과는 다르잖아."

"머리 굴리는거랑 공부는 관계 없어요."

"그럴까?"

대체 무슨 소리를 하나 싶어서 가만히 있자 검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치며 말한다.

"문제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해서 푸는게 학교 시험 공략의 제 1 순서지.
어떤 문제든지간에 같은 사람이니까 분명 답은 있어.
그 답을 유추해 내기 위한 준비를 한다면 분명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소리야.
문제를 아무리 꼬아서 내도 말이야.
그런 면에서 너는 이해력이 좋아서 준비만 잘한다면 간단하게 성적을 올리겠지."

"그 준비 과정이 어려워서 포기하는 거잖아요."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 준비 과정을 준비해놓고도 못푸는 애들도 있어."

"..그게 대체 지금이랑 무슨 상관이예요?"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자 이제까지 싱글 싱글 웃던 사람이 웃음을 거두었다.

"...난 니가 가수가 되길 바라지 않아."

"....."

가수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
이 말 한마디에 나는 모든 사고가 정지해버린듯 했다.

쾅!!

"그건 당신이 정할 일이 아니예요."

"그래. 그건 니가 정할 일이지."

"당신한테 조언을 구한 내가 바보였네요."

"다른 길도 있다고 말을 해주는거야."

"당신이!!! 대체 뭘 안다는건데!!!!!"

언성이 높아지자 방 문들이 열리기 시작하고 형과 이빈이네 식구들이 나온다.

"유유빈!!! 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형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작곡가라서? 왜요? 내가 가망이 없어 보여요? 내가 그렇게 못하냔 말이예요!!!"

짜증 지수가 폭발해버렸다.
이 재혼도, 이 집도, 새로 생긴 형제 관계도. 담아 두었던 마음이 다 터질듯 했다.
이어 뒷말을 하면 안되는걸 알면서도 뱉으려 했다.
하지만.

"넌 재능있어. 잘만 하면 크게 될거야."

"그럼 왜..!!"

"...그 사람처럼..."

나를 보고 있는데 나를 보고 있지 않다.
눈동자에 초점이 사라지고 쓸쓸한 웃음을 입가에 담아내고 그 입이 움직인다.

"그래. 원하면 해야하는게 맞는거야. 그렇지?"

해답을 알지 못한다는 눈이 내게 대답을 요구했다.

"넌 내가 뭐라고 하든. 그 길을 갈거잖아."

자리에서 일어나 이빈이의 앞으로 걸어간다.

"그럼 내가 선물 하나를 줄게. 분명 나보다도 더 도움이 될거야."

이빈이의 손을 잡고 내 쪽으로 밀어버린다.

"내가 도움을 주는건 한계가 있지만 이녀석이 도움을 주는건 한계가 없어. 그러니까 받아가."

"엄마..?"

어리둥절해하는 이빈이와 나.
그리고 비몽사몽해있던 이호 형이 이빈이 쪽으로 빠르게 다가와 손을 잡고 질질 끌고 간다.

"안돼."

이호 형의 말에 모두 이호 형을 쳐다본다.

"절대..안돼.."

뭔가에 깊게 상처가 나버린 듯한 눈이 사납게 우릴 보고 있었다.

"넌 아직도 애구나."

자신의 엄마의 말에도 이빈이를 뒤에 꼭꼭 감춰두고 날을 세운다.

"안돼. 그건 허락할 수 없어."

"형..?"

당황한 듯한 이빈이와 알 수 없는 새 엄마. 그리고 날을 세우는 이호 형.
대체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고 당사자였던 나는 제 3자로 밀리며 그들을 지켜보고 있어야 했다.

"어쩌면 이것도 운명이라고 부르는 걸지도 몰라 이호야."

"그런거 몰라. 알고 싶지 않아."

"언젠가 다 알게 될거야."

"몰라도 되는 일을 궂이 알게 하려는 거잖아!!!!!"

처음봤다..
저 사람이 저렇게 크게 소리 치는걸..

"신이호."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이호 형이 움찔한다.

"왜..? 큰 형도 엄마도 이상해.. 대체 왜그래야 해? 모르고 살면 그게 더 편하잖아.. 대체 왜..? 다른 엄마였으면 잊으라고 했을거야!"

"그건 재능과 마음을 모두 생각해서 내린 답이니?"

"무슨 소리야.."

"난 더 성장하길 원해. 그러기 위해선 나 역시도 성장해야할거야. 그렇지?"

둘의 대화는 정말 알 수 없는 말들로 가득 차있었다.
하지만 이호 형은 그게 무슨 말인지 알아 들었는지 이빈이를 다시 내 앞으로 보내주었다.

"..하지만 난 말릴거야.. 무슨 짓을 해서라도.."

살벌하게 빛나는 눈빛이 정확히 나를 향해 오싹했다.
이 집안도 정말 비밀 많은 집안이다.

한바탕 소동이 있고 나서 난 이빈이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일단 선물이라니까 받아두긴 하겠는데.. 진짜 왜 준거지..'

아직도 이녀석의 사용 용도를 몰라 고민해야했다.

"우리 어디가?"

"형용이네."

"형용이가 누구야?"

"가면 알아."

"...뭐 그딴... 근데 어디서 들어봤는데.. 누구지.."

곰곰히 생각에 잠기는 녀석.
그러고보니.. 그때도 그랬었다.
이녀석의 엄마와 우리 아빠의 결혼식날에도 이녀석은 나를 보고 난 후에 날 떠올릴려고 애를 썼었다.

"벌써.."

아빠의 재혼 문제로 우리집은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아빠가 말이야.. 재..혼을.. 생각하고 있는데..."

"안돼."

"너무해!! 적어도 하루 정도는 생각하고 말하란 말이야!!"

"그래!! 얼마나 어렵게 얘기를 꺼냈겠어!!"

똑같은 성격의 답답이들이 내게 항의를 해왔다.

"시끄러. 형은 아빨 믿어??"

"그..그건..!"

"안돼!! 지지마!!"

아무리 뭐라해도 재혼은 안된다.
첫번째 결혼도 그 모양이였는데.. 또 같지 않으라는 법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안되는건 안되는거야."

아빠가 잘못했다고 생각은 안한다.
아빠는 피해자일뿐이고 엄마는 가해자일 뿐이였으니까.
그걸 알고 있어서 우리도 엄마를 따라가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아빠가 넘겨주지 않았다.
아빠 성격에 엄마 바지라도 잡고 떠나보내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과는 너무 다르게 아빠는 엄마를 너무 쉽게 보내주었다.
그리고 가는 엄마에게 끝까지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었다.
그 모습이.. 난 정말 싫었다.
대체 아빠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 사과까지 해야 하는걸까...

"만나보면 생각이 달라질거야!"

"그래. 무조건 안된다고 반대하기 보다는 일단 한번이라도 만나보자."

만나본다고 뭐가 달라지는 걸까..
자기 엄마도 그렇게 될줄 몰랐으면서..

결국 나는 끝까지 그 사람을 만나보지 않았다.
형은 몇번이나 만나서 나한테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라고 말을 해주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결혼이 맘에 들리가 없었다.

"결국 결혼 할거면서.. 대체 왜 물은거야.."

아빠는 나를 설득하다 결국엔 자기 생각대로 결혼을 진행 하셨다.
내 의견은 왜 물어 본걸까 하는 서운함도 있었지만 그거보다는 아빠를 필사적으로 만든 그 사람이 싫었다.

그리고 결혼식 날.

"니가 유빈이구나! 우리 막내랑 이름이 비슷하네! 가수 지망생이라며?"

"네. 저도 얘기 많이 들었어요. 작곡가 라면서요?"

"유빈아!"

틱틱대는 내 말투에 형은 말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멈출 생각은 없었고 조금더 비꼬려 입을 뗏다.

"너 정말 귀엽다."

하지만 그걸 막은건 그 사람이였다.
활짝 웃는 얼굴이 왜 아빠가 이렇게 막무가내로 결혼을 진행시켰는지 조금을 알거 같아 맘에 안들었다.

그대로 나는 신부 대기실을 나왔고 마주친게 신이빈이였다.

"형아야.. 우린 자식이지? 왜 엄마는 이렇게 막무가내인걸까.."

"한두번이냐."

신부 대기실로 들어가는 두명의 남자.

"아들이 셋이라고 했던가."

그 중 한명은 낯이 익었다.
내가 그 한명을 떠올리게 된건 식장에서였다.
상대방도 내가 떠올랐는지 경악을 금치못했다.
그때 나를 떠올릴려고 애쓰던 사람.
그게 신이빈이였다.

"음.. 너무 신경 쓰지마."

"뭐?"

"너 내 얘기 안들었냐?"

"아.. 어."

"당당하게 말하지마!!!"

"...그래서 뭐라고?"

"우리 엄마말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짜증이 난다는 얼굴을 하고도 내 등을 팍팍 쳐가면서 말하는 신이빈.

"우리 엄마가 저러는것도 아빠 때문이니까."

무슨 소리냐는 듯이 쳐다보자 신이빈은 시선을 앞으로 돌리고 말한다.

"나도 잘은 모르지만 아빠가 예전에 가수였다고 하더라고."

"가수? 근데 왜 잘 몰라? 유명했던거 아니야?"

"음.. 글쎄.. 인터넷에 사진같은것도 없고.. 그렇게 유명하진 않았을지도.."

"..잘 모른다는건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야. 난 아빠가 언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인지 몰라."

"어째서?"

"엄마랑 형들이 얘길 안해주니까.. 아마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돌아가서 기억이 없는게 아닐까 싶긴 한데..
이상하게 엄마랑 형들은 내가 아빠 얘기를 물어볼때마다 얼버무려서..
그래서 아빠에 대해 자세하게 몰라."

'그럼 그 반응들은 모두 이녀석과 이녀석의 아빠랑 관련이 있어서 그런건가..
이호 형은 확실히 격하게 반응 하긴 하지..'

"근데 다와가?"

"아. 저 집이야."

"집 커!!"

우리 눈 앞에 들어온 커다란 집 하나에 신이빈은 눈을 빛내며 초인종 앞에서 머뭇거린다.

"눌러도 돼!? 이거 눌러도 되는거야!?"

"빨리 눌러."

"응!!!"

딩동-

벨소리가 울리고 나는 잊었던걸 생각했다.

"야. 그녀석 좀 또라이니까 조심해."

"뭐?"

[아아- 암호를 불러주세요~]

"암호?"

[뭐야. 모르는거야? 너 누구야! 이 외계인!!]

"외..외계인.."

당황한 신이빈을 보는것도 재미있지만 슬슬 들어가지 않으면 지한이의 멘탈이 못버틸거 같았다.

"코를 잡고 뱅뱅 돌고 돌아 뱅뱅. 세상도 뱅뱅. 나도 뱅뱅. 됐냐? 문열어."

[네 고객님~]

"..뭐..뭐야 그거.."

"들어가서 놀라지마. 얕잡아 보이니까."

"뭔소리야 그건!!"

"형용이네 아버지는 깡패거든. 그러니까 안에도 무서운 분들이 많지."

"..에..에이.. 너 나 놀리는거지."

"흐음.. 들어갈까."

"야!!"

난 그 사람이 싫다.
하지만 그 실력만큼은 인정한다.
그런 사람이 말한거니까.. 이녀석은 내게 플러스가 되지 마이너스가 될거 같진 않다.

"어서와!!!"

우릴 맞이해주는 형용이와 지쳐보이는 지한이.
남자한텐 포기 할 수 없는 무언가가 하나씩 존재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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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7-02 17:18 | 조회 : 2,728 목록
작가의 말
약쟁이

이번편은 잡소리가 많은데 다음편은 내용도 없으면서 헛소리가 많은.. (나 괜찮은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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