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난 왕따다.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지만 이건 바꿀 수 없는 현실이였다.

"유유빈!! 그거 내 햄이잖아!!"

"먼저 잡은 사람이 임자야."

"뭐 임마!?"

막내들은 같은 나이라 서로 서로 친하고.

"여기 이것 좀 먹어봐요."

"응. 맛있다."

두분은 두분대로 알콩 달콩 오오라를 뿜어내며.

"신이호! 이건 차별이야!"

"이빈이는 아직 어려서 안돼."

"그래도 그렇지!! 이건 완전 어린이 세트잖아!!!!"

이하형과 이호는 싸우기는 하지만 역시나 친하다.
결국!! 이 집에서 난 혼자라는 소리다.

"하아.."

"무슨일있냐? 밥도 깨작이고."

"선우야.. 난 왕따인걸까..?"

"난 왕따랑 친구할 생각 없어."

"야!!!!"

"뭔데 그래. 밥 안먹을거면 나줘."

"먹어라 먹어!! 이 웬수야!!"

"흠.. 진짜 뭔일 있냐? 밥을 다 넘기고."

"몰라.."

우리 학교 교내 식당은 다른 학교에 비해 값이 비싸다.
그리고 비싼만큼 맛있다.
타 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우리 학교 급식은 부르주아들의 만찬이라고 불리고 있다.
그만큼 값도 있고 맛도 있는 음식이 요새 맛이없다.
나만 맛이 없는건 아니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나만 맛없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이러니 식당 아저씨한테 따질 수도 없고..
우울증이 온걸까.. 그래서 밥맛이 없는걸까.. 심각하게 고민을 해보기도 했지만.

"배고파!!!!!!"

밥을 안먹으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허기로 봐서 절.대 그런일은 아닌거 같다.

"대체 뭐가 문제인거야..."

차라리 도시락을 싸서 다니고 싶다.
유빈이는 뭘 어떻게 부탁한건지 모르겠지만 매점 생활을 접고 이호가 싸주기 시작했다.
그것처럼 나도 부탁하고 싶지만.. 아침에 5개의 도시락을 싸는 이호에게 하나를 더 추가 시키기는 미안했다..
이 집은 대체적으로 다 도시락로 집에 계신 아줌마와 나빼곤 모두 도시락을 싸서 다닌다.

"이하형은 못들어 올때 저녁 도시락도 싸주던데.."

이호랑 같은방을 쓰면서 친해질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호랑 같은 방을 써서 알게된 사실이라고는 이호가 날 안좋아한다는 사실 하나 밖에 없다.

때는 첫날밤이였다.

'침대 쓰세요.'

'뭐..!? 괜찮아!! 니가 써!!'

사양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호는 바닥에 이불을 깔더니 그대로 누워서 눈을 감아 버렸다.
무시 당했다는 충격과 깨워야하나 말아야하나로 고민하며 가만히 서있던 나는

'불 좀 꺼주세요.'

이 한마디에 입다물고 침대에 누워야했다.
분명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인 내가 싫은 것 같다.

'이호는 너무 무서워..'

집에서 마주칠때마다 인사를 하지만 그때마다 꾸벅 고개만 숙일 뿐 말로 인사해 주지는 않는다.
과묵하고 카리스마 있는 나랑 정 반대의 모습이 가끔은 무섭지만 솔직하게 부럽기도 하다.

"무슨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레 짐작해서 땅파고 들어가진 마라."

"무슨 소리야?"

"상대방은 아닌데 너만 그렇게 생각할 때가 많았잖아? 괜히 너만 그런 일로 스트레스 받아서 자멸하지 말라고."

"후우.. 반박하지 못하는게 아쉽구나."

그날 저녁.

"나 그거 하나만 주라!"

"응. 많이 먹어."

역시 밥은 맛있었고 이호는 여전히 이빈이에게만 웃어주었다.

"유하 형!"

"응..?"

그리고 이 집에서 유일하게 나에게 말 걸어주는 사람은 친동생도 아닌 이빈이다.

"형은 괜찮아?"

"뭐가?"

"점심!!"

이빈이가 뭘 말하는지 몰라 눈만 깜박이자 이빈이는 감자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다 삼키고서 말한다.

"점심 잘 먹고 있어?"

뜨끔.
설마 밥 안먹고 있는걸 들킨건 아닐까 싶어 말하기를 미루고 있자 유빈이가 대답한다.

"형네는 밥 맛있기로 유명한 곳이야."

"정말? 그럼 도시락은 필요 없겠네."

'도시락..?'

"그렇지 뭐."

'안돼!! 나 도시락 엄청 필요해!!!!!!!!!'

"도시락 안늘어 나는 구나."

쿵.

이호의 결정타에 나는 아무말 못하고 맨밥만 우겨 넣어야했다.
역시.. 더 이상 늘어나는건 싫겠지..

'우울하다...'

그날 밤.

나는 용기내서 이호에게 침대를 권했다. 하지만..

'됐어요.'

깔끔하게 거절 당했을 뿐만 아니라.

'불 좀 꺼주세요.'

첫날의 데자뷰까지 느껴야 했다.

"흑..흑.."

"...괜찮냐?"

다음날 선우는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심각성을 느꼈는지 술을 사주겠다고 했다.

"그치만 돈 없다며."

"알바비 들어왔어."

"너 밖에 없다."

"징그러워라."

진짜 징그럽다는 듯이 쳐다보는 선우를 한대 때려주고 우리는 자주 가는 술집으로 이동했다.

"어머! 오랜만이네!"

이 집은 아주머니가 운영하는것치고 대학생들이 정말 많다.
학교 가까이에 있기도 했지만 디자인이 옛날 학교 같은 느낌에 가격도 적당하기 때문이다.

"소주 5병. 맥주 5병. 안주는 서비스. 알았지?"

"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이유로 우리는 이곳을 이용한다.
이곳의 주인은 선우의 이모님이자 선우가 알바를 하고 있는 곳이기도 했고 안주도 서비스로 팍팍 받을 수 있었다.
사실 이 곳의 디자인은 선우가 제안했기 때문에 이모님이 더 잘해주시는 걸지도 모른다.

"야. 처음부터 너무 많이 시킨거 아니야?"

"더 시킬건데?"

"하하.. 이 주당이."

"너도 우울하다며. 많이 마시고 잊어."

"...그럴까."

결국 선우의 꼬임에 넘어가서 술을 진탕 퍼 마셨다.

그리고.

그 후의 기억이 없다.


+


지이이이잉...

새벽부터 울리는 전화에 반쯤 감겨서 전화를 받았다.

"누구..."

상대방은 대답이 없었다.
그냥 끊을까 하다 눈을 뜨고 발신자가 누군지를 봤다.

[유유하 형.]

의외의 인물의 전화에 무슨 일이지.. 싶어서 이름을 불렀다.

"유하..형?"

아직 이름이랑 형이라고 부르는게 어색하다.

"흑..흐윽.."

"...형 울어요..?"

"흐아앙!! 이 나쁜 새끼야!!!!"

"새끼..."

의외의 인물에 의외의 모습에 놀라 몸을 반쯤 일으켰다.

"문열어! 나쁜 새끼야!!!"

대체 왜 내가 나쁜 놈이 된건지 이유는 몰랐으나 집 앞인거 같아서 폰을 들고 현관문으로 향했다.

달칵.

문을 열자 눈물을 그렁 그렁하게 달고 흘러내린 눈물을 닦으며 서있는 유하 형을 발견했다.

"술..마셨어요?"

얼마나 퍼마신건지 술냄새가 진동을 했다.

"그래! 마셨다!"

적반하장...
당당한 목소리로 말하며 날 노려보는 유하형의 손을 잡고 현관문 안으로 끌었다.
순순히 따라오는 유하형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현관문을 잠갔다. 그러고 나서 유하형의 신발을 벗겨주고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반도 못가서 유하형은 계단에 주저 앉았다.

"괜찮아요?"

주저 앉아 머리를 만지는게 어지러운것 같았다.

"으응.."

기다려 줄까.. 하다가 그냥 들쳐 엎고 방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으아아!! 높아! 높다구!! 내려줘!!!"

"조용히 해요. 다들 자니까."

내 목소리에 주위를 둘러보던 유하형은 목소리를 꾹 참는듯 했다.
나는 유하형이 얌전해진 틈을 타서 빠르게 올라가 방 문을 닫고 유하형을 침대에 내려 주었다.

"형?"

유하 형은 내려 주자 마자 눈을 감고 잠이 들어버린듯 했다.
옷이라도 갈아 입혀 줘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난방 단추에 손을 가져가자 형은 내 손을 잡는다.

"내가.. 그렇게 싫어..?"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모르겠어서 그냥 가만히 있자 몸을 반쯤 일으킨 형은 내 손을 꽉 잡고 말한다.

"말해봐!! 내가 그렇게 싫으냐고!!!"

눈물은 멈췄지만 울것 같은 얼굴이다.

"싫지..않아요.."

좋으냐고 물으면.. 솔직히 대답하지 못할거 같다.
하지만 싫다고 생각해본적은 없었다.

"그럼 왜..."

"....?"

"왜.. 나 무시해.."

'무시한적이 있었나..?'

스스로도 생각 안나는 기억이 알게 모르게 상처를 준거 같았다.
나는 어떻게 해야 곱게 잠들어 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유빈이랑 이빈이는 침대도 같이 쓰던데.. 왜 너는 바닥에서 자..? 아니 왜 니가 바닥에서 자!!!"

그게.. 중요한걸까..

"넌 날 불청객이라고 생각하는거지!!!!"

결국 울음을 터트린다.

"나.. 나.. 너랑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그런데.."

목이 메여 말을 못하는지 말을 하다 멈춰 버렸다.
그냥 가만히 그 다음 말을 기다려 주자 유하 형은 내 손을 놓고 나에게 안겨서 말을 한다.

"나.. 도시락 좋아해.. 다른 애들은 다 싸주는거 나도 싸주면 좋겠어.."

울음 섞인 목소리가 목 밑에서 울린다.

"그리고.. 같이자든 니가 침대에서 자든.. 둘중 하나만 해. 니가 바닥에서 자는거 싫어.."

서서히 작아지는 목소리가 왠지 잠이 들어 가고 있는 듯 했다.

"또.. 또.."

'잠들었나...?'

"그리고!!!"

잠들었나 싶었을때 내 가슴에 묻었던 얼굴을 들고 큰 소리로 말한다.

"인사할때 목소리로 인사하란 말이야!! 이 나쁜 자식아!!!"

"풋...!"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왜 웃어! 너 내가 우습지!!?"

"아.. 아니예요. 그럴리가 없잖아요."

"그럼 왜 웃어!!"

"....형은 이빈이랑 똑같은 어린애같아서요."

"뭐야! 누가 어린애라는 거야!!"

"어쩌면 형이 더 어릴지도 모르겠어요."

"너 지금 나랑 장난..!"

"네. 어서 자요. 오늘은 옆에서 자드릴게요."

"오늘만..?"

"원한다면 매일."

"...응...매일.."

형을 눕히고 그 옆에 같이 누웠다.
이빈이보다 더 어린애같은 면에 다시 웃음이 나버렸다.
항상 어른인척 모든 자기가 다 해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사람.
하지만 사실은 어리광 부리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는걸 알게된거 같다.

"으응.. 이호야.."

이불을 덮어 주고 그 옆에서 눈을 감았다.
내일은 6개의 도시락을 싸야겠다고 생각하며..


+


아침에 일어나니.. 이호가 없었다.
밖으로 나가니 이호가 웃으면서 내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아..응? 아..어..안녕.."

그리고

"도시락 준비했는데 가져가세요."

"고..고마워.."

내 몫까지 준비된 도시락과 숙취 해소약.
그리고 나는 생각해야했다.

'대체.. 난 어제 무슨 추태를 부린거지..?'

죄인이 된 기분과 함께 아침을 맞았고 하루 종일 불안했다.
그리고 그날 밤.

"가..같이 자!?"

"같이 자자면서요?"

"내가.. 그랬어..??"

"네."

".....!!!"

"안자요?"

"아..아냐! 자!"

어째서인지 나한테 잘 웃어주는 이호가 낯설었고 전날의 기억 안나는 내 자신이 한심해 스스로에게 욕을하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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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6-26 01:37 | 조회 : 3,194 목록
작가의 말
약쟁이

이렇게 사랑이 싹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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