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나한테는 꽤나 친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의 이름은 좀 특이하다.
성과 이름의 첫글자가 중복이라는 점이다.
불러보다보면 귀엽기까지 한 그 이름을 친구는 정말 싫어한다.
하지만 뭐.. 싫어도 어쩌겠는가. 이름인데.

"유빈이에 대해서 알려 달라고?"

"응! 약점같은거!!"

유빈이는 참 부모님에 대한 에피소드가 많다.
그로 인해 피해도 봤고 그로 인해 새로운 연도 만들었으며 그로 인해 고생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 수 많은 이야기들 중 하나가 바로 이녀석이다.
틈만 나면 유빈이를 놀리지 못해 안달난 작은 고양이.
이녀석은 나랑 많이 닮았다.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사람들에게 다가가지만 절대로 모든걸 주지는 않는다.
아무리 싫어하는 녀석이라도 일단은 친구가 되보자 라고 접근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와 이녀석이 가장 닮은 점은 아마.

"유빈이는 고양이를 싫어해."

"고양이!!"

단순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고마워!!"

"응. 잘가."

하지만 뭐.. 사람이 어떻게 다 똑같을 수 있는가. 이녀석도 나랑은 다른 점이 있다.

예를 들면..

"안녕?"

"...!! 아..안녕.."

"뭐하고 있어?"

"그냥.. 게임..."

"정말? 새로 나온 게임이야?"

"으..응.."

남자를 좋아 한다거나..

"흐응? 재미있어?"

다가가 앉아있는 녀석의 뒤에서 껴안았다.
흠칫.. 몸을 떠는 그 떨림이 사랑스럽다.
사실 내가 게이라거나 그런건 아니다. 여자를 좋아하기도 했으니까.
뭐 따지고 보면 바이? 아니.. 남자는 이녀석이 아니면 좋아하지 않을거 같기도 하고..
아니. 그 작은 고양이라면 꽤 감수 하고 사귈 수 있을거 같기도 하다.

"그..그냥 그래.."

경계하듯 떨리는 목소리가 날 더 즐겁게 만든다.
이 녀석의 이름은 허가온. 신유빈이 내게 준 하나의 즐거움이다.

신경 안쓰고 열심히 핸드폰 액정 화면 안의 적을 때려 잡는 가온이.
하지만 사실은 엄청 신경 쓰여서 아까부터 헛손질을 하고 있다.
친해지면 활발한 녀석이 조금이라도 경계의 대상이라던가 싫어하는 녀석이면 말을 더듬고 소심해진다.
그런 이유에서 나는 이녀석에게 경계의 대상인거 같다.

하긴.. 경계 해야지. 지금도 이렇게..

쪽-

"흐앗..!"

하얀 그 목을 물어 뜯어버리고 싶을 정도니까..

"풋.. 뭘 그렇게 놀래."

"..아..아니..!!"

울거 같은 눈을 하고 고개만 돌려 나를 올려다 보는 이 눈..

걱정마.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공을 들여 잡아 먹어 줄테니까.

"이제 그만 유빈이랑 이빈이한테 돌아갈까?"

"..으..응.."

일어나 손을 내밀자 내 손을 잡을까 말까 망설이던 가온이가 내 손을 잡아 온다.
따듯한 온기가 손에서 손으로 전달이 되고 나는 활짝 웃어 주었다.

"..저기.."

가온이는 내 웃음이 불안했는지 우물쭈물하며 입을 연다.

"..뭐가 그렇게 즐거워..?"

'나를 괴롭히는게 즐거워..?' 라고 묻는듯 했다.
나는 활짝 웃어주며 말했다.

"너랑 같이 걸어가는게 즐거워!"

가온이는 호의적인 사람에게 약하다. 선의로 접근하는 사람에게 휘둘리기 쉬운 타입.
그래서 이빈이가 지켜주고 있던거 같지만..

"친구잖아."

꿀꺽 삼키는걸 눈감아주는걸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걸까?

"친구.."

"빨리 가자. 이빈이랑 유빈이랑 기다리겠다."

내 손을 꽉 잡아 오는 가온이.
이걸로 10% 정도는 내게 맘을 열어주지 않았을까?

"신이빈도 나쁜 녀석이야."

"응..? 뭐라고..?"

"아니. 아무것도."

내 손안에 잡힌 이 손을 언젠가 놓게 되더라도 그건. 내가 너를 먹었을 때야.


+


"엣취!!!"

"감기냐?"

한심하다는 듯이 유빈이가 쳐다본다.

"으응.. 몰라. 누가 내 얘기하나.. 것보다 후후훗!!"

하지만 그러면 어떠리! 지금 내게는 더 중요한게 남아 있다.

"쨘!! 고양이다!!"

"....너 뭐하냐.."

연극부에서 빌려온 고양이 머리띠와 고양이 장갑을 하고 달려 들었다.
하지만 유유빈은 한손으로 내 팔을 낚아채 날 제지한다.

"고양이 싫어한다며!! 각오해라!!"

"너 진짜 바보 맞지? 진짜 적당히 좀..!!"

"이리와!"

이리 저리 내 다른 손을 피하면서도 잡은 팔은 놓지 않는 유빈이는 이내 짜증이 났는지 나를 내팽겨쳐버렸다.

"으윽.. 아파!!"

그러다 쓸렸는지 피가 나기 시작했다.

"우와.. 엄청난 피.."

멍하니 그걸 보다 장갑을 벗고 바지를 올렸다.
바지 천에 쓸려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고 쓰라렸다.

"하아.. 애 하나 키우는것도 아니고..."

유빈이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더니 그걸로 피를 적당히 닦고 무릎에 수건을 매주었다.

"여자애냐?"

"죽고싶냐?"

"헷."

진심으로 패고 싶단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이녀석은 날 부축해주기까지 했다.

"업어줘."

"형이라며? 걸어가."

"치사해. 이럴때만."

"시끄러. 재수없는 놈아."

그렇게 말하면서도 날 끝까지 부축해 양호실까지 데려다 주는 유빈이는 날 싫어하지 않는게 분명하다.
정말이지 귀여운 놈이다.

"있잖아."

점심 시간에 양호 선생님도 점심을 드시러 가셨는지 보이지 않았다.
침대에 앉아 약품을 챙겨오는 유빈이를 향해 말을 걸었다.

"인생이 꼬이면 얼마나 꼬일거라 생각해?"

내 질문에 유유빈은 생각을 하다가 말을 한다.

"적어도 지금 이상으로 꼬이진 않겠지."

"푸웃.. 그것도 그렇네."

꼬이고 꼬인 관계.

"적어도 너나 나나 망했다는 생각을 하는건 똑같은거 같네."

"그걸 이제 알았냐?"

"아악! 살살해!"

"시끄러."

적어도 처음보단 이 관계가 싫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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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6-22 21:00 | 조회 : 2,918 목록
작가의 말
약쟁이

지한이가 먹는걸 빨리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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