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Pour une nouvelle vie!

백모래는 새로운 가명으로 스푼에서 며칠 지내다 심심해졌다.


양해를 구한 뒤 잠시 스푼을 빠져나왔다.


마트를 지나자 곧 큰 길이 보였다.


그런데 그때 자신이 매우 잘 알고있는 누군가와 마주쳤다.


그 인물은 칸나였다.


하지만 백모래는 모른 척 하며 지나갔다.


아니, 그러려고 했으나 지나가다 갑자기 우뚝 선 채 백모래를 잡으며 "보스!"라고 외치는 칸나 덕분에 그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아, 제길. 썩을. 칸나는 백모래를 잡으며 어디있었냐고 묻다 얼굴에 감긴 붕대를 보고 머리색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는 "보스 맞죠?"라고 묻는다.


백모래는 당연히 "아니에요"라고 답하였고 칸나는 그런 백모래를 보며 갸웃하고는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면서도 백모래의 전신을 꼼꼼히 살펴보고는 "아니겠지, 보스가 아무리 작았어도 이 정도로 땅꼬마는 아니었으니까."라며 작게 말한다.


잠시 뒤, 발걸음을 돌려 원래 가고 있던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백모래는 가고 있던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었다. 그런데 그런 그를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 이가 있었다.


아, 제길. 내가 뭔 죄를 저... 질렀구나. 그렇네. 내가 나쁜 놈 이었네. 아이고.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를 느끼지도 못한 채 밖으로 내뱉지 못 한 말을 속으로 되뇌이며 백모래는 시내로 나갔다.


시내로 나간 백모래는 사람들이 상당수 오가는 것을 보고는 얼굴에 감은 붕대를 풀고 어려지면서 조금 길어진 머리를 포니테일 형식으로 묶으며 어린이들이 자주 가는 공원으로 향했다.


얼마 걷지 않아 백모래는 작은 한 공원에 도착했다.


도시안에 있는데에도 불구하고 놀이터 안에는 산소가 맑고 풍부했다.


그런 놀이터안에 아이들이 까르르 웃으며 뛰어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놀이터에서 조금 떨어졌지만 공원안에 있는 벤치에 앉아 바라보던 중.


"저기~ 있잖아. 우리 같이 놀지 않을래?"


라고 말하며 다수의 아이들이 백모래에게 조심조심 다가왔다.


그런 순수한 모습에 백모래는 이따금 피식 웃으며 아이다운 미소로 화답해 주었다.


"... 이런 나라도 괜찮다면 기꺼이 응해줄 수 있지. 다시 한 번 청해 줄 수 있겠어?"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말을 아이들에게 건네며 묻는다. 그러자 아이들은.


"물론!"

"당연하지!"

"같이 놀 수 있는거야?"


라며, 까르르 웃으며 자신들과 같이 놀기를 청한다.


그런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어린아이들의 미소를 보며 가슴 한 편이 무겁고 따가웠던 반면, 다른 한 편으로는 그 순수함에 감탄하며 백모래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기쁨에 사로잡혔다.


그러던 중 어떤 아이의 목소리가 다른 아이들의 목소리를 뚫고 나오며 울렸다.


"근데, 이름이 뭐야? 이제 친구잖아. 그러면 이름도 알아야지."


백모래는 그에 다시 한 번 작은 충격을 받았다.


백모래는 자신이 어떤 외모를 가졌다는 것 만으로, [정화]라는 특기를 가졌다는 것 만으로 동물취급을 받았던 것이다. 그런 그에게 이름을 묻는다는 것은 자신을 [동물]로서가 아닌 친구로서의 취급을 해 준다는 것.


작은 충격이 그의 머리를 강타했다.


아이들은 뭣모르고 한 말이겠지만, 백모래로서는 더이상 배척당하지 않는다는 것.


물론 [백모래]는 배척을 당해왔고, 믿음도, 경외도, 친근함의 상징도 존재하지 않았지만 [작은 한 소년]으로서는 그런 인식을 가질 필요도 없다.


언제나 구해달라고, 도와달라도, 손을 잡아달라고, 잠시라도 좋으니까 곁에 있어달라고 외치던 [백모래]. 그렇기에 언제나 항상 외로움에 사무쳐 미쳐가는 수 밖에 없었다.


"...! ㅇ..야...! 야!"


자신도 모르게 상념에 잠겨 있던 백모래는 화들짝 놀라며 자신을 부르는 아이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상념에 빠진 백모래를 걱정하는 얼굴과 의아하기도 한 눈치였다.


백모래는 그런 아이들을 보며 생각했다.


[이제 그런 건 상관없어. 난 다르니까.]라고.


"이름 물어 봤었지?"

"응!"
"아, 맞다."
"크흡.큭큭."


자신이 했던 질문은 까먹은 아이를 보며 다른 아이들은 큭큭대며 웃었다.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던 백모래는 입을 열었다.


"세실. 이게 내 이름이야."


세실. 푸른 숲을 연상하게 하는 듯 하다.


어렸을 때 누군가가 자신을 보며 부른 이름. 단 한 번 들었음에도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이름.


아이들은 "그렇구나"라며 수긍한다.


아이들은 백모래를 벤치에서 일으키며 놀이터 쪽으로 데려갔다.


[숨바꼭질]을 하기도 하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기도 하며 백모래는 아이들만이 할 수 있는 웃음소리를 내며, 웃는 표정을 짓고, 이 순간이 행복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순수한 천사를 보는 듯 했다.



* * *


백모래가 밀입국으로 프랑스에 가기 10분정도 전에 어느새 정이 들었는지 혜나와 다나, 랩터, 헤이즈, 사사, 나가 등 소수의 인원이 각자 이별선물을 들고와서는 백모래에게 주기 시작했다.


"오빠! 오빠는 중학생이니까 곧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도 갈 거잖아? 그러니까 나는 만년필을 줄게!

"부모님을 찾을 때 까지는 돈이 필요할거다. 많이는 못 주더라도 최소한의 경비를 주지."

"우리(나가, 랩터, 사사, 귀능)는 이동할 때 옷이 필요하잖아요? 뀽. 그렇다고 너무 많으면 이동하기 힘들테니까요. 뀽. 그래서 저희들은 의식주를 할 때 필요한 최소한의 양의 옷과 속옷, 수건, 양말, 여행용 샤워도구 세트들을 작게 압축해 넣었어요. 뀽."

"... 정말 피같은 부적이지만. 이별선물로 특별히 공짜로. 저주부적을 드리죠."


혜나는 만년필을, 다나는 돈을, 헤이즈는 청소년에게 필요한 저주부적(?)을 주며, 4인방(특히 귀능)은 필요한 물건들은 챙겨 백모래에게 부가설명을 덧붙이고 "뀽" 소리를 내며 전해주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시간이 어느새 지났다. 서로 아쉬움을 내비추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백모래가 먼저 등을 돌렸다.


그리 멀지 않은 곳 에서 직원들의 외침이 들렸다.


"우리는!"

혜나와 다나가 처음으로 외친다.

"언제나!"

그다음은 헤이즈와 랩터의 외침이.

"당신을!"

나가와 사사의 외침.

"기억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두가 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에 감동을 받은 백모래는 컨테이너 박스에 들어가기 전에 얼굴을 감싸고 있었던 붕대를 풀고 뒤돌아 활짝,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웃었다.

백모래의 처음보는 환한 미소를 보고 놀란 스푼사원들은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웃으며 배웅을 해 주었다.

"새로이 시작하기 전에 랩터의 마지막 웃음을 봤어. 마지막이지만 행복했으니까. 나도 랩터의 행복을 빌어 주어야 하겠네."

행복하게 잘 살아. 언젠가는 아군으로서, 친구로서, 지나가는 인연으로서 다시 한 번 마주칠 수 있도록.

자, 빌어보자. 신이여. 평생토록 저주하고 또 저주하는 신이여. 이제 당신을 믿을테니. 신, 당신도 나를 믿어주지 않겠어?


그는 떠났다. 새로운 삶을, 새로운 미래를 그리며. 먼 이국의, 제 2의 국가로.




'Pour une nouvelle vie!'
(새로운 삶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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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3-28 21:15 | 조회 : 2,311 목록
작가의 말
현은우

어...음 뭔가 쓸데없는 말을 잔뜩 늘려놓은 듯 한 기분인데... 좋게봐주시는 것은 역시... 무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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