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화 - 마물이 출몰한 방향이었다

“어? 카이엘!”

저택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던 클레아는 정문으로 들어오고 있는 카이엘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카이엘, 지금 도착한 거야? 더 늦게 와도 되는데.”

“네. 더 있어봤자. 객식구만 더 늘어나는 걸요.”

“엑, 객식구라니.”

“그나저나, 저 없는 동안 잘 지내셨어요?”

한동안, 휴가를 받고 쉬다 온 카이엘은 예전에 있었던 시설에 갔던 모양이었다.

“당연하지!”

“서운한데요?”

“음... 잘 못 지냈어...?”

“그럼 안 돼요. 저 없어도 잘 지내셔야죠.”

“어떻게 하라는거야.”

“그러게요?”

이래도 안 된다고 하고, 저래도 안 된다고 하는 카이엘에 어떻게 하라는 거냐며 인상을 찌푸리자, 찌푸려진 미간을 꾹꾹 눌러주며 장난스럽게 말하던 카이엘은 클레아를 방에 데려다주고, 정원 구석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한숨을 돌렸다.

‘형아! 형아! 안 가면 안돼?’

‘카이엘 군, 사실은 예전에 카이엘 군의 쌍둥이가 있었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니? 정말 어렸을 때 헤어진 거라서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지금이라도 알려주려고.’

언제인지 모를 어린 시절, 자신의 목소리와 선생님의 목소리가 계속 머릿속에서 울리는 것 같았다.

쌍둥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 계속 기억해내려고 했지만, 기억나는 것은 없었다.

어린 시절 자신을 항상 챙겨주던 어른스럽던 누군가가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가족일 줄은, 그것도 쌍둥이일 줄은 몰랐던 카이엘이었다.

“어떻게 찾냐고.”

알아차렸을 때에는 벌써 9년이나 지난 후였다.

*

“우앙-! 리더시스 찾아내!!”

바닥에 앉아서 땡깡 아닌, 땡깡을 부리고 있는 이브릴을 보는 체블은 이제는 억지까지 부린다면서 이마를 부여잡고 있었다.

“그냥 빨리 찾으러 가는 게 서로에게 좋을 것 같은데. 체블 오빠.”

“그렇긴 한데... 내가 왜 그래야 되는데?”

“이브릴이 찾아 달래잖아.”

"오빠 때문에 리더시스가 도망가 버렸잖아!"

이브릴의 울음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외침에 체블은 이제는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았다.

“하아... 그래서 어떡하라고.”

리더시스가 사라진 것도 사실은 체블 때문이었기도 해서 지금 이브릴이 땡깡 아닌, 땡깡을 부리고 있는 것이기도 해서 클레아는 일부러 체블을 돕지 않았다.

그랬더니,

지금까지 이러고 있었다.

"당장 리더시스 찾아와! 나 그럼 집에 안가고 아르티안 저택에 가서 안 돌아갈 거야!"

“하아, 너도 그렇고, 이브릴도 그렇고, 못 말린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몸은 벌써부터 이브릴을 달래고 있는 체블을 보면서 우애좋은 남매라며 클레아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이렇게 놀았다.

이브릴과 클레아가 리더시스를 찾고 있는 사이에, 체블이 리더시스를 찾아 대화를 나누려고 시도하지만 리더시스가 어느새 도망가 버리고, 이브릴이 울면서 체블에게 리더시스를 찾아오라고 하면, 체블이 리더시스를 잡아오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이브릴과 클레아가 리더시스를 찾으면, 체블이 리더시스랑 대화를 나누나 싶으면 리더시스가 어느새 도망가있고, 이브릴이 울면서 체블에게 리더시스 찾아오라고 한 다음, 리더시스가 체블에게 잡혀오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아가씨."

"응? 벌써 왔어? 난 이만 가볼게."

"잘가!"

"잘가라."

그렇게 하델리오 후작저에서 나온 둘은 카페로 들어갔다.

딸랑-
“어서오세요!”

“카이엘, 그래서 휴가동안 뭐하고 다녔어?”

“딱히 별 일은 없었어요. 정말 예전에 있었던 곳만 다녀왔으니까요.”

“에. 그럼-”

“여기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오. 맛있어보여.”

“당연하죠! 우리 가게는 사용하는 음식을 하나하나 체크하는 걸요!”

“그래? 대단하네~”

마치 자기가 한 것 마냥, 어깨를 피는 7살 남짓해 보이는 남자아이에게 대답해주던 클레아는 테이블에 꼭 달라붙어서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겠다면서 자신만만하게 이야기를 시작한 자신을 벤이라고 소개한 아이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누던 둘은 어느 순간 들려오는 벤을 부르는 소리에 대화를 멈추었다.

“엑.”

“벤, 엄마가 부르는 것 같은데?”

“가기 싫은데...”
볼을 부풀리며 싫은 티를 내던 벤은 자신 몫의 음료수를 다 마시고는 울상을 지었다.

‘가기 싫은데! 가면 일 밖에 안할 텐데!’

가기 싫어서 어기적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던 벤은 다시금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에 할 수 없이 자리를 떠났고, 벤의 뒷모습을 보던 클레아와 카이엘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카이엘은 고개를 돌린 것을 후회했다.

"카이엘, 있잖아."

.
.
.

"흐음~"

가끔씩 놀러 나왔던 시장이었지만, 이쪽 길은 와본 적이 없어서 탐험하는 기분으로 돌아다니고 있던 클레아의 귓가에 웅성이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어른이 말하고 있는데.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어쩌라는 거지?”

길 한복판에서 싸움이 벌어졌는지. 길을 막고 있는 인파에 짜증날 법도 한데. 클레아는 눈을 반짝였다. 오늘따라 날을 잘 잡았는지. 이런 일들은 항상 흥미로웠다.

길 한복판에서 싸움이 벌어졌는지. 길을 막고 있는 인파에 클레아는 고개를 기울였다.

“뭔 일이라도 생긴 건가?”

길을 막고 있는 인파에 짜증날 법도 했지만, 클레아는 오히려 눈을 반짝이면서 흥미로워했다. 오늘따라 날을 잘 잡았다고 생각하면서 인파를 뚫고, 중심부로 가까이 가자 보이는 것은 아이 한 명과, 낮술을 한 것인지 휘청거리며 고함을 질러대는 아저씨 한 명이었다.

사람들은 낮부터 술기운에 잠긴 아저씨를 보면서, 쯧쯧 거리며 혀를 차면서도 말릴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대낮에 싸움이 일어났다며 구경하고 있었다,

“싸움 났다는데?”

“야... 그냥 가자.”

“아, 왜. 재밌어 보이는데!”

평소에는 보고 싶어도 아빠랑 카이엘 때문에 가까이 가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클레아에게는 지금 이 상황이 반가웠다.

그래서 뒤에서 말하고 있는 사람의 말에 공감했다.

원래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구경은 싸움구경하고 불구경이라지만, 역시 싸움구경이 제일 재미있다고 생각하며 눈앞의 상황을 흥미롭게 바라봤다.

“이놈이 진짜! 니가 쳐놓고 사과 안 해?!”

“안 해. 내가 안 쳤다고. 니가 쳤잖아.”

“이놈 봐라? 어른한테 반말 찍찍 하고 있어!”

"어디서 개가 짖나..."

"어른한테 하는 태도가 그게 뭐야!"

"어른?"
남자가 한 말에 피식 웃는 아이를 본 클레아는 아이한테 텃세 부리다가 통하지 않으니 혼자 열이 몰려 화내고 있는 남자를 보면서 피식 웃었다.

풋-
소리가 남자에게도 들렸는지, 그는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휙 돌려서 웃은 사람을 찾으려고 매서운 눈을 한 채로 두리번거리다가 클레아를 찾아냈다.

“누구야! 너지!”

“지나가는 사람인데요?”

클레아의 대꾸에 남자가 뭐라고 하려는 찰나에,

클레아는 자신을 향해 눈길을 준 소년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그런 자신에게 ‘넌 뭐야?’라고 말하는 것 같은 무심한 눈초리를 보내는 소년이 왜인지 자신을 즐겁게 만들어줄 것만 같은 예감을 들게 해서 즐거워졌다.

“요즘 애들은 이래서 안 된다니까! 어른을 무시하고 있으니! 나 원 참!”

“요즘 어른들은 왜 이러나 모를까요~”

“......”
클레아의 말을 들은 소년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소년을 힐끗 바라본 클레아는 싸움구경도 좋지만, 이런 상황까지 왔다면 끼어들어주는 게 예의라고 생각해서 사실은 사심을 채우기 위한 것뿐이었지만.

소년을 힐끗 바라 본 클레아는 싸움을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끼어들어서 상황을 더 재미있게 만드는 게 자신의 재미를 위해서도 좋다고 생각을 했고, 씨익 웃었다.

“아저씨, 아저씨는 왜 어린애랑 말싸움이나 하고 있어요? 다 커서 그러고 싶어요? 나 같으면 그냥 무시하고 갈 텐데. 아저씨는 왜 낮술이나 하고, 어린애한테까지 시비를 걸고 싶어요? 심심해서 그러나~”

‘푹’ - 1연타였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뜬금없는 인심공격은 아저씨의 내면을 강타했다.

클레아가 말하면서, 중간 중간에 보인 표정은 정말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순수한 의문이 담긴 표정이어서 그 표정을 본 주변 어른들의 눈초리가, 왜 어른 망신을 이 주정뱅이가 다 시키고 있는지 짜증난다는 따가운 눈초리여서 그는 움찔 떨었다.

주변을 둘러보려던 그는 이어지는 클레아의 말에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입을 닫았다.

클레아는 자신이 어리다는 점을 이용해서 작은 의문을 계속 이어서, 질문만으로 남자를 공격했다.

{‘이게 뭐야?’, ‘레몬이야.’, ‘레몬은 무슨 맛이야?’, ‘신 맛이야.’, ‘응? 왜 레몬은 셔?’, ‘그건 말이야. 비타민이 많이 들어서 그래.’, ‘비타민이 들어가면 항상 신거야?’, ‘아니, 그건 아니고 레몬은 비타민 c가 풍부해서 그래.’, ‘비타민 c가 뭔데?’, ‘몸에 필요한 영양분.’, ‘영양분이 뭐야?’, ‘살아가는데 필요한거.’, ‘근데 레몬은 어떻게 쓰이는 거야?’, ‘ 생선의 비린내를 없애는 데 사용이 되는데. 굽지 않은 생선에 레몬 즙을 뿌려주면 돼.’, ‘즙이 뭐야?’, ‘즙은 과일 먹으면 물이 흐르지? 그거야.’, ‘그렇구나. 근데 비타민c는 왜 신 맛이 나?’, ‘비타민 c는 원래 셔.’, ‘아, 궁금한 거 있어. 레몬은 왜 노란색이야?’, ‘그건 말이야...하아.’}

이런 대화의 흐름을 이용했다.

마치 미운 5살의 질문 파티시즌처럼, 어릴 적 누구나 부모님에게 ‘이게 뭐야?’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부모님이 다른 어른에게 물어보라는 말로 끝나는 그런 질문이 시작되었다.

“아저씨, 그 나이 먹고, 그렇게 살고 싶어요?”

“아, 맞다~ 어른이 어른스러워야지 어른인데. 아저씨는 어른도 아니고 그냥 나이만 많이 먹은 어른인가 봐요!”

“애보다 더 애 같아. 진짜.”

“낮부터 술에 떡 돼서 집에 들어가면 가족이 뭐라고 안 해요?”

“가족한테 창피하지도 않아요? 술 정도는 자기 혼자 절제하면서 먹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우리 아빠는 내 앞에서는 술도 잘 안 마시는데! 아저씨 가족은 아저씨 때문에 힘들겠다!”

‘푹’ - 2연타였다.

“......이, 이게 지금!...”
클레아의 말을 들은 남자는 얼굴이 더 빨개져서 뭐라고 하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주변에서 보내는 눈초리에 주변을 둘러보고 당황하더니 모인 사람들 속을 헤집으면서 그들에게서 멀어져갔다.

“도망갔네?”

“오~! 꼬마 아가씨가 멋있네! 옳은 말만 하고! 정말 어른보다 낫네!!”

“헤? 고마워요~?”

“당돌한 아가씨! 멋있었어!”

“전 원래 멋있었다고요?”

자신감이 넘치는 클레아를 마음에 들어 하던 용병으로 보이는 사람이 떠나가고 나서야 조용히 있던 시크는 입을 열었다.

"이름이 뭐야?"

"시크."

“시크? 난-”
이름을 말하려던 클레아는 자신의 이름을 알려줘도 되는 걸까 고민하다가 고민 끝에 애칭만 알려주기로 결정했다.

"난 클레아라고 해!"

이름을 듣고는 아무 말 없이 뒤돌아서서 자기 갈 길을 가는 시크를 보면서 클레아는 소리쳤다.

“잘 가! 다음에 또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시크와 헤어지고, 카이엘이 있는 가게로 가려 걸음을 옮기는 도중에 들려오는 카이엘의 목소리에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몸을 돌렸다.

“아! 가! 씨! 잠깐 다녀오신다고 하셨으면서, 이렇게... 대체 이번에는 어떤 사건에 휘말리셨던 겁니까.”

말문이 막히는지, 잠시 말이 없던 카이엘은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중얼거렸다.

“비밀~!”

“아가씨!”

우여곡절 많은 사건을 겪은 클레아는 어느새 저택으로 돌아와서 잘 준비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다.

평소에는 잘만 오던 잠이 이상하게 안 와서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다가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건지 감이 안 오는 상태에서, 눈이 천천히 무거워지는 도중에 들려오는 귀가 아플 정도로 큰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끼에에에!- 크르릉-

“뭐야.”

벌컥-
"아가씨, 피하셔야 합니다."

“무슨 일이죠?”

평소와 다른 클레아의 말투에 이상함을 느낄 만도 했지만,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간 나머지 알아차리지 못한 카이엘은 언제 어디서 마물이 튀어나올지 몰라 긴장하고 있었다.

“아가씨, 위험할 지도 모릅니다. 아니, 위험합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제 옆에서 떨어지시면 안 됩니다. 떨어지는 순간은 오직 제가 무슨 일이 생겼을 경우 밖에 안 됩니다.”

“알겠어요.”

분명 떨어지면 안 된다고 했는데. 이런 상황에서조차 평소의 얌전하던 아가씨는 나오자마자 어딘가로 달려 나갔다.

클레아가 달려가는 방향을 본 카이엘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
.
.

마물이 출몰한 방향이었다.

1
이번 화 신고 2017-10-12 02:45 | 조회 : 1,364 목록
작가의 말
조그마한 시계

클레아의 당당함은 어렸을 때부터 있었던 걸 더 극대화 시킨 화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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