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위기

호석이형 말 들을껄 그랬다. 들었으면 이렇게 힘들게 계단을 오르고 있지 않았을텐데. 체력이 좋지않아서 몇번이나 주저 앉았지만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손은 놓지않았다.

"하.... 씨... 힘.... 들어...."

한참 뛰다가 멈춰보니 위쪽 층에서도 기계 소리가 들려왔다. 밑에서도 들리고.. 진형 병실로 돌아가야하는데 여기가 몇층인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올라가니 문이 보였고 망설이지 않고 바로 열었다. 그리고 보이는 건 푸른 하늘이었다. 병원으로 들어가는 문이 아닌 바깥으로 떨어지는 문이었던 것이다. 떨어져 죽는 것보다 잡히는 게 나을 것같아서 다시 들어왔다. 이럴 때 윤기형이 있었더라면 어떻게든 벗어날 수 있었을 텐데.

"아... 씨.... 댕..."
"...."
"호석이형 말 들을껄..."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는데 로봇들과 마주쳤다. 다시 위쪽으로 올라가려하니 이미 포위도 있었다. 이 때도 윤기형이 있었으면..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잡히고, 정신을 잃는 순간에도 윤기형이 생각났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푸른 색의 방 안이었다. 잡혀와서 그냥 던져 놓은 것같았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방 구석구석을 살펴봤다.

"여긴 또 어디래... 에휴.. 굳세어라 박지민..!!"
ㅡ아. 들리십니까. 들리면 대답하시죠.

혼자서 중얼거리면서 방을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다. 낯선 목소리. 들리면 대답하라고하니 대답은 했지만 그 뒤로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틱틱대는 남준이형이라도 같이 있으면 외롭지는 않을텐데.
'그러고보니 내 옆에 있던 사람은 어디간거지.. 다른 방에 갇혀있나?'라는 생각도 든다.
진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어서 혼자 소리없는 절규를 하고 있을 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정과 높낮이가 없는 목소리.
진짜 듣기싫다.

"저기요. 여기 어디에요? 저 집에 가야되는데."
ㅡ여기는 어딘지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당신은 여기서 나가실 수 없습니다.
"저 부양해야할 가족이 있는데요. 저 없으면 손가락 까딱 못하는 형이 있거든여."
ㅡJK와 무슨 사이입니까.

가족을 들먹여도 원하는 답을 얻어내지 못했다. 실은 가족이라고는 윤기형 뿐이지만. 그리고 사람 말 무시하고 묻는게 JK와 무슨 사이냐니. 누군지도 모르는데. 옛 가수인 타이거 JK는 알지만 지금 시대에는 들어보지도 못했는데.
바닥에 주저앉아서 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방인데 문도 안 보인다. 심지어 흔한 책상도 없고, 푸른 색의 물이 들어있는 커다란 실험관만 있다. 나도 모르게 홀린 듯이 다가가서 손을 대봤다.

"따뜻하다... 그리고 슬퍼.. 울어."

물의 느낌을 느끼며 눈을 감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다가 눈을 뜨고 뒤를 돌아보니 로봇이 있었다. 무서워서 주저 앉으니 바로 와서는 나를 붙잡고 일으켰다. 그리고는 푸른 물 속으로 집어넣으려 하길래 반항을 했다. 모르는 곳에서 객사하기는 싫었기때문에.. 그리고 혼자 쓸쓸히 죽기는 싫었다.
주먹을 쥐고 좀 세게 로봇을 쳐댔다. 물론 내 손만 아팠지만.
점점 힘이 빠져서 가만히 있었는데 그 틈을 타서 나를 물 속으로 집어넣었다. 순간 숨을 들이마셔서 물이 목구멍으로 넘어왔고 수면 위로 올라가서 숨을 쉬고 싶었지만 로봇이 못 나오게 막고 있었다. 물은 계속 넘어왔고 의식은 점점 흐려져 갔다.
내가 힘이 빠진 것이 느껴졌는지 로봇도 나를 막지 않았지만 나는 수면 위로 올라갈 힘조차 없어졌다.
그렇게 의식은 멀어져가는 순간에 기억나는 사람이 딱 한 명있다.

'윤기형... 나... 구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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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8-31 10:53 | 조회 : 992 목록
작가의 말
nic33084725

지민이의 윤기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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